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조성될 새만금 평원의 임해공단은 군장산업기지와 맞물려 이 지역을 21세기 한국산업을 이끄는 중심지역으로 만들 것입니다. 고군산군도에는 연간 5000만 톤 하역능력의 새만금국제항이 들어서서 서해안의 새 관문이 될 것입니다."
1991년 11월 28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새만금사업 기공식에 참석하여 행한 연설 가운데 한 부분이다. 그러나 98년 감사원의 새만금 감사에서 새만금사업은 처음부터 논 만드는 사업이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새만금사업은 시작부터 정치권의 대국민사기극이었던 것이다.
농림부 "새만금사업은 논 만드는 사업"
지난 2월 2일 새만금방조제 끝막이공사 현지공정점검차 군산 신시도를 방문한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땅의 기본은 농지로, 간척지 전체를 농지로 활용한다는 기본계획에는 한치의 변화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나야말로 새만금사업을 앞당겨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선거철만 되면 온갖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부분 언론은 이를 여과없이 전달하였다. 이로 인해 새만금 간척지가 농지로 쓰일 것으로 믿는 전북 도민들은 거의 없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새만금 환상곡'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초기에 기업도시론, 물류기지론을 내세우더니 2004년 7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이 나오자 "새만금 지구에 세계 최대 규모인 540홀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새만금 항소심 승소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만금 신시도에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타워 건립안은 '신시도 월령봉 정상(해발 180m)에 타워를 세우고, 이 산 아래에 방조제 연결도로(1㎞) 및 주차장(3만평)을 만들어 정상까지 케이블카(750m)를 운행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지난 1월 언론에 보도되며 오는 5·31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강현욱 도지사 "기업도시-세계최대 골프장-새만금타워"
이러한 발표를 하면서 강현욱 도지사는 "2005년도에 새만금 방조제에 200만명의 관광객이 왔다"고 했다. 어디서 이런 수치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500만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수치이다. 200만명이면 하루 평균 5500명 정도이며 일주일에 4만명 정도이다. 현재 개방된 방조제 1공구를 가보면 평일에는 거의 사람 출입이 없다.
도지사 후보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김완주 전주시장은 "새만금을 연계한 도내 각 지역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자기부상열차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1월 2일에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이에 "국내외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에 1조원대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13억 중국시장의 부를 끌어들이는 말굽자석" 김세웅 무주 군수
지난 2월 7일 김세웅 무주군수는 '새만금의 기적을 위한 말굽자석 플랜'과 '만경운하 뱃길 복원 계획'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였다. '새만금 말굽자석 플랜'이란 말편자와 말발굽이 이로운 것은 서로 끌어당기고 해로운 것은 서로 밀어내 행운을 상징하는 것처럼, "13억 중국시장의 부(富)를 말굽자석(새만금과 전북)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으로 이를 위해 그는 새만금을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가장 쉽게 즐겨찾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한류 관광산업의 중심지역이자 황해도시 공동체의 허브마켓시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군수는 또한 새만금 효과를 내륙중심으로 직접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만경운하 뱃길 복원사업'을 제안했다. 새만금에서 전주시내 복판까지 호화 유람선을 오가게 하고 43㎞의 운하구간(김제·군산·익산·전주) 양안을 테마도시화해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들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대동여지도에 나타나는 만경강 일대 10여개 나루터 주변에 ▲35사단 에코타운 배후 카페도시 ▲삼례·왕궁 백제역사도시 ▲춘포 배후습지공원 ▲익산 목천포 벚꽃타운 ▲만경지구 농경문화 테마도시 ▲군산지구 해양생태 테마도시 ▲워터파크 테마도시 ▲추억의 시대 테마도시 ▲영상촬영 도시 등 테마도시 등을 건설하자며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대부분 언론이 그 실효성이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전북 도민들에게 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 무대의 정치인들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정동영 "앞으로 새만금으로 전국민이 먹고 살 것"
작년 8월 1일 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새만금을 방문했다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새만금 현장을 직접 보고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전북도민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됐으면 한다"고 말했으며, 지난 1월 13일 전북을 찾은 박 대표는 "새만금 사업을 통해 전북이 더욱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특별법 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 1월 14일 전북을 방문하여 부안에 있는 새만금 전시관을 찾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고문은 "앞으로 새만금으로 전국민이 먹고 살날이 올 것"이라면서 "새만금은 전북도민의 희망이자 전국민의 희망으로 국제물류 거점기지와 국제 허브항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2월 15일 8명의 당권후보는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마지막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후보들은 한결같이 새만금사업이 우리나라 발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정동영 후보는 "200만 도민들은 새만금에 대해 메시아적 희망을 갖고 있다"며 "1억2000만평의 광활한 땅은 21세기 우리나라의 터전이 될 것인 만큼 참여정부가 방조제를 완공하고 차기정권에서 설계도를 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근태 후보는 "새만금사업을 통해 환황해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침수 필연... 방조제 터야"
간척지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남발해대는 정치권의 표심 잡기 위한 개발공약을 두고 '부안새만금평화모임'의 한 회원은 "야바위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야바위는 아주 작은 성공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부풀려, 그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을 뜯어낸다.
농학자 이태수(60·산림불교 주간) 박사는 "새만금사업은 300mm 이상의 폭우에 새만금호 자체가 침수될 수밖에 없는 대재앙을 불러오는 사업이"라고 지적한 있다. 새만금호로 흘러드는 만경강과 동진강 수역의 면적은 33만1900ha로 전라북도 전체 면적의 약 40%이다. 여기에 간척지와 담수호의 면적 4만100ha를 합하면 37만2000ha이다. 여기에 300mm의 비가 일시에 오면 1만1800ha의 새만금호는 6m 이상의 수면 상승을 가져오게 되어 해수면보다 낮게 설계된 새만금호는 필연적으로 침수될 수밖에 없으며 동진강, 만경강 유역은 장기 침수가 예상된다. 그 넓은 유역의 물을 썰물 때에만 배수갑문을 통해 외해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이 밀물 때 세게 들어 와서 썰물 때 세게 빠져나가야 토사가 쌓이지 않는다"며 "전북을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방조제 축조를 중단하고 이미 막아놓은 방조제 중간중간을 터야 한다"고 새만금 주변 어민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