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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느질 우리옷 첫 작품전을 연 소호 김해숙. 그녀는 손바느질과 천연염색한 옷에 직접 그림을 그려넣는다.
손바느질 우리옷 첫 작품전을 연 소호 김해숙. 그녀는 손바느질과 천연염색한 옷에 직접 그림을 그려넣는다. ⓒ 소호갤러리 제공
소호의 옷은 질그릇이다.
광채나는 백자나 청자가 아닌
툭툭 불거지기도 하고 띄엄띄엄 티들이
제 모양대로 섞이어진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에서
편하게 쓰여지는 질그릇
밭이랑 고르시던 아버지의 막사발이거나
집안일 힘겨움을 축이던 어머니의 물사발이거나
설거지 그릇에 섞여 이라도 나가면
들꽃 한줌 꽂아둬도 좋을 꽃그릇
그런 질그릇같이 편하고 소박한 우리네 옷
소호의 옷에는 들꽃이 담겨있다.
자신을 닮은 들꽃의 모양과 색들
질그릇에 담겨진 들꽃처럼 소박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우리네 옷.

-권미강


조선시대 여인들에게 바느질은 여성으로서 자유롭지 못한 한과 짊어졌던 짐들을 한 땀 한 땀 한숨과 함께 풀어내는 회한의 규방문화였으리라.

규방문화의 중심이었던 바느질이 지금의 여성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도 조선시대의 여성보다는 훨씬 자유로워진 현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월 7일부터 오는 2월 12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소호 김해숙씨의 작품전
지난 2월 7일부터 오는 2월 12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소호 김해숙씨의 작품전 ⓒ 권미강
물론 누비니 퀼트니 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바느질을 즐기고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취미이거나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소호 김해숙의 바느질은 취미도 직업도 아니다. 그녀의 바느질은 속 아프게 앓아왔던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명상이며 마흔 줄을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찾아낸 자신의 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바느질은 우리옷 중에서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무명이나 삼베를 소재로 한 서민들의 옷이다.

'비싼 수입천이나 밍크보다도 옛 무명을 귀히 여긴다'는 그녀의 말처럼 목화를 심고 실을 만들고 천을 짜서 손수 해 입었던 옛 조상들의 정성이 돋보이는 무명이야말로 그녀의 마음 길을 차분히 다듬어내는데 더없이 좋은 소재인 것이다.

소호는 들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옷에는 들꽃들이 많이 그려지거나 수놓아져 있다.
소호는 들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옷에는 들꽃들이 많이 그려지거나 수놓아져 있다. ⓒ 권미강
동해의 땅끝 호미곶이 있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소호갤러리'라는 전통찻집 겸 우리옷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옛 것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아끼며 수집한다.

그래서 그녀의 공방은 온통 옛것의 보물창고 같다. 그곳에서 자신이 지은 무명옷을 입고 손바느질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 땀 한 땀 남편들과 자식들의 옷을 짓던 조선시대 어머니 그대로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이면 뭐든 자신이 있었다는 그녀가 불혹이라는 나이에 우리옷을 만들게 된 것은 한 전시회에서 춤을 춰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다.

수놓여진 모습이 밤하늘의 은하수같다고 해서 붙인 은하수바느질법이다. 그녀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수놓여진 모습이 밤하늘의 은하수같다고 해서 붙인 은하수바느질법이다. 그녀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 권미강
젊었을 때 에어로빅 강사이기도 하고 춤이 좋아서 자신의 평을 빌면 '멋대로인 춤'을 간간히 춰왔던 그녀는 평소의 바느질 재주를 이용해 자신의 춤옷을 만들었단다.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서 그녀는 돋보였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그녀가 만든 춤옷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이후 '한 벌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는 제의가 연이어 들어왔고 그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우리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은 기존의 옷들과는 좀 다르다. 무명에 천연염색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들꽃들을 그렸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패랭이꽃을 즐겨 그려 넣었는데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패랭이꽃에 대한 추억 때문이란다.

들꽃이 그려진 조끼 (앞면)
들꽃이 그려진 조끼 (앞면) ⓒ 권미강
들꽃이 그려진 조끼(뒷면)
들꽃이 그려진 조끼(뒷면) ⓒ 권미강
이제 바느질한 지 5년 남짓.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바느질 연수로 쳐서는 너무 빠른 작품전이 아니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작품전을 통해 '이제 자신을 가지고 시작하니 지켜봐주세요'라며 세상에 알리는 것이란다. 그래야 더 책임 있게 제 길을 갈 수 있으니까.

전시장에 온 아이들이 신기한듯 소호 김해숙의 옷을 보고 있다.
전시장에 온 아이들이 신기한듯 소호 김해숙의 옷을 보고 있다. ⓒ 권미강
지난 2월 7일 포항문화예술회관 1충 전시실에서 오프닝 행사를 연 소호 김해숙은 이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우리옷'을 선보이고 우리옷 연구가로서 새로운 인생의 돛을 달았다. 질박한 우리옷에 자신만의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끼를 한껏 표현해내는 소호. 그녀의 옷이 기대된다.

소호 김해숙의 손바느질 우리옷 작품전 '패랭이를 그리며'는 2월 12일까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포항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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