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새만금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토석 채취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방조제로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완전히 막았을 때 300mm 이상 집중호우시에 국가적 재앙이라 할 수 있는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농학박사 이태수(60·월간 <산림불교> 주간)씨는 2003년 7월 농림부에 낸 두 차례 <새만금간척에 대한 공개질의>와 새만금사업단과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홍수 피해를 주장하였으며, 그 내용을 2003년 8월 15일에 발행된 <산림불교> 37호에 실은 바 있다.
이 글은 지난 1월 31일 이태수 박사를 만나 새만금호 수위 관리에 관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98년에 실시한 감사원의 새만금 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토대를 쓴 것이다.
평균해수면보다 낮은 간척지
새만금사업은 33km의 방조제에 신시갑문과 가력갑문의 두 갑문을 만들고 방조제 안쪽에 총연장 138km, 높이 3.5m의 방수제를 쌓아 그 안에 담수호를 만드는 토목공사이다. 농촌공사(옛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담수호인 새만금호의 수위는 평균해수면보다 1.5m 낮게 설계되어 있으며 간척지는 별도의 토사매립이나 성토가 없이 원지반을 정지하여 농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갯벌에 조성되는 농지도 평균해수면보다 낮으며 방조제 근처에 조성된 토지, 즉 현재 썰물 때에도 바닷물에 잠겨있는 부분은 대조평균간조위 EL-2.97m보다 더 낮은 EL-4m까지 내려가는 곳도 있다. 새만금 간척지는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가 되는 것이다.
담수호 새만금호의 배수
동진강과 만경강이 흘러드는 새만금호는 호수 면적이 1만1800ha, 총 저수량은 5억 3452만t이다. 이 물을 방조제 밖의 바다로 방출하는 데에는 길이 240m와 300m, 높이 15m인 가력갑문과 신시갑문을 이용한다.<그림1, 2 참조>
2003년 7월 당시 농촌공사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배수갑문을 모두 개방할 경우 바닥면 540(300+240)m, 높이 12.5m의 통수 단면이 초당 1m 속도로 방류되는 것으로 보고 초당 <540m×12.5m×1m=6750㎥>의 담수호 물이 배제되고 1시간 동안 2400만㎥가 배제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밀물 때가 되어 바닷물의 수위가 새만금호의 수위보다 높아지면 배수갑문을 닫아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야 하므로 방류를 할 수 없다. 즉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하루 두 번씩 수문을 열고 닫아 물빼기를 하는 것이다.
농촌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5억9700만㎥의 새만금호의 물을 방류하는 데 90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그림3, 표1, 2 참조>
위에서 통수단면을 두 배수갑문 총연장길이 540m와 높이 12.5m로 제시했는데 배수갑문바닥의 표고가 EL-6.5m이며 담수호의 수위는 EL-1.5m이므로 통수단면의 높이는 5m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홍수시에 담수호의 수위가 2m 상승하여 EL0.5m가 된다하더라도 통수단면의 높이는 7m이다. 더구나 간조시에는 통수단면의 높이가 더 낮아지므로 12.5m로 일정하게 산정하여 초당 방류량을 계산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현재 새만금사업단의 홈페이지에는 초당 홍수배제량이 1만5862㎥로 되어 있다. 초당 방류량을 부풀린 의혹이 짙다.
1일 300mm 이상 집중호우 때에는 어찌되나
네덜란드는 폭우가 오지 않는 나라이고 1일 최대 강우량이 30~50mm 정도이며 연중 강수량 분포도 고르다. 따라서 바다보다 낮은 간척이 가능하였고 비가 와도 풍차를 이용하여 물을 퍼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는 한국에서 일시에 3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 어찌 될 것인가. 조차를 이용한 자연배수로 홍수 때 내린 빗물을 바다 밖으로 퍼내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만경강과 동진강의 유역면적은 33만1900ha이며 여기에 간척지 2만8300ha와 새만금호 자체 면적 1만1800ha를 합하면 37만3000ha가 되며 이는 담수호 1만1800ha의 31.6배에 달한다.
만약에 만경강 동진강 유역에 300mm(0.3m)의 폭우가 쏟아질 경우 담수호인 새만금호는 3~4일 안에 이 물을 대부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의 빗물이 증발과 산림, 농지 등에 의한 저장으로 그 중 70%(210mm)만 호수에 유입된다고 가정하더라고 <0.3×70%×31.6배=6.63m> 즉, 6.63m의 호수면 상승이 있게 되며 일부 외해로 방출한다 하더라도 높이 3.5m의 방수제를 침수시킬 위험이 있다.
이같은 주장에 새만금사업단은 "일부 침수가 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24시간 미만의 침수이고 이는 다소의 소출은 떨어지지만 농작물에 큰 피해는 없는 것"이라며 일부 시인하였다.
300mm 폭우시 유역면적의 빗물 양은 11억 1900만㎥(0.3m×37만3000ha×1만㎡)로 이 가운데 70%가 수일 내에 호수에 유입된다고 하면 유입될 빗물의 양은 7억 8300만㎥이다. 이는 농촌공사에서 <그림3> <표1>에서 제시한 90시간에 걸친 방출량 5억 9700만㎥를 훨씬 웃도는 양이다. 더구나 강한 태풍을 동반한 폭우일 경우 높은 파도와 해일을 동반하여 수문 개방시간이 더욱 짧아질 것이므로 침수는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농촌공사에서는 <표3>에서 보듯 3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200년 만에 한번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으며 폭우시 수위 상승을 2m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만경대교 수위 상승이 3m 이상 올라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방조제를 막지 않은 현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2003년 태풍 매미 때 강원도 내에 3일간 9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동진강, 만경강 유역에 이러한 비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에 잠기는 곡창 김제평야
강 하구를 틀어막았을 때 생기는 재앙은 벌써부터 닥쳐오고 있다. 2003년 7월 부안에 65.5㎜의 비가 내렸을 때 동진강의 지류인 고부천 상류 지역의 영원면과 주산면 들판이 침수됐고, 다음날 썰물 때가 지나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
물막이 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7, 8년 전엔 2~3일 동안 최고 100㎜의 비가 와도 하룻밤만 지나면 침수는 해결됐었다. 2.7km가 트여 있는 작년 8월 3일에 실제로 동진강 유역에 35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려 농경지 2만5000ha가 4~5일 가량 물에 잠겨 3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낸 바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은 밀물 때 전주포와 신태인까지 조수가 거슬러 올라갔던 감조구간이 긴 하천으로, 밀물 때 역류하여 올라갔던 바닷물이 썰물 때 급하게 빠지면서 토사를 먼 바다까지 훑고 내려갔다. 그러나 방조제가 뻗어나가면서 이러한 자연현상이 중단되고 토사와 오물 등이 강바닥에 쌓여 홍수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방조제로 강하구가 막힌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오면 동진강 수역의 곡창 김제평야가 물에 잠길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간척지 땅 5032ha 기계배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 4월 27일부터 6월 13일까지 새만금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다. 결과 총 74건의 '부적정'을 지적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담수호 수위관리 문제였다. "담수호 수위를 기술적 검토없이 EL-1.5m로 계획해 대조평균간조위와 관리수위 사이에 위치한 간척지 5302ha는 기계배수를 하게 되어 영농비용이 증가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림4>에서 보듯 간척지 땅은 담수호의 수위보다 낮아 저류지에 물을 가두었다가 펌프로 담수호로 물을 퍼올린 다음 배수갑문을 통해 외해로 빠지게 된다. 즉 만경강과 동진강 수계를 제외한 새만금간척지로 흘러드는 부안의 해창천과 두포천, 김제의 신평천, 옥구의 어은천 등 크고 작은 모든 하천에서 나오는 물은 자연배수를 할 수 없어 3.5m 방수제 너머로 모두 품어 올려야 한다.
실제로 새만금사업단은 8곳의 간척지 물을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 비용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하천들도 집중호우시에 범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새만금사업은 전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하는 이른바 '국책사업'이다. 대부분 전북 도민들은 "나라에서 어련히 알아서 헐라디야"하면서 전북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또한 도민들은 농림부가 우량농지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하는데도 간척지 땅이 논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민들의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정부는 "이미 90% 이상 진행된 방조제 축조를 되물릴 수 없다"며 새만금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간척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되돌아올 재앙도 국가적 대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사시공자인 새만금사업단은 방조제가 상습침수지역의 홍수피해를 막아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유학시에 수문학도 공부했다는 이태수 박사는 "수문학자의 반론을 바란다"며 방조제 중간을 터서 다리로 연결한 다음 신시도에 항구를 건설하고, 여의도의 15배 면적만 매립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허정균 기자는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회원입니다.
이 기사는 <부안21>과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