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특수목적고(특목고) 건물에 금테를 둘러 놓았을까. 2008년 개교 목표로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계획한 공립 특목고 건설비가 학생 한 명당 돈으로 따져봤을 때 같은 시기 신설되는 일반고보다 7.5배나 더 비싼 것으로 지난 6일 밝혀졌다.
학생 한 명이 생활하게 될 학교부지 또한 특목고가 많게는 64.4평(과학고)인 반면, 이번에 조사한 일반고 평균은 11.2평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목고 학생이 6배 정도 더 넓게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 한쪽으로부터 부유층을 위한 입시명문고란 눈총을 받아온 특목고가 이번엔 나랏돈을 들이는 건설비용에서도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교육위원회 김홍렬 위원에게 보고한 '2008년 설립예정 신설고교 조서'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시민단체의 특목고 반대운동 속에서도 서울 종로구와 서울 구로구 일대에 각각 국제고와 과학고를 2008년 3월에 개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짓는 이 두 학교는 학생 2명이 화장실과 거실을 갖춘 기숙사 한 방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건물을 한층 고급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비용 합계(토지매입비 제외)를 보면 국제고는 383억3800만원, 과학고는 349억5800만원이었다. 이를 학생 수로 나눈 학생 1인당 건설비는 국제고가 8520만원이었고 과학고가 7283만원이었다.
하지만 이 액수는 같은 시기 개교하는 북한산고, 강일고, 길음고, 발산고, 잠일고, 장지고 등 무작위로 뽑아낸 6개 신설 일반고의 학생 1인당 건설비보다 평균 7.5배나 많았다. 이들 학교의 학생 1인당 평균 건설비는 1046만원에 그쳤다.
학생 차지 땅 면적도 64평 대 11평
학생들이 생활할 학교 땅의 크기에서도 큰 편차를 나타냈다. 신설 과학고의 학생 1인당 부지가 64.4평인 반면, 일반고인 장지고의 부지는 9.9평에 그쳤다. 거주형태로 견준다면 특목고는 초대형 아파트 크기인데 비해 일반고는 쪽방 신세를 면키 어려운 셈이다.
김홍렬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육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서 소수 학생을 위해 특목고 신설에 돈을 쏟아붓는 행위는 명백한 특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반고교 신설은 오히려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대입명문고로 작용하는 기존 특목고의 병폐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국가 돈으로 오히려 특목고를 더 신설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교육양극화 심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고가 신설될 서울 종로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서울D고, 영어) 교사도 "국제고 하나를 새로 지을 돈이면 콩나물 교실을 없앨 일반고를 네다섯 개는 더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혀를 찼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중견관리는 "특목고는 기숙사와 특별교실이 더 필요해 일반고보다 건설비용이 한층 많이 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한 사람의 영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에 비춰보면 이번 특목고 건설비용이 특혜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