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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이 다가 온다. 장마와 태풍으로 초복과 제대로 맞서 보지도 못한 터라 무더위를 한껏 몰고 올 ‘중복’을 거뜬히 이겨낼만한 힘이 필요하다. 중복과 맞설 이색 보양식은 없는가? 삼계탕, 보신탕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이색 보양식 ‘장어샤브샤브’ 와 바다 내음 가득한 ‘조개구이’를 만나 중복과 맞서 보자.

갯장어 샤브샤브,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새롭게 각광

▲ 살짝 익혀서 건져 낸 장어샤브샤브를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며, 각종 야채를 곁들어 깻잎에 돌돌 말아 쌈 싸먹는 것도 이색적이다.
ⓒ 전득렬
장어는 ‘구이’ 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또 장어탕이 친숙하게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장어샤브샤브’ 요리는 하는 곳도 잘 없다고 한다. 특히 갯장어는 5월에서 9월 사이에만 선보이고 추워지면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욱 만나기 어렵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장어를 손쉽게 구이나 탕으로 먹는다는 것도 사실 아까운 일. 그래서 요리하기 힘들다는 샤브샤브로 다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북 구미 송정동 ‘세정(대표 전정숙)’은 특수 부위만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고급음식점이다. 쇠고기 돼지고기도 모두 특수 부위만 요리하다 보니 장어도 특별한 방식으로 요리해야 ‘세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걸까?

일본에 많이 수출되는 우리나라의 ‘갯장어’는 ‘하모’라고도 불리는데 비타민A와 무기질이 풍부해 일본에서는 여름철 최고의 스테미너 음식으로 꼽힌다고 한다. 여름철 장어는 맛도 뛰어날뿐 아니라 소화흡수도 잘 되기 때문이다.

장어샤브샤브 요리의 핵심은 장어의 가시를 모두 제거하는 칼솜씨에 달려있다고 한다. 주방에서 보다 세심하고 정확하게 칼을 써서 장어의 배를 가르고 뼈를 제거해야 한다. 샤브샤브 요리의 특성상 장어를 팔팔 끓는 육수에 살짝 담궜다가 얼른 꺼내 먹기 때문에 만에 하나 가시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입안을 찌르기 때문이다.

깻잎에 돌돌 말아 야채와 함께 먹는 맛 일품

두충나무, 부추, 팽이버섯 등을 넣은 육수가 끓으면 샤브샤브 답지 않게 다소 두꺼운 장어도 약 5초 만에 오므라들며 익는다. 장어를 육수에 너무 오래 담그면 장어 고유의 맛이 모두 사라져 도무지 이게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맹탕의 맛’이 되기 때문에 빨리 건져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살짝 익힌 장어를 간장소스에 찍어 깻잎에 얹은 다음 입맛에 따라 마늘 풋고추 부추 등의 야채를 넣어 말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입 안에서 깻잎의 향기와 장어가 함께 씹히면서 음미하는 샤브샤브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이 여름 또 다른 맛의 즐거움을 준다.

▲ ‘하모’라 불리는 ‘갯장어’를 샤브샤브는 야채와 함께 먹으면 좋다. 다 먹고 난 후에는 즉석에서 빚어 육수에 넣어 만든 담백하고 시원한 수제비를 만난다.
ⓒ 전득렬

장어를 먹고 나면 장어뼈를 푹 고은 육수에 즉석에서 손으로 빚어 만드는 수제비 맛 또한 별미다. 수제비 육수는 오로지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고 일체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참으로 담백한 맛을 낸다. 수제비 국물을 한 입 먹으면 시리도록 아름다운 시원함마저 느낄 수 있다.

바다조개 아미노산 풍부, 타우린 성분 많아 강장·강정 작용 탁월

불과 몇 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조개구이 음식점들. 그 수많은 ‘조개구이요리’ 전문점들이 ‘반짝 인기’를 끝으로 하나둘씩 사라져 갔지만 ‘맛’ 하나로 아직도 성황을 이루는 곳을 찾았다. 조개에는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철분’이 들어있어 여성의 ‘미용’과 ‘남성의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 보글 보글 양념 국물에 익는 얼큰한 바다조개는 군침을 돌게 한다. 탁탁 소리내며 화로불에 익어가는 바지락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 전득렬

조개류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또 박카스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타우린’ 성분이 많아 강장·강정 작용에 좋아 ‘남성 힘’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방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하며 글리코겐과 글리신이 많아 특유의 바다향기를 뿜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수분이 많아 살이 연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도 좋다.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식품으로도 으뜸이다.

구미 인의동 삼성전자 기숙사 앞 인동보건소 옆에 위치한 ‘바다조개 굽는집(대표 박경숙)’은 늘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 10년 가까이 바다조개요리 한가지로만 인기몰이를 했으니 맛은 오죽하랴. 매일 매일 동해안에서 공수되는 신선한 조개류와 국내 최고급의 양파, 고추, 파, 소금으로 만든 비법 담긴 양념이 조개구이 맛을 좌우한다.

조개는 내가 먹는데 취하는 건 흥겨운 대화

조개구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 가면 두 말 없이 그 맛에 반한다. 그동안 조개구이를 술안주로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 어찌 보면 보잘 것 없는 위치에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이 작은 가게에서 무슨 기막힌 맛이 나올까 하겠지만 조개구이의 맛은 위대했다.

그 맛이 그리워 ‘바다조개 굽는집’에 가면 조개는 내가 먹는데 취하기는 조개가 먼저 취한다. 내가 조개를 먹고 있으면 어느새 주위에 빈자리가 사라지고, 흥겨운 이야기와 즐거운 대화 그리고 사랑의 묘약이 넘실대며 흥이 나기 때문이다.

▲ 바다조개의 속살 하나 하나를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끝내준다. 얼큰한 양념국물을 밥 위에 부어 비벼 먹으면 밥 두 공기는 거뜬히 해치운다.
ⓒ 전득렬

조개라면 어느 것도 이만한 맛은 나는 법인데 이곳에서만은 벌건 화롯불에 탁탁 소리를 내며 벌어지는 조갯살과 빨간 양념, 그리고 재첩국 국물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맛인양 부산을 피운다. 맛조개, 소라, 바지락, 가리비, 키조개, 대합 등이 탁탁, 보글보글 하는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그 조갯살과 양념국물을 밥에 부어 먹으면 내 세치 혀가 아무리 ‘맛맹’이라도 밥 두 그릇은 금방 비운다.

보글보글 양념국물에 비벼먹는 밥맛 일품

10년 전 가격 그대로지만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박경숙 사장. 가장 신선하고 가장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것은 손님이 먼저 안다고 말한다. 재료가 다르면 맛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개구이 양념에 밥 비벼먹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인데 한자리에서 밥을 6공기나 뚝딱 비운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조개구이집이지만 식사도 함께 할 수 있어 손님들이 많은 게 이곳의 특징이며 부추향 가득한 재첩국물을 조개에 넣어 보글보글 끓이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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