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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한 일간지가 촉발시킨 "만평파문"이 관련당사자들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진정되지 않고 유럽과 이슬람 사이의 문명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인 유럽과 이슬람권에 거주 중인 시민기자 알렉스 크라베와 릴리 율리안티가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오마이뉴스>에 전해왔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시민기자의 시각으로 바라 본 현지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 마스크를 쓴 한 팔레스타인인이 6일 베들레헴의 요르단강 서안마을에서 유럽 신문들의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 풍자 만평 게재에 대한 항의로 예수탄생교회 앞에서 덴마크기를 불태우고 있다.
ⓒ AP=연합뉴스
"문명은 광신주의와 피 그리고 야만을 먹고 자란다."
- 베단타(Vedanta) 사상 이끈 인도의 영적 지도자 스와미 비베카난다(1863-1902)


기회주의자들의 선동이 주목을 끌고 있는 요즘,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교훈은 어떤 의미를 주고있는가? 2005년 9월 덴마크의 우파 신문 <율란츠 포스텐>이 논란이 된 만평을 게재해 촉발시킨 어리석은 선동을 틈 타 파렴치한 종교 광신주의자들이 인류의 공통가치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해당 신문사 편집장의 공식사과가 이어졌다. 코피 아난 국제연합 사무총장 역시 분노한 시위자들에게 "신문사의 사과를 받아들일 것"을 수차례에 걸쳐 권고했다.

인류는 지구 상에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광신주의에 휩싸여 이슬람과 비이슬람을 나누며 화해할 수 없는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인간이 만든 편견과 증오 그리고 고통의 거대한 수레를 이끄는 광신자들의 원동력은 바로 피를 부르는 폭력이다.

광신자들 문명충돌로 몰아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스와미 비베카난다나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평화의 사도들이다. 이런 평화의 사도들은 광신주의자들에게 진정한 악몽이다. 화해의 본보기였던 요하네스 라우 전 독일 대통령의 장례식이 독일 국민의 애도 속에 지난 수요일 베를린에서 치러졌다. 사민당 당원이자 열성 기독교인이었던 고인의 평생 과업은 "분열을 넘어 화해를 추구하고 통합을 이루며 갈라진 국토의 벽을 거두어 전선의 참호를 메우는 것"이었다.

우리 앞시대의 지혜로운 이들과 달리 우파 선동가들은 언론의 자유와 무모한 선정주의의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서구와 이슬람 양쪽의 광신자들이 이번 사건을 "문명의 충돌"로 몰고 가려는 수상한 기미가 배후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율란츠 포스텐'지의 담당자들은 문제의 만평이 게재된 직후 덴마크 내의 이슬람 사회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의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자 해당 신문의 일부 기자들은 벌집이라도 건드려 보겠다는 듯 덴마크의 이슬람 사원을 찾아가 이슬람 신자들과 지도자들에게 왜 만평에 반응하지 않느냐고 직접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런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의 이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우리가 과연 직시하고 있는가?

죽음을 부르는 선동의 배후

▲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에 게재된 문제의 만평 중 하나
아프가니스탄의 마자마 시에서는 분노한 군중들이 노르웨이 국제평화유지군 주둔지에 대한 습격을 시도하면서 시위가 폭력으로 치달아 3명이 사망했다. 앞서 덴마크 대사관에 진입하려던 시위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시위 도중 2명이 사망했다. 시위 지도부는 인명 손실이 없도록 충분히 주의했어야 했다.

이런 시위 주도자 중 한 사람이 아크마드 아카리다. 덴마크 내 21개 이슬람 단체 연합의 대변인이기도 한 그는 <브뤼셀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감출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그는 "덴마크에 팽배한 반 이슬람 정서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아마드 아부 라반과 같은 덴마크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집트와 레바논에 유포한 매우 모욕적인 세 편의 만평을 제시했다. 종교문제로 또 다른 내전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는 레바논 시민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식의 대응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은 더욱 심각하다.

CNN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은 이슬람의 의견을 존중해 우파 성향의 <율란츠 포스텐>이 2005년 9월에 실은 문제의 만평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아카리가 제시한 세 편의 만평은 <브뤼셀 저널>에도 게재되지 않았다. 이런 만평은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출간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최근 이슬람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는 마호메트로 보이는 인물을 돼지로 묘사하고 있는 선전물이다. 그러나 블로거들은 이 이미지가 2005년 프랑스 돼지울음소리 흉내내기에 참가한 자끄 바로의 모습을 변조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미지의 제작자는 자신은 속임수로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이 퍼뜨리는 왜곡된 견해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

평화공존과 문화소통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이슬람에 대한 <율란츠 포스텐>의 무례는 비록 해당 신문사가 사과하기는 했지만 상호 존중에 대한 이해의 결여를 여지 없이 드러낸 사건이었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 일부 언론인들의 처사와 대다수 덴마크 사람들이 가진 정서가 같지 않음을 밝히고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도 덴마크 총리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슬람 주류 국가 안에 있는 언론인들과 기독교 사제들 그리고 정치인들 역시 증오의 선동을 부추기려는 이들을 비판해야 한다.

이번 주 초 코펜하겐의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는 문화충돌을 넘어 진일보한 공존의 길을 제시해 주었다. 덴마크의 이슬람 신자들과 비이슬람신자들은 편견과 선동에 맞서 종교간 평화와 관용을 요구하며 하나 된 마음으로 거리에 섰다. 이런 소식이야말로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알렉스 크라베 (*번역:이완기)

인도네시아, "불경 만평"에 분기
이슬람 단체, 인니 정부에 덴마크 주재 대사 소환 요구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Jyllands-Posten)'이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형상을 그린 만평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슬람 단체들의 분노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3일간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 여타 유럽 국가 매체에서 문제의 만평을 다시 게재하면서 촉발되었지만 '율란츠 포스텐'이 처음 만평을 게재한 것은 작년 9월이었다.

자카르타에서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포럼(FUI)'이라는 단체가 마호메트의 캐리커처를 신문에 게재하거나 이슬람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성명서를 발표해 무슬림에 모욕을 가한 국가들에 대해 집단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FUI 사무총장 알 카트타트 (Al Kahthtath)는 이 단체의 위임을 받은 법률전문가들이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미국에 대한 집단소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트타트 총장은 미국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두교서가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카트타트 설명했다.

지난 목요일 서부 슐라웨시 지방의 마카사르에서는 이 도시를 방문한 덴마크 적십자 사무총장 위르겐 폴센이 수십명의 이슬람 활동가들에게 둘러싸여 만평게재에 대해 해명을 강요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서부 슐라웨시 주지사 관저에서 폴센의 차를 가로막고 만평게재 동기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폴센은 이 자리에서 자신도 언론인인 입장에서 타종교에 대해 불경스러운 기사나 만평을 게재하는 일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시위자들에게 답변했다.

폴센은 "만평을 신문에 게재한 것은 부주의한 결정이었으며, 덴마크 적십자는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2일 자카르타에서는 인도네시아 주재 덴마크대사 닐 에릭 안데르손이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들에게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안데르손은 무슬림 활동가들에게 이 사과성명서가 이틀에 걸쳐 인터넷 및 인쇄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 성명 발표에 앞서 자카르타에서는 시위대가 덴마크 대사관에 달걀과 토마토를 던지기도 했다.

전국 및 지역별 이슬람 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덴마크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이미 유럽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한 다른 무슬림 국가들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자들은 또 덴마크와 프랑스 언론의 만평게재 사실을 보도하면서 문제의 만평을 그대로 다시 실은 자카르타의 한 지방지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번역: 조서영) / 릴리 율리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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