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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천 인조구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찍은 여름이
난지천 인조구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찍은 여름이 ⓒ 유호철
내가 그동안 쓴 기사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남편은 장사를 한다. 그래서 새벽 서너 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온다. 더구나 토요일은 늦게까지 손님이 많아서 다른 날보다 더 늦고, 일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남편은 아침 8시 전에 일어난다. 그리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입고, 축구를 하러 나간다. 물론, 여름이와 나도 함께 말이다.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우리에게 일요일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속으로 남편이 축구를 하러 가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하느라 바쁜 남편이 피곤을 무릅쓰고 하고 싶어 하는 운동인데 못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해주자니 고작 일주일에 한번뿐인 가족만의 시간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던 차에 남편이 먼저 좋은 생각을 했다.

"다음주부터 축구하러 가는 거야?"
"엉."

"꼭 가야 해?"
"가기로 했는데 가야지~"

"축구가 그렇게 좋아?"
"꼭 축구가 좋아서 그런가?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그럼 우리 가족은 언제 같이 있어~"
"너도 여름이랑 같이 가면 되잖아."

"에이, 가면 뭐해. 심심하게…."
"다 너 아는 사람들이야. 여름이도 좋아할 텐데, 뭘."
"하긴… 그럼 가볼까?"

이렇게 해서 남편이 조기축구회를 처음 시작하는 날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함께 나가게 된 것이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갈 수 없겠지만, 남편이 축구를 하는 동안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여름이를 위해서도 나는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그 조기축구회는 가족이 함께 나오는 것을 환영해준다.

지난해 여름 조기축구회에 처음 따라 갔던 날 축구하며 즐거워 하는 여름이
지난해 여름 조기축구회에 처음 따라 갔던 날 축구하며 즐거워 하는 여름이 ⓒ 김미영
그래서 우리 집은 일요일 아침에도 전쟁이다. 조기축구회 장소가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눈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밥도 먹지 못하고 옷만 챙겨 입고 부랴부랴 나간다.

밥을 먹지 않아도 조기축구회에 나가면 늘 먹을 것이 있어서 배고플 염려는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떡을 가져오고, 어떤 사람은 과일을 가져오고, 어떤 사람은 음료수를, 어떤 사람은 김밥을… 심지어 뜨끈뜨끈한 순두부를 커다란 솥단지에 들고 오기도 한다. 거기에 질세라 남편은 가끔 동동주를 가지고 간다.

운동을 하다가 운동장 귀퉁이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먹을 것을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모여서 공놀이를 하고, 간혹 나처럼 따라 나온 여자들이 있으면 함께 모여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는 미리 전화해서 아이와 함께 나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운동장에서 축구 끝나고 단체로 찍은 사진
운동장에서 축구 끝나고 단체로 찍은 사진 ⓒ 유호철
처음에 내가 남편과 함께 조기축구회에 나갔을 때 회원은 스무 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7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가입했다. 진짜 특이한 것은, 그 70명이나 되는 사람들 집이 다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우리처럼 산본에서 오는 사람도 있고, 인천, 안양, 용인, 일산, 그리고 서울의 구석구석까지 대부분 집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축구하는 장소로 모여든다. 지난번 눈이 엄청 많이 온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집이 제각각인데도 불구하고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개 조기축구회는 동네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동네 학교 운동장을 주로 사용한다. 물론 우리 동네에도 조기축구회가 있고, 회원을 모집하는 플래카드를 가끔 달아 놓기도 한다. 또는 직장 내에서 동료들을 중심으로 조기축구회를 만들기도 한다. 주변에서 직장동료들과 축구를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그런데 남편이 가는 조기축구회는 특이하게도 고등학교 동문들이 모여서 만든 축구회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한 동네에 살았을지 모르지만, 성인이 되어 각자 가정을 꾸린 지금은 동문들 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문들끼리 만든 축구회라 그런지 남다른 정이 있는 것도 같다.

난지천 인조구장 빌려서 축구하고 단체로 찍은 사진
난지천 인조구장 빌려서 축구하고 단체로 찍은 사진 ⓒ 유호철
가만히 살펴보면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이제 스물을 넘은 젊은 후배부터 사십 넘은 선배까지 다양하다. 옆에서 살펴보면,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고… 참 좋아 보인다. 경조사가 생기면 힘을 모아 함께 즐거움이나 슬픔도 나누곤 하는데, 그런 마음도 역시 보기 좋다.

남편이 언제까지 조기축구회에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 나가는 동안은 나와 여름이도 일요일에 함께 운동장에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겨울, 축구하러 따라 나가느라 정말 고생이었어요. ^^  따뜻한 봄이 오면, 저도 여름이와 함께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정말 특이한 그 조기축구회가 궁금하시면요, 
홈페이지(http://www.kurofc.net)에 직접 방문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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