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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히사르. 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이다.
우치히사르. 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이다. ⓒ 김동희
파샤바 지구(Paşabağ)는 더더욱 신기하다. 이곳은 버섯 바위 군이 몰려있는 곳으로 정말 스머프 마을이 생각날 정도로 많은 버섯 바위들로 가득하다. 각 부분 경도가 다른 큰 돌을 바람의 풍화 작용으로 약한 부분은 많이 풍화 되고 단단한 부분은 조금만 풍화되어서 저런 모양을 만들었다니 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것 같다. 이 버섯 바위들 옆에서 카메라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필름 하나를 빛에 날려버렸다. 30분을 앉아서 투덜대고 나니 정말 내가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버섯 가족 바위. 엄마 버섯, 아빠 버섯, 아기 버섯 세 식구다.
버섯 가족 바위. 엄마 버섯, 아빠 버섯, 아기 버섯 세 식구다. ⓒ 김동희

파샤바 지구. 버섯 바위가 가득하다.
파샤바 지구. 버섯 바위가 가득하다. ⓒ 김동희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스타워즈>를 찍었다는데, 이곳은 이름 외우기도 힘이 든다. 그냥 <스타워즈>를 찍었다는 말만으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이곳은 특이한 돌들로 가득찬 곳이다. 하지만 <스타워즈>를 보지 못한 나는 감흥도 없고 진짜인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하'라고 외치며 반응을 하니, 한국에 돌아가서 <스타워즈>를 찾아봐야 할 듯하다.

지명 이름을 놓고 사진을 하나 찍는다. 이러면 까먹지는 않겠지…. 그런데 아직도 이곳이 <스타워즈>를 찍은 곳인지는 모르겠다.

스타워즈를 찍었다는 곳. 확실하지는 않다.
스타워즈를 찍었다는 곳. 확실하지는 않다. ⓒ 김동희
러브 밸리(Love Valley)는 그 규모부터 어마어마하다. 하얀 돌들이 어쩌면 저렇게 비슷한 모양으로 깍여져 있는지…. 왜 러브 밸리일까 궁금했는데 함디는 그곳에 가면 사랑이 이루어져서 러브 밸리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곳에 있는 돌들의 모양이 남자의 성기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냥 멋진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둘이 조용히 함께 앉아 있으면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후자의 이야기에 분위기 확 깼다.

러브 밸리의 전경.
러브 밸리의 전경. ⓒ 김동희
데브란트 밸리(Devrent Valley)는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데브란트 밸리의 마스코트인 낙타 모양의 바위가 서 있다. 정말 낙타 모양이다. 사람의 손이 아닌 바람의 손결이 저 큰 바위를 낙타 모양으로 깎아 놓은 걸 보니 바람은 지구 최초의 조각가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나폴레옹 모자를 깎아 놓은 모양의 바위도 찾아볼 수 있다.

데브란트 밸리의 마스코트 낙타바위
데브란트 밸리의 마스코트 낙타바위 ⓒ 김동희
이런 신기한 돌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무스타파파샤(Mustafapaşha) 마을은 또 다른 분위기의 터키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예전에 그리스인들이 사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리스와 터키의 전쟁 이후 그리스인과 터키인의 맞교환이 이루어졌고 이 곳에 살던 그리스인들은 대부분 그리스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살던 곳을 포기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이 아직 있다고 한다. 그 구분은 집 밖에서 확연히 들어나는데 그리스인이 사는 집의 담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에서 간혹 보이는 파란색 창문과 파란색 문이 하얀 다른 담벼락에 대비되어 참 예쁘다. 그 파란색에서 바다가 느껴진다.

무스타파파샤 마을에는 그리스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무스타파파샤 마을에는 그리스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 김동희
카파도키아 관광지역의 맨 위쪽에 위치한 아바노스(Avanos)는 도자기의 마을이다. 아바노스 옆을 흐르고 있는 강은 붉다. 이 붉은 진흙을 이용해 이곳은 도자기로 명성을 얻었다. 아바노스 초입부터 도자기를 빚고 있는 남자의 상이 서 있어 이곳이 도자기의 마을임을 실감하게 한다. 투어를 따라가면 도자기 제작 모습을 보고 여러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도 사올 수도 있다.

도자기의 마을 아바노스 초입
도자기의 마을 아바노스 초입 ⓒ 김동희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에도 얼마나 신기한 돌들과 볼거리가 가득할지, 이곳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이것들을 다 본 것도 어딘가! 사실 이틀 동안 이것들을 보기 위해 아픈 발을 끌고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너무나 뜨거운 햇살에 어깨는 새빨갛게 익고 그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순식간에 피부에 빨간 점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선블럭은 발라도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밤에는 오이를 사다가 불이 난 피부를 진정시켜줘야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멍하게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도로에 보이는 경찰차. 그리고 찌그러진 차가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사고 날 곳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경찰들과 사람들은 사고 차량 멀찍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호기심 많은 나는 어디가 어떻게 찌그러졌는지 보고 있었다. 우리 차가 사고 지점을 지나가는 그 순간에 어느 순간에 내 얼굴은 일그러지고 말았다. 사람이 있었다. 팔 하나가 밖으로 나와 있었고 왜 그래 보였는지 모르지만 그 운전자는 온통 회색 빛이었다.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 순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사고 난 곳은 많이 봤지만 그렇게 사람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 충격은 정말 가시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매일 다니던 길도 아닌 처음 온 이곳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하다니. 터키에 교통사고가 많다고 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사고를 접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파샤 지구에서 만난 꼬마가 생각났다. 정말 10살을 갓 넘은 것 같은 남자 아이가 자동차를 몰고 그곳에 왔다. 주차를 하더니 유유하게 차에서 나왔고 나는 너무 놀라서 물었다.

"누구 차니? 너 운전 할 줄 아니?"
"어릴 때부터 했는 걸요."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 전날부터 운전면허증을 받으러 간다고 좋아하던 함디가 자랑스럽게 지갑에서 운전면허증을 보여준다.

"드디어 땄어요. 정말 신나요."
"오늘 내가 사고 난 걸 보았어. 사람이 죽었어. 운전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돼."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운전했는 걸요. 아버지 차로요. 요즘에야 절대 못 타게 하지만."
"어릴 때부터 운전을 했다고? 운전 면허증도 없이? 말도 안 돼. 미친 짓이야."
"저 운전 잘해요. 그냥 이 거는 면허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본 것뿐이에요."
"지금부터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알아요. 하지만 제 나이가 통제가 안될 나이어서."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계속 지갑 속의 면허증을 꺼내 자랑하는 함디를 붙잡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의 말대로 통제가 안 되는 나이라 그런지 머리 속에 입력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저 나이든 사람의 지나가는 잔소리일 뿐. 그저 그가 젊음의 질주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저 이 아름다운 시골길에서 어느 누구도 교통 사고를 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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