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상하이 홍차우로 건널목에서 교통사고 발생하여 환자가 황급히 수송되고 있다
ⓒ 유창하
경제가 발전하고 개인소득이 증가하면 보편적으로 '부를 과시하는 움직이는 상징물'인 자가용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일정정도 성장하고 그에 따라 개인소득이 증대하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현상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일수록 고전적 소유 대상 1위인 '집 장만하기'보다 오히려 '내 자동차 소유'에 더 호감을 가지고 차 선호도가 높아져 대출을 받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차를 구입하여 '자가용 족' 부류에 합류하려 한다.

▲ 주택가에 주차되어 있는 벤츠 등 고급 승용차.
ⓒ 유창하
중국 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제1도시 상하이는 해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차량의 증가속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BMW, 벤츠 등 명품 브랜드의 외국 승용차가 쉽게 사람들 눈에 띄고 중국 국내산 차량의 디자인도 깔끔해져 다른 산업에 비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도가 엄청 빠름을 피부로 느낀다.

중국 매년 10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 잃어

차량의 급작스런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정체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상하이 시내 중심부를 순환하는 지하철 4호선을 최근 개통하였지만 내환선 고가도로에서의 차 정체 현상은 좀체 줄지 않는다.

오히려 출퇴근 시간대 특정한 러시아워마저 차츰 없어진다. 포동(浦東)과 포서(浦西)를 가로지르는 황푸강(黃浦江)을 건너는 터널 하나가 얼마 전 더 개통했지만 만성적인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통행차량이 가장 많은 '연안동로 터널' 역시 마찬가지이다.

▲ 건널목을 무리지어 건너는 자전거 행렬. 신호가 바뀌면 자전거, 오토바이, 차량 ,사람들로 건널목은 일순간 혼잡하고 어지러워진다.
ⓒ 유창하
상하이 중요도로의 상습적인 차량 정체도 문제이지만 차량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다. 사고에는 한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목숨을 잃은 상하이에 유학 온 한국 학생도 몇 명 있었다.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엄청나다. 중국 전체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알아보니 '전 세계 1.9%의 자동차 소유비율에 불과하지만 교통사망 사고비율은 전 세계 15%나 차지한다'고 하며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매년 10만 명을 초과한다'고 한다. 세계 최대 인구일 뿐만이 아니라 교통사고 발생 건수에서도 세계 1위인 '사고최다발생국가'이다.

횡단보도 건널 때 목숨 걸고 건너

종종 상하이에서 건널목을 건널 때 마다 위협을 느낄 정도로 당혹스럽다. 이미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었는데도 신호를 무시하고 황급히 달려드는 차량 때문에 건널목을 건너기가 여간 두렵지 않다. 일시적 여행객들 심정이야 더 할 것이다.

'보행자가 안심하고 건너라'는 녹색불이 들어와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면, 좌측에서 우측에서 회전하며 보행자 건널목으로 진입하는 차량들 때문에 눈이 4개라 해도 안전하게 건널목 건너기가 여간 힘겹지 않다.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건널목 건너기가 여간 위험하지 않고,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길을 건너간다든지 노인이 길을 건널 때는 위태로움은 더 하다. 어린애들이라고 노인이라고 사정을 봐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 횡단보도 신호기에 숫자가 카운트다운 되고 있다. 좋은 신호체계이다.
ⓒ 유창하
상하이 시내 대부분이 횡단보도 보행자 건널목 신호기의 '녹색 신호시 차량 우회전 허용' 뿐 만 아니라 좌회전도 허용하는 상하이의 교통신호 체계를 '횡단보도 좌회전 차량 진입'을 금지하도록 조치하는 내용의 교통신호 체계로 전환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만 상하이 시내에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등의 신호 바뀜을 알리는 '숫자 카운트다운 신호체계'는 한국에서 미처 보지 못하던 본받을만한 유용한 신호체계라서 한국의 도로교통 신호기조작 체계에도 적용시켜 시행하여야 할 제도로 여겨진다.

음주 운전 단속마저 없어 더욱 위험

운전자들의 말을 들으면 운전자대로 어려움이 많다. 보행자의 무감각과 신호무시, 운전자가 알아서 피하겠지 하는 '배짱', 도로 표시판과 이정표 감지의 어려움, 도로의 급작스런 굴곡과 불안정한 도로, 야간 주행 시 도로 표시판의 불명확 등 따지면 할말 많은 것도 운전자이다.

중국의 교통사고 통계를 찾아보니 '사고발생 원인 중 운전차량의 과실로 인한 사고가 70~80%로 가장 높고, 차량 결함이 5% 정도, 도로 및 관련 시설 미비가 1%, 보행인 질서위반이 15% 정도'라고 한다.

수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교통사고의 최대 요인은 운전자들의 과실에서 많이 발생한다. 과속, 운전미숙, 과로, 신호위반 등으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보행자의 과실보다는 대략 5배나 많아 운전자의 교통질서 의식 확립과 생명 중시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중국은 음주운전 단속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음주 운전 단속을 하는 광경을 본적이 없다. 인력의 부족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음주를 하든 말든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위험한 생각을 운전자들 모두 하고 있다. 음주운전 행위는 사실상 살인행위를 저지르는 예비행위이다.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는 총을 든 병사이고. 길을 걷는 행인은 군인이 아니라 비무장 시민이다. 살상용 무기를 든 병사가 시민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시민은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는 데 말이다.

▲ 인민대로 건널목을 건너는 무리들. 이곳은 시내 중심지로 교통안내원이 있는 등 그래도 안전하지만 외곽지역은 그렇지 않다.
ⓒ 유창하
상하이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 시장 각축장이 되었고, 시내에는 각국 차들이 돌아다닌다. 한국의 소나타 엘란트라 옵티마도 자주 보인다. 불어나는 차량에 걸맞는 교통질서가 확립되고, 바른 교통문화가 정착되어 상하이 도시의 행복지수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오늘도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마주치는 유치원생 아이 손을 잡고 연신 위태롭게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녹색불인데도 좌회전으로 건널목을 진입하는 차량을 피하는 엄마의 당황하고도 바쁜 눈동자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음주운전 단속 전무, 신호등 무시 건널목 진입하는 차량, 바로 뒤에서 빵빵거려도 돌아보지 도 않는 젊은이, 중앙선 침입 차 돌리기 예사 등 우리 눈엔 분명 교통무법이 난무하는데도 '나름의 교통질서'인지 무법만큼 비례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하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다음 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의 문화, 역사, 경제,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전하고자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