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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팔걸이에 현수가 그린 자동차 운전석입니다. 잘 그렸나요?
소파 팔걸이에 현수가 그린 자동차 운전석입니다. 잘 그렸나요? ⓒ 이종일
현수가 자동차에 환장하는 모습 세 번째

현수는 한국에서 나오는 자동차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 차를 타고 가다가 앞에 가는 차를 물어보면 다 말을 합니다. 몰라도 보고 읽어서 그런지 척척 대답을 합니다. 뒤에 보면 자동차의 이름이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고 읽는 건지(한글은 잘 읽고 영어는 대충 읽거든요), 아니면 진짜로 아는 건지 분간이 안 가지만 하여튼 잘 맞춥니다. 모르면 꼭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한 번 가르쳐 준 것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어린이의 기억력은 대단합니다.

이런 현수가 자동차박물관에 간다고 하니까 차 안에서부터 신났습니다. 자동차박물관은 외곽순환도로 타고 영동고속도로 접어들어 마성으로 빠지면 에버랜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자동차가 주변에 가득했습니다. 얼마 전 타계한 백남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주 멋있는 자동차에 반한 우리 가족입니다.
아주 멋있는 자동차에 반한 우리 가족입니다. ⓒ 이종일
안으로 들어서자 옛날에 만들었던 외국의 클래식한 자동차가 여기저기 엄청 많았습니다. 이것 저것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보고 만져 보고…. 글씨를 좀 읽어보고 이 자동차 이름이 뭔가? 언제 만들어졌는가? 어디서 만들었나? 뭐 이런 것들을 좀 알려 주려고 해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자동차를 타 볼 수 있도록 하나를 개방해 놨는데 현수가 올라가서 운전석에 앉아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아주 신났습니다.

자동차를 직접 타보고 신이 난 이현수!
자동차를 직접 타보고 신이 난 이현수! ⓒ 이종일
다음으로 자동차의 구조와 원리를 나타내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엔진, 기어등의 작동원리를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각국의 자동차를 제조사 별로 볼 수 있는 터치 스크린도 눌러 보았습니다.

악셀레이터를 발로 밟으면 커다란 엔진이 움직입니다
악셀레이터를 발로 밟으면 커다란 엔진이 움직입니다 ⓒ 이종일
그 다음에 뒤쪽으로 돌아가니까 엄청 넓은 광장에 자동차가 수없이 많은 겁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오토바이도 있었습니다. 한참 넋을 잃고 쳐다보던 현수는 서서히 걸어가면서 살펴봅니다.

“아빠 저 차는 왜 저렇게 슬퍼요?”

무슨 자동차인지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동차가 많다는 것이 마냥 신났습니다. 마지막에는 한국에서 만들었던 최초의 자동차들이 보였습니다. 시발자동차에부터 삼륜차, 포니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많은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새마을 픽업, 저 뒤에 하늘색이 시발자동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새마을 픽업, 저 뒤에 하늘색이 시발자동차입니다. ⓒ 이종일
이층으로 올라가니, 경주용차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양도 가지가지이고 1900년대 초장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경기대회와 우승자 그리고 우승자동차 등이 보였습니다. 직접 자동차 오락게임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현수는 발이 짧아서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핸들을 돌리면서 이리쾅! 저리쾅! 신나게 운전을 했습니다.

경주용 자동차를 정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현수!
경주용 자동차를 정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현수! ⓒ 이종일
다시 내려와서 모형 자동차를 사달라고 해서 사고 자동차에 관한 책도 사달라고 해서 사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사 가지고 온 컨버터블카만 가지고 놉니다. 현경이를 위해 사준 예쁜 딱정벌레차도 이제 현수 차지입니다.

현수의 자동차 사랑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현수의 자동차 사랑 때문에 아빠도 자동차에 대한 책을 보게 됩니다. 잠깐 공부한 것을 적어 볼까요?

한국에 최초로 자동차가 도입된 것은 1903년 총독부가 황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미국 대사 알렌을 통해 미국제 포드 승용차를 한 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만들진 최초의 자동차는 1955년에 등장한 시발입니다. 전형적인 수공업 형태로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부품이 미군용 지프의 부품을 재생하여 만든 불완전한 자동차였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간 기업들의 태동은 1944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경성정공, 1954년에 쌍용자동차의 전신인 하동환자동차 제작소, 1957년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신진공업이 설립되었고 1967년 현대자동차가 설립되었습니다.

한국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하동환이라는 분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한국에서 전쟁 이후에 미군이 버리고 간 드럼통을 펴서 1966년 최초로 버스를 만들었고 이를 동남아의 석유부국 부루나이에 수출까지 한 분입니다.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그 분야에서 휼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이러한 집중이 나중에 커서 무슨 일이든 끝까지 파고 드는 끈기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벽에 낙서를 좀 하면 어떻습니까?

마지막으로 자동차를 만드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빠 차를 타고 가다가 앞에 가는 차의 뒷 모습을 보면서 현수가 물어봅니다.

“아빠 저 차는 왜 저렇게 슬퍼요?”
“아빠 저 차는 왜 저렇게 화내고 있어요?”
“아빠 저 차는 왜 놀라고 있어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자동차의 구조를 보면 아마 저렇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물어보는 것을 보고 저도 유심히 보니까 정말 슬프고 화나고 놀라고 있는 자동차뿐인 것 같습니다. 왜 웃는 차는 만들지 못하는 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웃는 차를 만들어주세요. 자동차를 웃는 모양으로 만든다면 아마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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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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