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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상황실, 신고접수와 함께 모든 정보가 화면에 뜬다.
119 상황실, 신고접수와 함께 모든 정보가 화면에 뜬다. ⓒ 김재경
"엇, 잘못 걸렸네."

항상 긴장하며 대기상태인 안양소방서 119상황실. 전화벨이 울림과 동시에 한눈에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 화면에는 전화번호는 물론, 시간과 분초까지 모든 접수 기록이 뜬다.

고요한 정적을 깨듯 수시로 구급차와 순찰차의 교신이 들리는 상황실에는 6명의 근무자 중 3명이 격일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응급구조와 화재진압을 토의하는 직할대
응급구조와 화재진압을 토의하는 직할대 ⓒ 김재경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지만, 무슨 말인지 발음조차 분별할 수 없는 아기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렇듯 119로 걸려온 전화는 상당수가 잘못 걸려온 전화다. 현저히 줄기는 했지만 잘못 걸려온 전화는 여전히 많다고.

매달 1200여 건이 접수되는 119상황실에는 구급이나 화재는 물론, 문 잠김, 승강기에 갇히는 사고, 가스누출이나 폭발, 산악등반사고, 수영사고 등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그렇지만 10건 중 1건만이 응급을 요하는 경우고, 다수는 감기 몸살이나 두통, 문 잠김 등 경미한 사고라고.

산악인명 구조 훈련 중
산악인명 구조 훈련 중 ⓒ 안양소방서 제공
때로는 어이없는 일을 겪을 때도 있다. 관악산 등반 중 모두 하산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내려오지 못했다는 신고를 받고 많은 인력을 동원, 온 산을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미 하산해 있었던 일은 119구조대원들을 허탈하게 했다. 때로는 핸드폰 위치추적으로 집나간 부부나 자녀를 찾아달라는 요청도 허다하다.

허위신고로 출동하게 되었을 때는 과태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 "기다려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한 후 소식이 없다고.

소방대원들은 "경미한 환자는 택시를 이용하고 문 잠김은 열쇠 가게에 의뢰하면 될 일을 단순히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119를 찾고 있다"며 "긴급 출동이 급증하는 것은 119구조대가 빠르고 친절하며 공짜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119상황실은 접수를 받는 즉시 가까운 소방 파출소에 출동을 지시한다. 앵~앵~앵 분초를 다투는 사이렌 소리를 앞세우며 5분 이내 도착을 목표로 하지만 비좁은 골목에 무단 주차된 차량이나, 고층 아파트의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과 번호를 눌러야 되는 신축 건물의 무인시스템은 장애요인이 된 지 오래다.

소방통로 확보훈련 중
소방통로 확보훈련 중 ⓒ 안양소방서 제공
더러는 늦게 출동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녹음된 시각의 자료를 보여 주면 이내 잠잠해진다고.

119구조대원으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보람도 많다. 2001년 7월, 삼성천이 범람하자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시민이 천장 배관에 매달려 목만 수면 위로 드러낸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때 2명의 구조대원이 잠수하여 줄로 묶어 구조해 나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최후의 생존자 박승현양을 발견, 구조한 것도 안양119구조대의 쾌거였다. 이현옥(38) 소방교는 지난해 구급차 안에서 새 생명을 받았다. 건강이 안 좋은 환자만 수송하다가 새 생명의 탄생을 보게 된 것은 신선한 기쁨이었다고.

이렇듯 보람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7월부터 만안구 박달동과 석수3동 안양4동 주택가에서 있었던 연쇄방화 사건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소방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14건이 발생했는데도 범인은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고, 그저 지역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나마 시장이나 대형 빌딩이 아닌 주택가 쓰레기 더미였기에 천만다행이라고.

소방통로 확보 훈련 중
소방통로 확보 훈련 중 ⓒ 안양소방서 제공
구조대원들의 애환도 많다. 양승희 방호과장은 "야간 화재의 경우 지휘차량이나 진압 차, 펌프 차, 탱크 차, 사다리 차 등등 40대가 줄을 이어 출동해도 구급을 제외하면 실제 불을 끄는 인력은 15명에 불과하기에 체계적으로 움직이려면 인력확보가 큰 문제"라고 말한다.

지난해 만안구청 앞 지하 노래방 화재 때도 20여 분만에 진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연기가 유독성 가스를 내뿜으며 계단을 타고 올라가 어이없게도 3~4층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 화재 현장에는 맞춤형 인명 구조란 없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작은 불에도 유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오면 질식사할 때가 있다.

방한복을 입고 산소마스크에 봄베통을 메고 불길로 뛰어들 때, 뜨거운 열기와 앞을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시커먼 시야는 지옥을 방불케 한다. 신형 봄베는 1시간을 버틸 수 있지만, 화마 속에서 진화작업에 정신없다 보면 잔여량이 떨어질 때 들리는 경고음을 듣지 못해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불길이 갑자기 되살아나며 연쇄 폭발을 일으킬 땐 소방관들도 얼굴이나 전신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매년 8명 정도의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의 질책은 고스란히 소방대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을 때도 허다하다.

화재진압 훈련 중
화재진압 훈련 중 ⓒ 안양소방서 제공
소방서 뒤편 주차장에는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소방대원들이 일정표에 의해 굴절 사다리 차 장비조작을 훈련하고, 32명 직원 중 16명이 24시간 교대하는 직할대는 화재진압에 따른 문제점을 토론하고 있다. 이렇듯 안양 소방서에서는 최첨단 차량들이 언제나 출동체제를 갖추고 대기 상태다.

사람들은 불이 나면 당황하여 우왕좌왕한다. 판단력이 떨어져 연기에 질식하거나 높은 곳에서 무작정 뛰어 내려 인명피해가 속출한다.

화재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지구는 재래시장이다. 안양소방서에서는 재래시장(중앙)에 의용 소방대를 배치하고 조를 편성하여 순찰을 돌고 있다.

함께 동행하며 취재를 도왔던 이길재 소방장은 "119에 신고할 때는 정확한 건물의 위치(특히 구 번지일 경우) 방향이나, 화재시 무엇이 타고 있는지를 침착하게 말해야 한다. 어린이나 취객의 장난 전화나 경미한 사안의 출동은 막대한 세금의 낭비며 실제 화재시나 응급구조 출동이 늦어져 큰 피해의 요인이 된다.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119출동 요청을 자제하는 선진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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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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