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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흔히 먹었던 홍합탕의 시원한 맛은 이제 잊어도 된다. 횟집에서 회가 나오기 전, 큰 그릇에 담겨 나오던 맑은 국물의 홍합탕이 그리 반갑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면 새로운 홍합탕을 만날 때가 됐기 때문이다.

그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입맛에 이끌려 홍합 알맹이를 먹고, 그 껍질로 국물을 떠먹던 그때 그 맛은 이제 추억이라는 이름의 아련한 맛으로 남을 뿐이다.

▲ 헝가리식 홍합탕인 홍합나티보는 맵고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 전득렬
헝가리식 홍합탕 '홍합나티보', 얼큰한 양념 맛 끝내줘

'홍합나티보'.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헝가리식 홍합탕인 홍합나티보의 얼큰한 맛과 그 알맹이의 쫄깃쫄깃 말랑말랑한 맛이 앙칼지게도 우리 입맛을 빠른 속도로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동아백화점 8층에 위치한 '올리브가든' 송민철 점장은 "헝가리식이지만 너무나 한국적인 맛을 내는 홍합나티보는 얼큰한 양념국물에 홍합이 푹 담겨 나와 그 양념 맛이 홍합을 한껏 뽐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홍합나티보에서는 맑고 시원한 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빨간, 그리고 다소 걸죽한 양념국물과 까만 껍질 속의 주홍색 속살을 보는 순간 침샘이 바로 자극,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침이 넘어간다. '좀 맵다'는 이야기를 옆에서 하지만, '이쯤이야'하는 자신감으로 국물과 함께 홍합나티보를 한국식 홍합처럼 마구 먹는다면 큰 코 다친다.

홍합나티보의 매력은 뒤늦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

▲ 껍질속의 양념된 속살을 먹으면 뒤늦게 온 몸이 달아오른다.
ⓒ 전득렬
홍합나티보를 처음 먹은 후 10여 분간은 '맵다'는 이야기가 가소롭게 들린다. '아무것도 아니구먼'하고 코웃음 친 후 10여 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몸 전체에서 열이 나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독한 술을 연신 마신 후 취기가 도는 것처럼 홍합나티보의 맵고 달콤한 맛에 금방 취해 버린다. 곧 물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

'홍합 매운탕'이라고 해도 어울릴 듯한 홍합나티보는 신선한 홍합과 올리브오일, 와인, 바질 등의 허브와 향신료로 만들어진다. 거기에다 이태리산 토마토 홀과 매운맛의 절대강자인 이태리 고추 페파로니로 맛을 낸 국물에 홍합을 넣고 끓여 완성한다.

홍합에 웬 토마토냐고 반문하겠지만 일단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상큼한 토마토의 첫 맛과 혀끝에서 느껴지는 홍합 특유의 바다내음, 그리고 목젖 뒤로 넘어가는 얼큰한 맛의 기억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는다.

▲ 한없이 부드러운 맛의 게살크림스파게티는 잊기 힘든 애인과 같다.
ⓒ 전득렬
새로 생긴 내 애인은, 바로 '게살크림스파게티'

'스파게티를 애들이나 젊은이들이 먹는 음식'쯤으로 생각했다면 반성문을 써야 한다. 느끼한 뒷맛이나 혀끝만 자극하는 신 양념의 맛만 기억에 남는다면 그대가 먹은 스파게티는 이미 스파게티가 아니다.

게살크림스파게티. 잊으려 잊으려 해도, 지우려 지우려 지우려 해도, 눈을 감아도, 코를 막아도 그 맛과 그 향은 내 가슴 속에 더 커져만 가는 음식이다. 대체, 어떤 맛이길래 게살크림스파게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단 말인가. 누군가 내게 애인이 생겼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게살크림스파게티'라고 당당하게 밝히리라.

굵은 면발이 쫄깃한 느낌을 주는 것까지는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인내심이 없는 편이다. 우유와 크림으로 만든 소스. 하얀 눈을 녹여 만든 듯 그 빛이 너무나 희다. 투명하지 않으면서도 하얀 이유는 맛의 깊이가 있다는 증거. 그곳에 면발을 살포시 넣어 면말 속속들이 소스가 녹아들어가게 하고 그 위에 초록 브로콜리와 주황빛 날치 알을 얹는다.

그 빛깔만으로도 환상적인데 흰 속살이 아름다운 분홍 등빛 게살을 지루하지 않게 군데 군데 배치한다. 이들을 잘 섞고 한껏 버무려 포크로 돌돌 말아서 한입 넣으면 크림소스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휘감아 돈다. 아, 정녕 이것이 게살크림스파게티란 말인가.

▲ 톡톡 터지는 날치알, 쫄깃한 면발, 바다향의 게살이 입맛을 유혹한다.
ⓒ 전득렬
입안에 스미는 우유와 하얀 크림, 입속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

입 속 한 입 가득한 스파게티를 잘 씹으면 톡톡 터지는 날치 알의 맑고 고운 소리가 새롭고, 잘 뭉개지는 게살이 전혀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다. 아, 어찌 이런 맛을 만들어 비만에 대한 순간적인 기억상실에 걸려 죄책감마저 들지 않도록 한단 말인가.

게살크림스파게티에서 가장 중요한 요리 포인트는 크림소스다. 그 재료의 비율과 농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절묘한 조합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이트소스에 우유와 생크림, 치즈가루의 비율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배합해야 한다.

음식을 만든 주방에서 손님이 있는 테이블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농도를 조절해할 정도다. 그렇게 해야 느끼하거나 뻑뻑하지 않은 환상적인 맛의 게살크림스파게티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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