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도 '서빈백사'와 성산일출봉. 산호와 조개껍질이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우도 '서빈백사'와 성산일출봉. 산호와 조개껍질이 백사장을 이루고 있다. ⓒ 최성

'서빈백사'에서 성산일출봉과 함께. 왼쪽부터 김광헌, 김명종, 류훈영
'서빈백사'에서 성산일출봉과 함께. 왼쪽부터 김광헌, 김명종, 류훈영 ⓒ 최성
1월 4(물) 일. 가는 눈발 뒤 흐림.

세화 - 김녕 - 함덕 - 조천 - 제주항 - 목포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우도를 돌아 하우목동항에 다시 왔다. 배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서빈백사를 갔다. 산호가 부셔져 백사장을 이룬 이곳에서 성산일출봉이 뚜렷하게 잘 보였다. 우도는 면적은 작지만 안에 박물관, 초․중등학교와 자동차공업사가 있을 만큼 붐비는 섬이다. 차나 자전거보다 차분히 걸어 다녀야 속살이 느껴질 곳이다.

우도에서 나와 해변도로를 달렸다. 남제주에 있는 해변은 아기자기하여 세밀한 아름다움이 앞서고, 성산부터 제주까지의 해변은 단조롭지만 강한 힘이 느껴진다. 구좌농공단지에 있는 풍력발전소단지 모습이 먼 곳에서부터 이채롭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충분히 경제성이 있을 것 같은데, 자연 경관을 해친다며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글을 내걸은 모습을 여름에 본 적이 있다.

엉덩이 아픔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도로의 경사에 따라 느껴지는 근육의 미세한 반응에 신속하게 자전거기어조작이 가능해졌다. 여행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김녕에 있는 ‘영월갈비’에서 돼지고기에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제주항까지 길이 많이 남아있음에도 이번 여행을 예찬하고, 서로에게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다시 길을 나서 한참을 가고 있는데 먼저 출발한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앞으로 달려 시야를 넓혔어도 들어오지 않아 마음이 불안했다. 전체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먼저 나선 것이 반대로 길을 밟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1263(784-2263)’에서 나무난로 옆에 앉아 원두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맞다.

함덕을 지나 조천에 들어서니 제주가 한눈에 보인다. 교통량이 많고 번잡하여 신호등이 있는 갓길에서 아주 조심하여야 하는 길이다.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안이함으로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되는 구간이다. 아무 사고 없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제주에 대한 사랑을 크게 안고 제주항에 오후 4시 20분에 도착했다.

목포 가는 배표와 자전거 승선요금을 지불하고, 아이들에게 줄 감귤 초콜릿을 사고 나니 정작 긴장이 풀렸다. 4명이 아무 일없이 4박 5일을 함께한 것은 분명 큰 축복이다.

다시 제주를 바라보며

근현대사에서 제주도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면 ‘학살’이라는 단어를 피하기 힘들다. 지금도 제주 곳곳에서 해안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대포 진지, 100곳 이상의 오름에서 확인된다는 일본군 진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해 진행된 선거 거부와 4․3항쟁, 한국전쟁. 우리들이 다녔던 길과 해안마다왜 자신이 죽어야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간 수많은 원혼들이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여행 후 열어본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가장 먼저 뜨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정부안 확정’이라는 것은 제주도민의 기본권이여야 할 교육과 의료를 상품으로 외국자본에게 특별하게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것은 아닐까?

여행 후 현기영씨의 소설이 가슴으로 파고들어와 비수가 되었다.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보고 또 봐 상처까지 보듬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