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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유원선(18)군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통카드의 잔액이 부족해 충전을 대행하는 점포에 들어가 5000원 충전을 요구했지만 상점주인이 만 원을 충전한 것이다. 유군이 항의하자 상점 주인은 "학생이 교복과 명찰을 확인했으니 명부에 전화번호를 적고 내일 남은 돈 5000원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유군은 어쩔 수 없이 다음날 5000원을 가져다 주었다.

유군의 사례처럼 교통카드 소액충전을 거부당하는 청소년들의 불편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교통비를 충당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소액충전을 애용하지만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1000원 단위의 소액충전을 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등하굣길에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현희(17)양은 "잔액이 부족할 때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상점을 이용하는 데 소액 충전을 안 해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2번 3~4만 원 정도 충전하는 데 학생 입장으로 부담되고 또 분실 걱정도 커진다"고 말했다.

▲ T-money 교통카드를 대행하는 상점(해당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이재승
하지만 한국스마트카드사 홈페이지(http://www.t-money.co.kr)에는 분명히 '천 원 이상, 천 원 단위로 교통카드 충전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상점들은 왜 소액 충전을 꺼려하는 것일까? 소액 충전으로 인해 돌아오는 수수료가 적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점들은 충전 금액의 0.7%를 수수료로 받는데 5000원 충전시 이들에게 돌아오는 수수료는 35원, 만 원일 경우 70원이다. 충전시에 드는 통신료를 감안하면 소액충전할 경우 밑지는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

ⓒ 한국스마트카드
서울 한 버스정류장 옆에서 카드 충전을 대행하고 있는 안모씨는 "버스조합에서 교통카드를 관리할 때는 수수료도 1%였고 매일 수금해가는 방식이여서 오히려 편했다"며 "T-money 카드를 대행하는 이후 텔레뱅킹이니 뭐니 해서 나가는 수수료가 오히려 더 많아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사는 "가두 판매점은 현재 가맹점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며 "상점주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분들이니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 대부분의 지하철역이나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액 충전이 가능하지만 버스 정류장 가판대 등에서는 소액충전이 어려워 청소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이재승
교통카드를 자주 이용하는 노종우(18)군은 "소액충전을 꺼려하는 상점 대신 역과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역은 너무 멀고 편의점은 일부에서만 해 주기 때문에 불편하다"면서 "버스정류장과 가까운 상점에서도 소액충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청소년들의 불편함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개선총괄반 관계자는 "충전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 소액충전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영세 상인들이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대신 자동충전기를 이용한 인터넷 충전, 편의점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Teencast(teencast.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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