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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음식점 분위기에서부터 전통의 미가 느껴지는 '안동국시' 구미본점(경북 구미 송정동). 시장에 가면 3천원에 먹을 수 있는 국수를 5천원이나 주고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찾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의자와 식탁이 있는 자리는 한 군데도 없다. 이것도 전략인가? 신발 벗고 책상다리를 하고 먹을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 밥상이 자리를 내준다.
6시간 이상 푹 고아 우려낸 뽀얀 사골 국물이 침을 삼키게 한다. 면발은 칼국수처럼 넓고 도톰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밀어서 만들어준 그 맛일까? 이곳은 최고급 밀가루만 사용해 음식점에서 직접 뽑아서 요리한다고 한다. 연둣빛 애호박을 송송 채 썰어 얹고, 쇠고기를 잘게 썰어 얹은 '안동국시' 한 상을 받았다.
김치, 풋고추 등과 함께 나온 밑반찬 중 눈에 띄는 건 양념에 절인 '깻잎' 접시다. 어리둥절해 보고만 있자 친절한 직원이 옆에서 설명한다. '앞 접시'에 깻잎 한 장을 놓고, 그 위에 국수를 얹어 싸 먹으라고 말이다. 과연 어떤 맛일까? 정성스럽게 국수를 깻잎으로 감싸 한 잎 넣으니, 깻잎의 양념맛과 육수에 우러난 보드라운 국수의 질감이 섞이면서 참으로 절묘한 맛이 났다.
'청와대 국수'가 바로 '안동국시'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골 국물의 깊은 맛이 혀끝으로 느껴지며 쫄깃하며 부드러운 국수의 느낌이 입안을 감쌌다. 곁들여지는 배추 겉절이, 부추김치, 깻잎김치의 감칠맛은 또 다른 여운을 남기게 한다. 향긋한 깻잎 향, 사골 국물의 깊은 향과 쫄깃한 면발은 오랜 역사의 여운마저 느끼게 했다. 국수의 절대 강자, 안동국시의 맛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국물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푹 익은 채 썬 김치, 고소한 김 가루를 곁들인 메밀묵, 바삭 바삭한 녹두 빈대떡, 상어고기를 비롯한 5가지의 모듬전, 부드러운 쇠고기수육, 참 문어, 입맛 돋우는 계절별미 찬 그리고 안동국시를 차례로 먹을 수 있다는 특선코스요리는 안동국시와의 또 다른 만남. 여러 명이 함께 안동국시를 맛본다면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안동국시 구미점 대표 최정식씨는 "안동국시는 일반 음식이 아니라 반가(班家)에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접하는 격조 높은 음식이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문민정부 당시 'YS의 칼국수 오찬'으로 식탁에 올라 '청와대 국수'로 유명세를 탄 음식이라고.
최근 신메뉴로 개발된 '들깨국시'는 기존의 사골국물에 몸에 좋은 참 들깨를 첨가해 새로운 보양국수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안동국시가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라면 들깨국시는 국물이 좀 더 걸쭉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숙주와 함께 먹는 국수,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여성의 민속의상인 '아오자이(아오는 옷을, 자이는 길다는 뜻)'를 입은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신짜오(경북 구미 황상동)'. 물지게를 맨 베트남 사람의 인형 형상에 눈길이 머문다. 그리고 코끝으로 스며드는 베트남의 독특한 향이 벌써 '베트남쌀국수'의 맛을 궁금케 한다.
베트남에서 흔히 눈에 띄는 간판이 'PHO'(퍼)라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의 대표 음식인 퍼는 쌀국수 전문점이라는 것. 베트남쌀국수는 전통의 비법이 담긴 다섯 가지의 야채를 넣고 6시간 정도 우려낸 맑은 사골이 특징이다. 그 국물에 새우 등 각종 해물을 곁들여 요리한다.
쌀국수가 나오면 먹기 바로 전 숙주를 듬뿍 넣고 국수와 잘 섞어준다. 쌀국수와 숙주를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 넣는다. 쌀로 만들어 톡톡 끊어지는 국수를 숙주가 잡아주며 씹는 맛을 더해준다. 입맛에 따라 칠리소스와 매운 고추 등을 넣어 먹으면 된다. 국물 맛이 참 시원하고 개운해 해장으로도 손색 없을 듯하다. 국물맛과 부드럽게 넘어 가는 쌀 면발, 입안 가득 퍼지는 베트남 특유의 향기로움과 소스의 매콤 달콤한 맛이 잠자는 미각을 깨운다. 이외에 베트남 고유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느끼한 맛을 없애주는 독특한 향의 고수잎을 얹은 쇠고기 쌀국수를 먹어도 좋다.
야채를 돌돌 말아서 오감으로 먹는 월남쌈
보기에도 화려해 보이는 각종 야채와 고기들을 담은 접시가 나왔다. 그리고 손을 씻는 그릇으로 착각할 정도로 큰 그릇에 물이 담겨 나온다. 물수건이 옆에 없었더라면 손을 씻을 뻔했다.
한국에서 송편을 빚듯 베트남에서는 '월남쌈'을 싸서 먹는다고 한다. 물에 적신 촉촉한 라이스페이퍼(쌀로 만든 얇은 종이 같은 것)에 고추기름에 절여 그릴에 구운 돼지고기와 베트남 쌀 소면을 얹고 접시에 담겨 나온 각종 야채와 과일을 차례로 넣는다. 그리고 김밥 싸듯 돌돌 말아서 먹는다. '그 맛 참 묘한 맛일세'라는 감탄사가 나오는데, 그도 그럴 것이 희한한 야채가 참 많다.
월남쌈에 들어가는 야채와 과일은 오이, 양상추, 파인애플, 숙주, 무순, 파슬리, 토마토, 사과, 파프리카, 등 10가지가 넘는다. 이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입안에서 씹혀지니 묘한 맛이 날 수밖에. 새콤 달콤 쌉쌀한 맛이 독특한 풍미를 느끼게 한다. 입안에서 전해지는 아삭아삭한 소리도 일품이다. 온갖 야채가 다 들어가니 몸에는 무지 좋을 듯하다.
베트남쌀국수 신짜오 대표 서현섭씨는 "쌀국수는 베트남 본토에서 출발했지만, 베트남 특유의 맵고 짠 맛보다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해 퓨전되었다"고 말한다.
주로 찾는 고객은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주중에는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요즘에는 연인들이 색다른 맛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