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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농악에 등장하는 비리쇠 '나잘라'. 자신의 코가 크기 때문에 남근도 커서 장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자기도취적이고 건방진 성격이 특징이다.
영광농악에 등장하는 비리쇠 '나잘라'. 자신의 코가 크기 때문에 남근도 커서 장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로 자기도취적이고 건방진 성격이 특징이다. ⓒ 동덕여대
"굿놀이와 잡색놀이에는 삶에 대한 해학과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노는 행위인, 연희(演戱)를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사업으로 '전통놀이와 춤' 콘텐츠 개발을 책임졌던 동덕여대 미술학부 황우철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는 "전통놀이와 춤의 생명력은 연희현장에 있다"며 "우리의 전통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애환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을 때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놀이와 춤의 생명력은 연희현장에 있다"

굿놀이와 잡색놀이란?

굿놀이는 무당이 가장인물(일부는 가장인형)로 분장하여 재담(노래 포함), 행위 등을 통한 연극적 전개를 보여주는 놀이이다.

잡색놀이는 농악에서 잡색들이 벌이는 춤, 동작, 노래, 재담 등 연희적 행동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잡색이란 가면을 쓰거나 혹은 인형을 통해서 하나의 등장인물 성격을 지니고 농악에 참여하는 연희자를 의미한다.
'전통놀이와 춤'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개발했다. 놀이와 춤의 자료 정리와 학술적인 고증은 학자들이, 산업화 디자인과 캐릭터 개발은 동덕여대가, 콘텐츠 서비스는 웹개발 회사가 담당했다.

콘텐츠는 굿놀이 33종, 농악 잡색놀이 18종, 전통춤 2종 등으로 구성됐다. 황 교수는 특히, "그동안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이너' 성격의 전통놀이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 콘텐츠 개발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봉산탈춤처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놀이는 학술적으로도 잘 정리됐을 뿐만 아니라 연구학자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놀이는 자료정리조차 안 되어 있습니다. 영감놀이, 영광놀이 등 연희 현장을 찾아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을 누볐습니다. 그렇게 전통놀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콘텐츠 개발은 진흥원 지원사업 일정에 따라 8개월여가 소요됐다. 황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8개월이라는 제한된 기간 때문에 직접 연희 현장을 찾지 못하고 정리한 자료가 몇몇 있었다는 것.

"연희 현장에서 드러나는 놀이와 춤을 제대로 고증하고 복원하려면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자료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마이너 성격의 놀이다 보니 연희 내용과 복식 등이 매년 달라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연희를 몇 번 정도는 지켜봐야 콘텐츠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동덕여대가 다룬 놀이와 춤은 그때그때 연희 상황에 맞춰 이야기가 바뀌기도 하고, 탈과 의복 등 가장 형상도 변한다. 황 교수는 개발결과물의 80% 정도에 이러한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부분은 진흥원의 콘텐츠 심사과정에서 '왜 서울과 부산의 놀이에서 드러나는 복식이 각기 다르냐?'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전통놀이와 춤은 연희 자체의 변화가 중요한 특징"이라고 전제하며 "같은 연희라도 인간의 고민거리를 없애거나, 집안의 다툼을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건이 첨가되거나 하며 주제도 매년 변하는데 하물며 복식이 안 바뀌겠느냐?"고 항변했다.

세경놀이에 등장하는 여인 '풍풍'(왼쪽)과 남해안 별신굿 판놀음에 등장하는 기생 '기쌩쌩'
세경놀이에 등장하는 여인 '풍풍'(왼쪽)과 남해안 별신굿 판놀음에 등장하는 기생 '기쌩쌩' ⓒ 동덕여대
"전통놀이 모형 인물 놀이공원 만들자"

콘텐츠 구성요소 중 가장(假裝-분장, 인형 형상 등) 인물을 개발했던 변용석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는 이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문화원형사업은 궁극적으로 문화콘텐츠를 사업화하기 위한 것인데, 막상 개발을 하다 보니 사업화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는 것.

"놀이와 춤에 대한 자료는 정본이 아니라 판본만 있다고 보면 됩니다. 모형 인물이 오른쪽 발목에 리본을 맨 경우가 있는데 물어보면 그냥 맸다고 하는 식이거든요. 두루마기를 입어야 하는데 격식을 파괴하기도 하고, 평상시 옷을 입은 인물에게 '네가 기생이냐?' 그러면 기생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복식이나 색상 등에 대한 규정을 너무 앞세웠어요."

변 아티스트는 이어 "정해진 틀이 없는데도 그 틀을 만들라고 해서 힘들었지만, 연희 현장에서 이야기로 드러나는 인물의 역할과 성격 등을 고려해 인물 작업을 진행했다"며 "전통놀이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위해 가장인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여러 놀이공원을 보면 국적 불명의 모형 인물이 넘쳐납니다. 아이들 생활공간에 전통놀이 인물을 보급한다면 우리 전통을 알리면서 수익도 함께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 모 건설업체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형 인물 놀이공원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전통놀이와 춤'은 전국에 흩어져 연희 되고 있는 굿놀이와 농악 잡색놀이를 정보로 저장했다는 점에서 자료가치가 높다. 이들에 대한 원천자료는 웹사이트를 통해 문자, 사진, 동영상 으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여러 놀이와 춤을 정리했음에도 마이너 성격의 놀이와 춤에 대한 원천자료를 모두 모으지 못한 한계도 드러낸다. 이는 그 전승이 끊겨 연희자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경우나, 연희자들이 구술한 것에 의존한 원천자료만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업화를 위해 개발한 모형 인물은 2D 79종, 3D 5종, 상품화 10종 등으로 구성됐다. 모형 인물은 놀이와 춤의 현장 가변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원형 가치를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며 개발했다. 하지만, 영광농악 등 소수 놀이를 제외하고는 전수되어 온 복식이나 디자인 기본이 확실하지 않고 최근에 창작된 것인 경우 고증에 어려움이 많았다.

영광농악에 등장하는 홍적삼 '주책꽝'. 어려서부터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온 몸에 주독이 퍼진 인물로 여기저기 간섭하며 주책을 부리지만 세상에 대한 하소연을 우리 대신 하는 대변인 역할도 한다.
영광농악에 등장하는 홍적삼 '주책꽝'. 어려서부터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온 몸에 주독이 퍼진 인물로 여기저기 간섭하며 주책을 부리지만 세상에 대한 하소연을 우리 대신 하는 대변인 역할도 한다. ⓒ 동덕여대
정부의 문화원형사업 추가지원 아쉽다

황 교수는 "진정한 사업화는 이제부터인데 정부(진흥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며 "문화원형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원형사업은 원천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하는 데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화를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개발된 문화콘텐츠 중에서 사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것들에 대해 추가로 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차 문화원형지원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성공 뒤에는 광대와 관련된 자료를 집대성했던 문화원형콘텐츠가 있었다. 이는 영화제작비를 절감하는 효과와 더불어 우리 문화원형의 정확한 복원이라는 성과를 함께 이뤘다. '전통놀이와 춤'에 담긴 문화원형 역시 잘 다듬고 가꾼다면 그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동덕여대 '전통놀이와 춤' 콘텐츠 자료 열람
http://www.culturecontent.com -> 문화원형관 -> 전통놀이와 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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