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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1월 8일 사태 이후 퇴출된 당시 교수들의 명단. 비대위는 이들 중 12명이 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88년 1월 8일 사태 이후 퇴출된 당시 교수들의 명단. 비대위는 이들 중 12명이 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민주조선대학교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김낙중 집행위원장은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에 대해 "조선대의 경우 18년전에 특별법을 이미 시행했다"고 잘라말했다.

조선대학교는 113일 동안의 농성 등 학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구 재단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 파면 당한 교수들을 구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법 시행으로 당시 폭력교수 등으로 규정해 퇴출시켰던 40여명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선대 학내외 10개 단체가 '대학 수호'까지 외치며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낙중 집행위원장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제하면서 "반민주·어용·폭력·무능교수, 재단이 비리를 저리른 데 일조하고 학생회 활동을 탄압한 자들은 안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30일 조선대학교 비대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 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반민주-폭력교수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김낙중 집행위원장
김낙중 집행위원장 ⓒ 오마이뉴스 강성관
- 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정 취지에는 동의하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전횡을 일삼은 재단측에 의해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이들을 구제를 위한 제정 취지에는 충분한 공감한다. 법리적 논란이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구제 대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조선대의 경우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 법의 맹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법에서 구제해야 할 대상자는 과거 독재정권이나 재단에 의해서 부당하게 해임, 파면된 경우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대의 경우는 정반대의 사람들이 해당자에 포함된 것이다. 대학을 족벌체제로 운영했던 구 재단과 몇몇 경영진의 사익을 위해 재단비리에 일정하게 참여하거나,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들이 구제 대상자에 포함됐다. 심사위가 청구를 받아준다면, 당시 113일 동안의 농성, 학내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되겠는가."

- 학내 민주화운동에 참석했던 이들이 민주화보상심의위로 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안다.
"88년 1월 8일 경찰의 강제진압 등에 저항하다 투신하거나 화상 등을 입은 당시 조선대 학생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바 있다. 또 우리를 지원해 줬던 전남대 학생의 경우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그런데 특별법이 당시 축출 대상자들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줬고, 실제 심사위가 이들의 청구를 받아준다면 이 둘은 상충하게 된다."

- 88년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문제의 교수들은 어떻게 퇴출됐는가.
"1.8항쟁을 거친 후 총학생회측이 퇴진을 요구한 대상 교수들은 100여명 이었다. 그런데 교육부와 학교측이 대규모로 교수들이 해임될 경우 강의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했고, 학내에서도 그런 우려가 있어 50여명으로 축소시켰다. 이후 총학생회는 '문제교수 처리를 위한 조사위원회' 조사 내용과 과학생회의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33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그리고 각 단과 대학에서는 축출대상 교수에 대해 수강신청 거부와 수업거부 등으로 맞섰다. 이후 학교측은 88년과 89년에 재임용탈락이나 의원면직, 파면 등으로 정리했다. 이후 90년 초에 과학생회 등이 무능 어용교수로 규정해 축출된 이들이 8여명 정도다."

'총장님 한바퀴 더 돕시다'. 80년대 당시 박철웅(가운데) 이사장은 조선대 교직원들을 대운동장에 집합시켜 구보를 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들은 "총장님 한바퀴 더 돕시다"라고 비위를 맞춰주기도 했다.
'총장님 한바퀴 더 돕시다'. 80년대 당시 박철웅(가운데) 이사장은 조선대 교직원들을 대운동장에 집합시켜 구보를 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들은 "총장님 한바퀴 더 돕시다"라고 비위를 맞춰주기도 했다. ⓒ 조선대 비대위
- 당시 정부 특별감사 결과와 조사위 자료 등을 제시하면 되지않나.
"행정처리 과정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40여명 중 일부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지만, 일부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결국 법적 잣대로 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 심사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청구를 받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민주화 운동으로 축출된 인사들 중 단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

- 조선대의 경우 청구 예상자는 몇 명이나 되나.
"10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10여명은 지난 70년대 말과 80년 사이에 박철웅 일가의 주도권 다툼으로 해임된 이들이다, 또 이후 30여명이 정리되기도 했다. 또 1.8항쟁 학내민주화 운동 이후 40여명이 쫓겨났다. 이들이 모두 재심을 청구해, 절반 정도가 받아들여 질 경우 보상금이 최대 600억여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학교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 학내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훼손으로 인해 그 동안 정립해 왔던 학교 정체성이 흔들리고, 재정적 압박을 받을 것이다. 또 박철웅 체제에 협력했던 이들이 대거 복직하게 될 경우 패거리 싸움이 횡행할 수 밖에 없다."

- 법 개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구제 대상자를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반민주·어용·폭력·무능교수, 재단비리에 일조하고 학생회 활동을 탄압한 자들은 안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 이미 조선대학교는 이 특별법을 18년 전에 시행한 셈이다. 학생들이 박철웅 체제로부터 탄압받은 교수 33명을 복귀시킨 적이 있다. 이미 시행한 것이다."

- 타 대학의 경우도 학내분규가 있었다. 다른 대학의 경우 조선대와 비슷한 사례가 있나.
"명지대, 세종대 등이 과거에 학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표출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조선대의 경우는 법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경우가 40여명에 이르고 있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다른 대학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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