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런던국립박물관 소장)
1. 1라운드: 대체 그림의 정확한 이름은?

책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의 표지에는 얀 반 에이크의 1434년 작 '아르놀피니의 약혼'이 실려 있다. 이와 비교할 책 <명화를 보는 눈>에는 이 그림을 첫장에 소개하면서 그림의 제목을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라고 쓰고 있다. '그림 보여주는 손가락'으로 유명한 네티즌 '김치샐러드'는 이 그림의 제목을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체 어느 제목이 정확할까?

그림의 원제목을 확인해 보기 위해 그림을 소장한 런던국립박물관 사이트를 찾아 보았다. 확인한 결과 그림의 원제목은 'The Arnolfini Portrait',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맞는 말이었다.

▶런던 국립 박물관 사이트의 소개 : http://www.nationalgallery.org.uk/cgi-bin/WebObjects.dll/CollectionPublisher.woa/wa/work?workNumber=ng186

2. 2라운드 : 그림은 결혼식 장면일까?

그렇다. 그림은 결혼식에 입회인으로 온 반 에이크가 그린 것이다. 그림의 볼록거울 위에는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는 말이 라틴어로 적혀 있다. 그런데 두 책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는 이를 약혼식이라고 얘기하지만 <명화를 보는 눈>은 결혼식 장면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혼과 약혼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모두 입회인이 참석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입회인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결혼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명화를 보는 눈>에서는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성과 은유를 설명하면서 이 장면이 결혼식임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림의 샹들리에를 보면 촛불이 하나만 켜져 있는데 이는 중세 이래로 '혼례의 촛대'라고 불리며 결혼을 상징한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오른쪽의 침대 뒷벽의 의자 등받이에는 두 손을 모은 성녀 마르가리타의 상이 있는데 이는 자식을 고대하는 여성의 수호상이라고 <명화를 보는 눈>은 덧붙여 설명해 준다. 두 사람의 발치에 있는 개는 충절의 상징으로 이 결혼식으로 서로간의 믿음이 변치 않음을 상징해 주고 있다.

3. 3라운드 상대방의 책에 없는 얘기들

그러고 보니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대한 대목만 눈여겨봤을 때 마치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가 사실 전달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비평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명화를 보는 눈>에는 없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그림의 볼록거울에 대해 당시의 거울 만드는 기술이 초보적이었기에 볼록거울이 되었다는 얘기와 함께 거울과 관련된 빛의 반사현상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언급한 대목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책은 언급된 그림에 대해 과학적인 주제를 잡아 쉽게 얘기해 주는 부분을 하나씩 담고 있다. 당시로서는 매우 정교하게 그려진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사실은 광학을 이용해 영상을 얻었으며 반 에이크는 그 영상을 화폭에 비추에 색을 칠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옮기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은 책에서도 말하지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반면 <명화를 보는 눈>은 그림 속에 담긴 여러 가지 상징적 장치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놓인 것 같은 창 앞의 오렌지와 사과까지도 종교적 상징성을 내제하고 있음을 <명화를 보는 눈>을 통해 알 수 된다.

4. 4라운드 대체 몇 편의 그림을 어느 정도로 언급하고 있는가?

본격적으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명화를 보는 눈>은 모두 29편의 그림을 얘기해 주고 있고 그림 얘기에 가벼운 과학이야기를 덧붙인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는 18편의 그림을 얘기해 주고 있다. 편수가 많은 만큼 <명화를 보는 눈>에서 하나의 그림에 할당된 페이지는 적다. 그렇다고 내용이 지나치게 간략화 되었거나 한 것은 아니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는 그림 이야기에 과학적인 주제에 대한 설명이 따라 붙기 때문에 한 편에 할당된 페이지수가 많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하나를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명옥.김제완.김학현.이상훈.이식 지음, 시공사(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