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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머리에서 왁스로 좀 띄워주어야 합니다.
이 머리에서 왁스로 좀 띄워주어야 합니다. ⓒ 이선미
만원이라고 하길래,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용실 의자에 앉았지요. 이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한 남자 미용사분이 오셔서 "무슨 머리 하시게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샤… 샤기컷이요."

아, 나의 보잘 것 없는 수축된 목소리. 유행을 따르고 싶어하는 욕망은 이전부터 쭉 있어왔지만, 시민단체 활동가가 무슨 사치냐며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지나온 시간. 단 돈 만원의 샤기컷.

미용사분은 가위를 들더니 정말 무서운 속도로 머리를 쑹덩쑹덩 잘랐습니다. 가위는 마치 머리를 채치듯 슥슥슥 소리를 냈습니다. 가위와 미용사분의 손이 잘 안 보이는 것을 보니 이 분, 정말 대단한 미용사 같았습니다. 마치 가위손을 연상시키는 상황에 자세히 보니 조니뎁을 아주 조금 닮은 것도 같았습니다.

"앞머리는요?"
"짧게 잘라주세요."

눈에 머리가 찔리는 것이 싫어 짧게 잘라달라고 했습니다.정말, 짧게 잘라주었습니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 거울을 보니, '샤기컷은 사기컷'이라는 두 살 터울 친한 언니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 머리로 당장 내일 있는 여러 회의들에 나갈 생각들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사실 미용사분은 머리를 잘 잘라주셨습니다. 그런데 너무 어려보이고, 사람이 너무 가벼워보이는 것 같은 게 문제이지요. 비사회적인 머리, 샤기컷. 학생의 신분에 있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사회적인 머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샤기컷'을 아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30-40대 선배들이 막내인 저를 어떻게 볼까요. 상대적으로 샤기컷은 비사회적인 머리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샤기컷은 얼굴이 넓적해보이면서 모발이 굵은 동양인들을 위해1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시작된 머리라고 합니다. 샤기는 깃털처럼 가볍고 솜처럼 부드럽다는 뜻의 영어인 Shaggy(섀기)가 일본식 발음이 되면서 샤기가 되었다네요. 깃털처럼 가볍다. 솜처럼 부드럽다.

그런 것도 같습니다. 주말이 지나 벌써 화요일입니다. 주변사람들은 다들 "머리를 어떻게 했네?'라고 말합니다. 그럼 저는 "이게 샤기컷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아침일찍 부랴부랴 더벅한 머리를 갖고, 다음 기회에 '샤기펌'을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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