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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눈이 그 헝클어진 덤불을 하얗게 채우자 그 순간 덤불의 어수선함은 어디로 가고 순백의 아름다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 김동원
보통은 검단산을 오르는 내내 길의 양옆으로 자리한 무성한 나무숲이 시야를 막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검단산에 눈이 내리면 시야를 막던 그 숲으로 자꾸만 시선이 돌아간다. 정상을 생각하며 앞으로만 오르던 길을 눈 내린 산에선 자꾸 옆을 보며 가게 된다. 옆을 보며 가다보니 산을 오르는 길이 마치 평지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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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끝은 매섭고 옷깃을 파고드는 추위도 만만치 않지만 산 전체가 모두 눈꽃나무로 가득 찬 풍경은 잠시 우리들로 하여금 겨울을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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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가지 끝에 내려앉은 눈에 의해 눈꽃이 피고, 또 세상이 눈에 덮여 하얗게 된 것이건만 산을 오르다보면 가지 끝에서 눈꽃이 피어나고 그 눈꽃이 날려 숲이 하얗게 덮인 느낌이다.

ⓒ 김동원
만년 청년 소나무는 오늘 졸지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쭈뼛쭈뼛 세우고 있던 솔잎이 하얗게 늘어져 수염이 되었다. 바람이 흔들자 소나무를 에헴, 에헴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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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길을 걸어 정상에 오른다. 그 하얀 길을 걸어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내내 주변은 모두 하얗다. 온통 하얀 빛으로 시선이 채워지고, 그러다 보니 그 길을 오르며 들이쉬고 내뱉는 가쁜 숨도 오늘은 모두 하얀 빛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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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팔당호가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팔당댐을 사이에 두고 위쪽과 아래쪽이 그 색깔을 분명하게 가르고 있다. 위쪽으로는 호수를 덮은 얼음 위로 하얗게 눈이 덮여있고, 아래쪽으로는 물이 제 물빛 그대로 일렁거리며 서울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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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정상. 원래 검단산은 하남시는 물론이고 인근 서울의 주민들도 많이 찾아 평일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산이다. 그러나 눈이 내린 날의 검단산은 한가했다. 올랐다가 내려오며 만난 사람들을 모두 꼽아야 20여명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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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의 중턱에는 약수터가 하나 있다. 검단산의 약수터는 사람들의 갈증난 목만 축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곳의 약수터는 목마른 사람에겐 물을 주고, 시간이 궁금한 사람에겐 시간을 알려주며, 기온이 궁금한 사람에겐 기온도 알려준다. 나는 시간과 기온은 궁금해 하지 않았으며, 바가지에 가득 채운 약수로 목의 갈증만 축였다.

ⓒ 김동원
약수터에서 내려보니 하남시의 여기저기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도시의 인근에 이런 산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어둠에 쌓인 산길을 손전등으로 밝히며 휘적휘적 산길을 내려왔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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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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