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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문학의 무대예술> 축하 공연. 가운데가 가수 한보리.
<유랑가족-문학의 무대예술> 축하 공연. 가운데가 가수 한보리. ⓒ 권오성
'2005 올해의 예술축제' 공연이 지난 17일에 전주에 왔다. ‘문학의 무대 예술 - 유랑가족’(문학, 17일), ‘그린벤치’(연극, 18~19일), ‘봄, 시냇물’(무용, 18일), ‘최희연 피아노 독주회’(음악, 21일) 등의 네 작품이 21일까지 공연할 예정. 올해가 2006년인데도, 2005년이라 한 것은 작년 ‘올해의 예술상’에서 선정된 7개 분야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올해의 예술축제'는 복권기금 사업의 하나로, 지난 2월 8일부터 시작하여 오는 4월 15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서 계속된다. 축제의 목적은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일반인 및 문화소외 계층에게 우수한 문화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문학과 무대 예술의 색다른 만남

여는 무대로 박양희 바울이 노래를 '음유'하고 있다.
여는 무대로 박양희 바울이 노래를 '음유'하고 있다. ⓒ 권오성
공선옥의 소설 <유랑가족>이 주제인 17일 공연(소극장 판)은 ‘문학과 무대 예술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축하 메시지 영상을 시작으로 여는 무대, 작가와의 대화, 판소리 및 축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눈길을 끈 건 모든 무대 공연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을 차용하고 있었다는 점.

여는 무대는 박양희 바울(‘유랑하는 예술인’이라는 뜻의 인도식 표현)의 노래로, 집시풍의 의상과 읊조리는 듯한 발성은 ‘유랑’적인 분위기를 처음부터 물씬 풍기게 했다. 판소리 무대는 소설의 내용을 사설로 각색하여 최용석 소리꾼이 열창하며 전주의 고유한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축하 공연 역시 가수 한보리가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작곡한 노래들로 꾸며졌다.

한편 소설가 한창훈의 사회로 진행한 ‘작가와의 대화’는 처음엔 어색한 대화가 이어졌으나 판소리 무대가 끝난 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대화의 시간에서 공선옥은 시종 솔직하고 담백한 대답으로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대화 상대인 양승호(전북대 철학과 출강)씨가 “작품의 등장인물이 너무 허무하게 결말을 맞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그냥 살다가 그냥 소멸되는 게 인생이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극과 청중의 어색한 만남

18일 오후 연극 공연(한국소리문화의전당)인 <그린벤치>는 ‘올해의 예술상’ 연극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작가 유미리의 작품으로 극단 백수광부가 연출 및 출연을 맡았다. ‘낙원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는 망향의 장소, 즉 그린벤치’에서 “우리 사회 전체를 반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게 연출 의도라고.

하지만 공연은 간간히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다소 몰입하기 힘든 상황 설정(일본식 이름, 정신분열증적 대화, 근친상간)은 종반부까지 꽤 지루하게 느껴졌다. 다만 결말의 충격적인 반전은 상당한 여운을 남겨 그나마 청중들의 상당한 박수를 끌어냈다.

극단 백수광부의 <그린벤치>(유미리 작)의 한 장면.
극단 백수광부의 <그린벤치>(유미리 작)의 한 장면. ⓒ 올해의예술축제
'올해의 예술축제' 전주 공연 평가는?

네 작품이 여섯 차례에 걸쳐 공연되는 '올해의 예술축제' 전주 공연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성과와 아쉬운 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문학의 무대 예술’은 지역의 고유한 예술 창작과 결합하여 색다른 무대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판소리 창작도 눈에 띄지만, 소설 작품의 분위기에 상응하는 공연 내용도 완성도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검증된 우수 공연을 지역 시민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중앙’에 비해 ‘지방’의 문화 향유 소외 현상을 이렇게나마 해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건 공연 현장에서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공연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이상, '올해의 예술축제'라는 명칭에 맞는 주최 측의 기획력이 보이지 않았다.

소극장 판은 한 번 공연이기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나흘 동안 세 작품이 다섯 차례 공연하기 때문에 작지만 적절한 축하 무대나 찾아가는 공연을 계획할 수도 있었다.

관심을 갖고 공연장을 찾은 소수의 관람객에게만 소극적으로 행사의 내용을 알렸을 뿐이었다. 향후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지역 및 공간 사이의 연계 프로그램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공선옥의 <유랑가족>을 각색한 판소리 무대는 전주시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공선옥의 <유랑가족>을 각색한 판소리 무대는 전주시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 권오성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blog.naver.com/kosmosos)에 오시면, [문화영상첩]에서 <문학의 무대예술-공선옥의 유랑가족> 공연의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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