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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지미디어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가장 좋아했고 인상 깊게 남아있는 과목은 국사(國史)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고등학교 때 국사시간이다. 교과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역사를 흥미롭게 설명해 주는 당시 국사선생님의 구수한 입담이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교과목 일정에 따라 수업을 이끌어갔는데 50분 수업 중 교과서 내용에 있는 정사(正史)는 항상 20분 정도로 마무리했다. 나머지 30분은 구수한 입담을 덧붙여 궁중야사(野史)등 교과서에는 없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 갔던 기억이 난다.

다소 지루하고 딱딱할 수도 있는 국사시간을 재미있게 풀어가던 선생님의 수업방식과 입담은 학창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같은 과목,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내용을 전해 듣는 입장에선 흥미 혹은 그 반대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당시 국사선생님의 독특하고도 재미있었던 수업방식과 흥미로운 내용들이 유독 기억나는 이유다.

국사교과서엔 없는, 500년 조선왕릉의 비밀

조선시대 역대왕릉을 통해 500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조선왕릉의 비밀1,2>(한성희 지음, 솔지미디어 발간)는 마치 내 고등학교시절 국사선생님의 수업시간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 권을 '뚝딱' 읽어버릴 수 있는 재미와 흡인력을 갖추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조선 500년 왕조를 개국한 이성계의 건원릉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영원(英園)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조를 이어온 역대왕릉을 직접 답사하고 관련자료들을 참고해 풀어놓은 '조선왕릉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인 사료나 참고자료를 중심으로 책상에 앉아 머리로 쓴 역사서가 아니다. 저자가 직접 발로 쓴 현장답사기이자, 저자만의 시각을 담아놓은 역사참고서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썼다고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이 새로 창조될 수는 없는 일. 그저 부지런히 길을 다녔고, 선학들이 남겨놓은 자료를 밤을 밝혀 뒤지고 또 뒤져 나만의 시각을 첨가했다."

2004년 8월부터 10여 년 넘게 아끼던 머리를 자르고, 저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한 '한성희의 공릉숲 이야기'는 1년 8개월 동안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조선왕릉의 비밀 1,2>은 이 연재기사를 중심으로 6개월여의 시간을 투자해 미공개 되었던 자료와 사진을 더해 종합인문서로 발간한 것이다.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하곤 모든 조선시대 역대왕릉을 직접 답사하고 풀어낸 조선왕릉 이야기는 단순히 왕릉에 대한 답사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역대왕릉에 잠들고 있는 왕과 왕비의 삶과 당시 정세는 물론 궁중야사 등을 살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게 했다.

또 당시 왕과 왕비의 장례절차, 제사예식, 왕들의 묘자리가 결정되기까지 숨겨진 비화 등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부록으로 조선시대 능·원·묘의 현재 소재지와 관리사무소 연락처 등을 공개해 독자들이 쉽게 답사가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풍수지리학의 집대성판인 조선왕릉의 비밀

집에서 가까워 자주가는 <태·강릉>, 조선의 측천무후라는 문정왕후의 태릉과 그 아들 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강릉이 있다.
집에서 가까워 자주가는 <태·강릉>, 조선의 측천무후라는 문정왕후의 태릉과 그 아들 13대 명종과 인순왕후의 강릉이 있다. ⓒ 유태웅
옛날 우리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 맨 처음 간용(看龍)이라는 것을 했다고 한다. 간용이란 '용(龍)을 본다'는 뜻으로 풍수법의 기본행위였다고 한다. 산과 물, 향(向)의 삼위일체가 들어맞는 곳에 집터를 정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겼으며, 이런 곳에 집을 지으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반면에 살아서 사는 집터를 고르는 이런 '양기(陽基)'풍수보다는 죽어서 사는 '음택(陰宅, 무덤)'풍수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집념이나 관습은 훨씬 더 강했다. 묘자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대대손손 그 가문과 후손들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수지리학이 발달했던 조선시대에 최고의 권력자인 역대왕들의 왕릉을 살펴보는 것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최고 권력자인 왕들도 당시 궁중암투나 정세판도에 따라 최고의 명당자리에만 묻힌 것은 아니었다.

<조선왕릉의 비밀 1,2>은 이러한 '비밀'에 대한 해답을 흥미롭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자가 파헤친 조선왕릉의 비밀 1

한성희 지음, 솔지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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