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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늘의 도', 조광조의 마지막 1개월 집중 조명

▲ 역사소설 '하늘의 道'를 연재하는 소설가 정찬주씨의 산방(山房) 이불재(耳佛齋).
ⓒ 최연종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 인근에 이불재(耳佛齋)라는 산방(山房)을 짓고 농사일과 집필에 전념하고 있는 소설가 정찬주(53).

그가 풍운의 개혁정치가인 정암 조광조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 소설 <하늘의 道>를 화순군 홈페이지에 오늘(22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1주일에 한 번 원고지 50매 분량으로 1년 동안 50여회 연재하는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글을 군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일은 전국 지자체에서 화순군이 유일하다.

그는 인간 조광조의 모든 것을 다룬 뒤 평가는 독자에게 맡길 생각이라고 했다. 도학자(道學者)로서 성리학자이기도 한 조광조의 개혁과 실천유학 사상을 대서사시로 그려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암 조광조를 중심으로 '하늘의 道'가 무엇인지, 화순의 풍속, 의식주, 관혼상제, 화순의 풍광 등을 소설에 녹여내고 싶습니다. 이를 계기로 조광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개혁은 순수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조광조의 개혁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개혁의 순수성과 진정성면에서 성공했다고 표현한다. 사림과 서원문화를 꽃피우는 계기도 정암의 큰 업적이라고도 했다.

▲ 역사소설 '하늘의 道'를 화순군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소설가 정찬주.
ⓒ 정찬주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것이 '하늘의 道'라는 정찬주는 조광조가 하늘의 도를 펼치다가 훈구파의 모략에 걸려 능주로 유배된 뒤 쌍봉사에 머무는 학포 등을 만나는 과정 등을 소설에 담았다.

소설은 조광조가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능주에 유배를 와 살다가 사약을 받을 때까지 1개월 동안 주로 능주를 배경으로 정암 조광조와 학포 양팽손 등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정암이 "화순에 와서 학포와 김굉필, 정여해 등과 교류했다는 기록이 있는 등 조광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나 소설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며 "이번 소설에 담아내겠다"고 했다.

5년 전 서울에서 낙향, 직접 작업실 지어

'솔바람으로 귀를 씻어 진리를 이루는 집'이라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는 5년 전에 서울에서 낙향해 쌍봉사 앞에 손수 지었다. 재 하나만 넘으면 그가 태어난 보성군 복내면 바람재 마을이다.

6·25 난리 중에 태어나 100일만에 제주도로 피난을 갔다 다시 부산으로, 광주로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안착한 곳이 서울이다.

가까운 인척은 없지만 쌍봉리는 정씨 집성촌인데다 대학교 때 쌍봉사에서 습작했던 경험이 인연이 돼 아예 이곳에 눌러 앉았다.

서울에 두 딸과 아내를 두고 혼자 낙향, 처음에는 보름에 한 번 가족들을 만나러 갔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내려온다고 했다.

"질서가 흐트러지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게 산속 생활입니다. 산속에 산다고 해서 은거나 현실도피는 아니지요. 내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저잣거리에서 사는 분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논농사는 지을 줄 모르지만 소일거리로 15가지의 작물을 심어 농한기인데도 쉴 틈이 없다는 그는 오전에는 주로 글을 쓰고 오후에는 밭일이나 취재를 나간다. 현재 <주간동아>에 '茶人 기행'을 2년째 연재하고 있다.

화순은 소리의 메카

▲ 화순군 이양면 쌍봉리에 있는 이불재 표석. 뒤로 이불재가 보인다.
ⓒ 최연종
소설가 정찬주는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문예지 <한국문학>에 '유다학사'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백제 성왕의 비원과 왕인의 야망을 그린 <대백제왕>, 중앙일보에 연재한 산문집 <선방 가는 길>과 <암자로 가는 길> 등을 펴냈다.

불교 관련 저서가 특별히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문학의 뿌리가 불교에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불교철학이나 불교문학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화순은 소리의 메카입니다. 보성보다도 내세울만한 것이 소리지요."

그는 과거에 능주의 관기(官妓)들이 소리를 배웠고 대금의 명인 한주환 선생과 이생강 선생을 비롯해 명창 임방울, 성우향, 조상현 선생과 공옥진 여사 등이 직접 화순에서 소리를 배웠거나 아버지 등이 화순사람으로서, 소리의 역사가 매우 깊다는 것.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를 소재로 한 대하소설을 구상중이라는 그는 화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묘사해 전국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은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등 다산의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조광조는 얼마나 큰 인물입니까?"

조광조 유배지 정화사업 등 외적인 사업도 좋지만 소설을 통해 정암의 사상이 전국에 소개되면 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조광조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재소설을 통해 화순군의 문화와 역사, 자연은 물론 정암 선생 유배지와 한말 의병유적지인 쌍산의소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연재소설을 마치면 TV 드라마 제작을 통해 관광자원화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현재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 제의한 상태다.

"조광조를 조광조이게 한 그의 진정성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소설은 바로 그것을 남김없이 그려내는 대서사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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