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무주택 가정을 위해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
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후보가 내건 공약 '아파트 반 값 공급'이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한 한나라당 홍준표(동대문 을)의원에 의해 다시 등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1일 '토지 임대-건물 분양' 방식을 통해 서울시 주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만큼 토지 임대를 통해 개발이익을 공공기관이 지속적으로 환수해,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아파트 공급가를 현 시세의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92년 대선에 출마했던 정주영 후보는 토지개발이익 30%, 로비 비용 15%,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으로 10%를 절감해 당시 아파트 분양가 45% 수준으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 토지임대-건물 분양 방식 도입은 시민단체인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내용. 이 때문에 토지정의시민연대는 2일 "홍준표 의원의 '토지 임대-건물 분양' 방식 제안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홍 의원의 '아파트 반값' 주장은 현실적으로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2004년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공개한 상암동 평당 분양원가는 736만원으로 실제 분양가 1210만원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공이 2003년 말 분양한 고양시 풍동 아파트의 경우도 계약자 협의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당분양가는 329만원으로 실제 분양가 636만원의 52%에 불과했다.
이계안 "월 임대료만 100만원 넘을 것"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 개선을 통해 부풀려진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뺄 수 있지만, 토지 임대를 적용할 경우 임대료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이다.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아파트를 아무리 싼 값에 분양해도 토지 임대료가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줄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토지 임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 역시 '아파트 반 값 공약이 서민 우롱하는 기만 행위'라고 홍준표 의원을 공격했다.
이계안 의원은 판교의 32평형 아파트를 예로 제시하며 "연기금을 사용해 2억짜리 토지를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받을 경우 분양자가 월 100만원의 토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은행대출로 월 100만원의 이자를 내고 토지까지 소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이 제기한 '아파트 반 값' 공약은 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 아파트 가격에 대해 논쟁을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에 따르면 2005년 서울지역에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1309만원으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첫 해인 99년 서울시 평균분양가 604만원에 비해서 무려 2.16배나 상승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감에서는 도시근로자(연평균 근로소득은 3732만원, 저축 가능액 840만원 적용)가 33평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서울은 30년, 강남구에서는 43.3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