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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귀국한 홍콩 시위대 11명과 환영단이 귀국인사말을 하고 있다.
13일 오후 귀국한 홍콩 시위대 11명과 환영단이 귀국인사말을 하고 있다. ⓒ 안윤학

"억류자 석방은 우리 투쟁이 정당함을 보여준다. WTO에 저항하는 투쟁은 계속 된다."

홍콩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반대시위로 홍콩 검찰에 기소됐던 한국인 11명이 억류된지 한 달여만에 귀국했다. 13일 오후 3시경 CX 410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당시 과격시위를 벌인 혐의로 지난 12월 17일 홍콩 당국에 의해 기소돼 33일간 홍콩에 체류해왔다.

홍콩 검찰은 지난 11일 이들을 포함해 일본·중국·대만인 등 모두 14명에 대해 홍콩 쿤통법원에서 3차 심리를 열었으나 유죄입증 증거를 찾지 못했고, 양경규 민주노총 공공연맹위원장과 농민 박인환·윤일권씨를 제외한 11명의 공소를 취하한 바 있다.

법원은 공소를 취하하지 않은 한국인 3명에 대해서는 보석금을 당초 2500홍콩달러(약 31만7500원)에서 3만 홍콩달러(약 381만원)로 올리는 조건으로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하고 귀국을 허용했다. 공소가 취소되지 않은 양 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재판은 3월 1일부터 7일간 열릴 예정이다.

"국제적 망신으로 보도한 보수언론 안타깝다"

이날 귀국한 이영훈씨가 카메라 앞에서 밝은 미소를 띄고 있다.
이날 귀국한 이영훈씨가 카메라 앞에서 밝은 미소를 띄고 있다. ⓒ 안윤학
이날 인천공항에는 대규모의 환영단이 미리 나와 11명의 귀국을 반겼다. 홍콩에 갔던 시위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순천시 농민회 등 200여명은 CX410편 도착예정 1시간 전부터 인천공항에 나와 있었다.

환영단은 "WTO저지 홍콩원정투쟁단 동지들의 영웅적 투쟁이 자랑스럽습니다" 등의 구호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한달여간 홍콩에 억류됐던 농민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오후 2시40분께 귀국단 11명이 모습을 나타내자 환영단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환대했다. 귀국단 11명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야윈 모습이었지만 밝은 미소로 입국장에 들어왔다.

오는 3월 재판을 받게 될 농민 윤일권씨는 "한달간 단식하는 동안 홍콩민중들은 밤도 함께 지새고 지원금도 보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일부 보수언론은 마치 우리가 폭력적이며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처럼 보도해 안타까왔다"고 말했다. 이영훈씨도 "홍콩시민들이 많이 도와줘 크게 힘들지 않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투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영하는 동료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눈 뒤 기념촬영에 이어 헹가래를 치는 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계 민중의 단결된 힘 덕분에 석방됐다"

한편 홍콩WTO각료회의저지를 위한 한국민중투쟁단과 홍콩민중동맹은 이들의 귀국에 맞춰 12일 홍콩억류 14명의 심리재판 결과에 대한 공동성명을 내고 "11명에 대한 공소취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별 근거없이 이뤄진 검찰 기소는 홍콩당국의 정치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무고한 3명이 부당하게 기소된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이들이 무죄임을 밝혀내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작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무고한 노동자, 농민이 아니라 전 세계 빈곤과 폭력을 확산하는 WTO"라며 "WTO에 종말을 고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민중투쟁단과 홍콩민중동맹은 "14명의 석방은 WTO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의 단결된 힘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1500명 이상이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고, 국제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홍콩투쟁단 지원을 위해 홍콩에 모였으며, 홍콩시민이 투쟁단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콩 시위대 11명이 기념촬영을 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홍콩 시위대 11명이 기념촬영을 하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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