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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골들은 토실토실한 막창을 순간적으로 노릿하게 구워내는데 선수다.
ⓒ 전득렬
일단, 단서를 달고 싶다. 구미에서 '칠칠 소돼지막창'과 '아빠의 청춘'을 모른다면 '간첩'이다. 우선, "막창이 맛있는 곳이 어디냐"고 누구에게 물어 봐도 한결 같은 대답이 나온다. 이유는 '맛' 때문이다.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칠칠소돼지막창 본점(대표 김준형, 경북 구미 형곡동)'은 오늘도 빈자리가 없어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눈에 띈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6시가 조금 넘으면 자리가 차기 시작해서 7시가 되면 자리가 없다. 그래서 예약도 없다. 먼저 와서 먼저 앉아 먹는 사람이 임자다. 주방을 포함해서 40평 남짓한 식당 안은 주류회사에서 전해 준 술 광고 포스터가 빼곡히 도배되어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보잘 것 없어 남루하기조차 하다.

하얀 돼지막창, 살짝 익혀서 나오는 이유

그런데도 식객과 주객들은 지글지글 익어가는 막창을 사이에 두고 웃음꽃이 피고, 먹는 즐거움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칠칠'에는 '소막창'과 '삼결살'도 있지만 '돼지막창'이 주문의 90%. 주문과 동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돼지막창'이 접시에 실려 나온다. 일차적으로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김이 입김처럼 솟아오른다.

▲ 막창이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서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 전득렬
막창이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서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 빨리 구워져야 빨리 먹고 빨리 나가기 때문이고, 제대로 익어야 막창의 깊은 '구수함'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막창과 함께 나오는 얇게 썬 감자는 막창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흡수해서 튀겨지는 수준이라 그 맛 또한 별미다.

단골들은 토실토실한 막창을 순간적으로 노릿하게 굽는데 선수다. 노릿하게 구워졌을 때 얼른 입에 넣고 씹어야 소주잔이 자주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토종된장과 섞고, 풋고추와 대파를 숭숭 썰어 넣은 된장양념에 찍어 상치로 쌈을 싸 입에 넣으면 세상의 모든 상념이 사라진다. '이 순간만큼은 영원하리라,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중독돼 다시 찾는다' 등 수많은 수식어가 '막창'을 추켜세운다.

'막창의 숙성'과 '된장 양념'에 비법 있다

▲ 상치로 쌈을 싸 입에 넣으면 세상의 모든 상념이 사라진다.
ⓒ 전득렬
이 기막힌 맛은 어디서 나오는가. 핵심은 '막창의 숙성'과 '된장 양념'에 비법이 있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키위, 배, 사과 등 수십여 가지의 재료를 갈아 만든 과일즙에 '막창'을 넣어 24시간 숙성한다. 이렇게 하면 제 아무리 고집이 세고 질긴 막창도 순하고 부드러워지며, 돼지 특유의 노린내도 일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양념을 맛본 적 있는가" 하고 주인장이 반문하는 또 다른 비법은 '된장 양념'.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을 24시간 숙성하면서 한번 숨을 죽이고, 된장양념에서 확실히 제거한다는 비법 담긴 된장양념은 마늘 양파 등 25가지 종류의 양념류를 섞어 만든다고 한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간'을 표준화해서 만들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점에도 공급한다고 한다.

마지막 서비스는 '된장찌개'다. '한국인은 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는 속설이 이곳에는 정설이다. '칠칠소돼지막창'에서 된장찌개를 먹지 않고 그냥 가면 '손해'다. 공기밥과 된장찌개가 형식적으로 나온다면 '칠칠'이 아니다. 두부와 애호박 그리고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잘근잘근 썰어 넣은 돼지고기를 넣어 부글부글 끓여 내오는 된장찌개와 하얀 쌀밥은 눈물나게 맛있다. '된장찌개 때문에 막창 먹으러 온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1.5cm 삼겹살의 비밀

▲ 1.5cm의 두툼한 삼겹살 두께.
ⓒ 전득렬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청춘'. IMF 외환위기 시절,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 삶의 애환을 달래며 소주 한잔 들이키고 불렀던 그 노래. 그 노랫말 그대로를 가게 상호로 만들어 삼겹살 명문이 된 곳이 '아빠의 청춘' 본점(대표 한상중,경북 구미 형곡동)이다.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부도가 나고 삼겹살집에서 늘 소주잔을 기울였던 주인장이 그때 그 맛을 살려 '아빠의 청춘' 시대를 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먹는 인심만큼은 넉넉했던 한국인의 정서'를 살려 삼겹살을 두툼하게 썰어(1.5cm) 내 놓는 것이 이곳의 장점. '아빠의 청춘'은 '삼겹살이면 다 같은 삼겹살'이라는 말을 확실하게 거부한다.

삼겹살이 양념 한번 두르면 보이는 게 없다

거부 이유는 분명한 두 가지가 있다. 산지로부터 갓 공수한 삼겹살을 24시간 잘 잠재운다. 절대 냉장하는 법이 없다. 재운 생 삼겹살은 불판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 12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을 정성스럽게 두른다. 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굽기 전 양념을 한번 두르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 삼겹살이 양념 한번 두르면 보이는 게 없다.
ⓒ 전득렬
삼겹살이 양념 한번 두르면 보이는 게 없다. 불판 위에서 굽자마자 입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불판 위에는 구운 삼겹살이 보이는 게 없다. 익히려고 습관적으로 몇 개 얹어 놓은 마늘만 애꿎게 타들어가고 있다. 말끔한 생삼겹은 상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양념삼겹살이라고도 부르지 말라.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맛의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선술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원형의 낡은 화로에 벌건 숯불이 들어간다. 두툼한 삼겹살이 불판 위에 얹어지고 코끝으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깻잎, 상치에 마늘과 양파를 얹고 고기 한 점을 얹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채소와 고기를 말아서 솜씨 좋게 입에 넣으면 '한국식 영양 보충'이 시작된다. 내 몸은 비로소 몸 안의 온갖 독소들을 땀구멍을 통해 밀어낸다. 삼겹살 고유의 정화작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 쌈을 해 먹으면 '한국식 영양 보충'이 시작된다.
ⓒ 전득렬
정신을 차려 옆을 보면, 배춧잎을 아무렇게나 썰어 넣어 고춧가루로 대충 양념한 듯한 '겉절이'가 발견된다. 보기에는 맛없게 보이지만 삼겹살과 먹어보면 그 맛 또한 추임새가 깊다는 걸 느낀다. 참, 희한한 맛이다.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으로 입맛을 맞추면 삼겹살 파티는 비로소 시작된다. 흔히 중얼거렸던 '삼겹살이나 구워먹지' 했던 지나간 말들이 부끄러워지며 '누가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의 삼겹살을 서민 음식이라 했는가'하고 반문하며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된다.

삼겹살로 포식한 후에 나오는 식사는 계절별로 다르다. 겨울에는 잔치국수(일명 아빠국수)와 시래기국이 밥과 함께 나온다. 시래기국은 주인장의 82세 노모가 일년 내내 농사지어 정성스럽게 뒷마당에서 말린 시래기를 재료로 쓴다. 시래기가 정말 몸에 좋은 것은 다 아는 사실. 혹, 위벽을 두른 삼겹살의 기름기가 있다면 완전히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름에는 동치미 국수와 된장찌개가 식사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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