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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당원들은 지난 8일 오전 최연희 의원의 서울 평창동 자택앞에서 의원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현관에 '성추행 국회의원 최연희 공개수배` 포스터 수십장을 붙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연희 한나라당 사무총장(이후 탈당)의 여기자 성추행 사태가 벌어진 뒤 21일째. 박근혜 대표의 대국민사과, 최연희 의원의 당직 사퇴·탈당으로 이어지던 흐름이 '의원직 사퇴' 문제에 이르러 소강 상태를 보이더니 급기야 법정으로까지 갈 모양이다.

이에 맞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최 의원의 사퇴와 국회의원 윤리강화 등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운동에 돌입했다.

1. 왜 지역구에서 기자회견?

최연희 의원이 지난 17일 일부 여야 의원들과 지역구민(동해·삼척)들에게 "곧 뵙겠습니다"라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후 측근들 사이에선 "이르면 내주 중 지역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될 것"이지만 "발표 내용은 의원직 사퇴와 무관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배적인 흐름과 달리 의원직 사퇴에 대해 찬반여론이 팽팽한 지역여론을 의식, 유권자들에게 사건발생 경과를 보고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의원직 사퇴 권고 결의안을 낸 한나라당에 대한 서운함과 사퇴 압박쪽으로 언론보도가 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야4당과 함께 사퇴 결의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역구 당원들은 탈당, 상경시위 등을 고려하기도 했다.

사실상 한나라당과의 끈도 떨어진 상태. 당에선 "당에서 취해야 할 조치를 다 취했다"는 입장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최 의원이) 당과의 인연을 다 끊은 상태라 더 거론할 게 없다"며 "개인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해도 당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2. 법정 싸움, 더 이상 잃을 것 없다?

▲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국회 앞에서 `최연희 의원 자진사퇴와 국회 자정기능 확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6일 <동아일보> 직원들이 성추행 혐의로 최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자 오랜 침묵을 깨고 입장 표명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실수와 범죄는 명백히 다른 것"이라며 "본인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입장은 최 의원 부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소를 한다면 법정에 출두할 것"이라며 "진실이 밝혀져 남편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과도 통하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최 의원쪽은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과 성추행 상황을 정확히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2차 노래방에 동석한 의원은 최 의원을 포함해 모두 6명. 한나라당의 이규택 최고위원, 이계진 대변인,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 이경재 환경노동위원장 등이다.

이규택 의원은 "늦게 노래방에 들어와 (성추행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며 "이미 사태가 벌어진 뒤여서 (최 의원을 대신해) 사과만 했다"고 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최 의원과 여기자가) 내 뒤쪽 앉아 있어서 볼 수 없었다"며 "여기자가 소리친 뒤에야 사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 입장에서 보자면 여론에 떠밀려 '의원직 사퇴'를 하는 것은 범죄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므로 법적 다툼을 한다 해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처지다. 또한 공안검사 출신으로 20년간 쌓은 법조계 인맥과 법사위원장 등의 이력이 상당한 터. 무엇보다도 가해자가 자백하지 않는 한 입증이 어려운 성추행 사건의 특성상 법적 대응이 그닥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가해자가 기억을 못한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성폭력 사건의 '공식'"이라며 "현장에 있었던 의원들과 기자들의 증언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소장은 "법정 공방을 통해 피해자가 입게 되는 '2차 피해'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3. 왜 의원직 사퇴 안하나?

▲ 최연희 의원의 지역구인 동해시에는 최 의원을 지지하는 각종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최연희 의원은 17일 오전 동해.삼척 지역구민과 일부 지인들에게 "제삶의 가장 어려울때 큰힘이 되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최연희 드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다시 전달받아 수신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의원직 사퇴 목소리가 나온지는 꽤 됐지만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최 의원이 결코 의원직을 내놓지 않을 거란 예상이 많았다. 여당의 A 법사위원은 "애초 최연희 의원이 오래 버틸 줄 알았다, 뚝심이 아주 강한 분"이라고 전했다.

최 의원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사태 초기 의원들은 "어떻게 최 의원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당의 B 법사위원은 "술이 과도하게 돌면 최 의원은 자제시키는 쪽이었다"며 "매사 자기 관리에 신경을 상당히 썼다"고 말한다.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았다고 한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여당 의원들은 경험이 적어 국무위원들이 만나자고 해도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최 의원은 모든 법안들을 일일이 다 점검하고 챙겼다"며 "그야말로 법안처리의 '게이트키퍼'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여당의 C 법사위원 반응도 엇비슷했다. 이 위원은 "정치적 협상 파트너로선 좋았다"며 "국가보안법 협상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의 어떤 의원보다 대화가 되는 상대였다"고 평했다.

지역구 잘 챙기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강원지역의 한 신문기자는 "비행기 예약이 안되면 우등고속을 타고서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지역구로 내려왔다"며 "버스 안에서부터 지역민들과 인사하고 얘기하면서 간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지역구인 한 한나라당 의원은 "공천심사 때문에 다녀보면 동해·삼척뿐 아니라 도내 민심은 '어쩌다 그런 일이… 잘못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며 "나쁜 사람이라는 여론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사태가 터지고 한나라당에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 의원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의원"으로 꼽혀왔다. 그만큼 민원처리에 성실했다.

이러한 '호평' 속에 여야 의원들은 "권력의지가 상당히 강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3선에, 법사위원장을 하고 있던 최 의원이 다음에 노리는 건 최소한 국회부의장이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국회의장도 가능하다는 것.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정치적 야심'으로 해석하는 동료의원들이 많았다.

그런 까닭에 최 의원이 '마음을 비우고' 의원직을 내놓는 결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했던 것.

국회가 제출한 의원직 사퇴 권고결의안, 122명 <동아일보> 직원들의 검찰 고발, 시민단체의 청원운동 등 전방위 압력이 조여오는 가운데 최 의원의 최종 '선택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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