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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열 달째 파업하고 있는 안산공대 직원노조가 지난 11일 밤 이 학교 설립자의 집 앞에서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열 달째 파업하고 있는 안산공대 직원노조가 지난 11일 밤 이 학교 설립자의 집 앞에서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석희열
경기도 안산공대(학장 강성락) 파업사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학과 조교들로 구성된 이 대학 직원노조가 지난해 4월 ▲고용보장 ▲조교 명칭 변경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아홉 달을 넘겼지만 노사교섭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대화 창구마저 막혀버린 상태다.

"직업형 조교는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

노조는 "생계를 목적으로 취업한 직업형 조교에 대해서는 직원으로 인정하여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업형 조교 업무가 일반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이유.

국회 교육위 최순영 민노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학조교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6개 전문대 가운데 99.1%인 105개 대학이 급여를 받는 직업형 조교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이 보고서에서 "직업형 조교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하고 조교라는 명칭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은 노조 위원장은 "만나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도 학교 쪽은 '법적으로'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노조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학교 쪽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핵심 쟁점인 고용보장과 관련 "2003년 단체협상 당시 57세 정년보장을 요구했지만 학교 쪽이 정년 트랙(track·정년보장) 인원을 순차적으로 늘려가자고 해 5-3-3 시스템을 통해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학교 쪽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지 정년보장이라는 기본 취지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애매한 단협안... 임의적인 조항이 불씨

2003년 11월 체결된 단체협약 제20조(정년)는 '2003년 5월 12일 이전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5년의 고용을 일차적으로 보장하고 학과 모든 교수가 참가하는 학과 인사위원회 평가를 통하여 3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1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일반직과 동일한 정년을 보장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학과 인사위원회 평가를 통하여 3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데다 세부사항도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쪽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인사고과 평가여야 한다는 노조 입장과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적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학교 쪽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것. 평가를 통해 해고를 할 수 있느냐 여부가 쟁점이다.

류성영 전국대학노조 사무처장은 "학과 인사위의 평가는 직원의 인사고과를 위한 것이어야지 해고(재임용 탈락)를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고와 같은 징계는 그 사유가 발생되었을 때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교 법인사무국 윤준한 계장은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평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재임용 탈락 여부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냥 정년을 보장한다고 하면 되지 평가를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학교로 들어와서 얘기하자"

윤 계장은 "2003년 단협안(단체협상안)의 고용보장과 관련한 5-3-3 부분은 학교 쪽 입장이 아니라 자기들이 제안한 것인데도 이제 와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단협안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그때 바로 잡았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교 업무는 교수의 수업 업무를 지원하고 보조하는 것으로 직원 업무와는 분명히 구별 된다"면서 "직원으로 인정하여 무조건 정년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계장은 그러면서도 "학교는 2003년 단협안을 존중하여 2003년 5월 이전 노조에 가입한 17명의 학과조교 가운데 5-3-3 과정 11년을 통과한 조교에 대해서는 57세 정년을 보장할 것"이라며 "업무에 복귀한 다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노조 쪽에 제안했다.

조성만 사무행정처 과장도 "조교 파업으로 신입생 모집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 등 학교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면서 "노조가 빨리 학교로 돌아와 요구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쪽은 "신뢰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할 수는 없다"며 학교 쪽의 이른바 '선 복귀 후 협상' 제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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