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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장에서 찍은 아들
초등학교 입학식장에서 찍은 아들 ⓒ 이은화
반면에 아들은 어려서부터 잦은 잔병치레로 유치원도 결석이 잦았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한글도 채 깨우치지도 못했습니다. 더구나 3학년까지도 자주 아파서 자주 결석했습니다. 이미 학원에서 배운 선행학습으로 앞서 나가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기가 죽은 아들은 공부에 재미마저 잃었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에 '건강하기만 해라!' 하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앞서가는 아이들과 아들을 비교하며 나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학원에 보내보기도 하고 과외도 시켜보기도 했는데 아이의 성적이 영 오르지 않는데다 오히려 아이가 더 공부에 싫증을 내고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기초가 없는 가운데 학원에 다녀도 결국 뒷자리에서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것이었고 과외도 그룹과외였기에 늘 처져 있는 상태에서 점점 더 공부에 흥미만 잃는 결과만 초래했습니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공부 잘하던 딸아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자. 그리고 조바심을 가지지 말고 소신 있게 아이를 가르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교육문제로 남편과 의견이 달라 간혹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남편은 그래도 공부를 해야 하니 붙들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끔 해주자고 하였습니다.

아들은 아주 꼬맹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을 만들고 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공부할 때에는 단 10분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을 만들 때에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열중을 합니다.

아들한테 찰흙을 잔뜩 사다주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은 대로 가지고 놀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학교는 건성으로 갔다오고 집에 오면 만들기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때 찰흙으로 만든 작품 [병아리]
초등학교 1~2학년때 찰흙으로 만든 작품 [병아리] ⓒ 이은화
아이의 이런 모습을 놓고 남편과 저는 갈등을 많이 겪었습니다. 남편은 저의 이런 교육이 맘에 들지 않았고 더구나 미술처럼 예술교육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우리 형편에 아이를 가르칠 수 없으니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가르쳐서 지 밥벌이는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남편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저는 아이의 학교 공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내일이 시험이라도 아이가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한다면 몰라도 억지로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반대로 제대로 된 미술교육도 시킬 수 없었고 단지 아이 혼자서 뚝딱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찰흙을 주무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을 만들면 작품으로 인정해주고 사진 찍어주고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볼펜크기와 비교해 본 작품들
볼펜크기와 비교해 본 작품들 ⓒ 이은화
학교 선생님들도 지훈이가 공간창의능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점심시간에 나오는 요구르트를 나눠줄 때에도 다른 친구들은 그냥 나눠주지만 지훈이는 요구르트병으로 멋진 탑을 쌓아 아이들에게 나눠주는데 친구들이 재밌다고 감탄을 하기도 한답니다.

갑자기 졸업식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어느새 방송으로 하던 졸업식이 끝나고 각자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졸업 축하 말씀을 하신 뒤 앨범과 상을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 아들도 상장을 하나 탔습니다. 6년 동안 미술과 관련된 상을 많이 탄 것과 미술에 재능이 특별하다고 하여 받게 된 상장입니다. 남들은 학력우수상에 기타 대외상에 기뻐하지만 저는 아들의 재능이 인정받은 상이라 더욱 남달랐고 소신 있게 교육한 것에 만족합니다.

얼마 전 학원에 다니는 것이 싫다고 하여 초등학생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에 비해서 공부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학교를 다닌 우리 아들이 훨씬 행복하게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맘껏 뛰어 놀았고 맘껏 그림 그리고 만들고 하여 오히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자랐다고 생각을 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식
초등학교 졸업식 ⓒ 이은화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그래도 기초는 가르쳐야 하겠다는 생각에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누나한테 부탁을 해서 공부를 시켜보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공부에 취미도 없고 10분도 집중을 하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누나가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합니다.

또 그렇게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듣던 아이가 누나가 하나 가르쳐주면 같은 유형의 문제를 거뜬하게 풀어낸다고 합니다. 모든 것에도 때가 있듯이 공부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욕심에 초등학교부터 너무 지나치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아들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됩니다.

비록 지금 조금 늦더라도 아들이 자유롭게 초등학교에 다닌 것에 만족하며 더없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준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아들아, 졸업 축하한다. 이제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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