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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 개울을 파헤친 뒤 석축을 쌓고 콘크리트로 구조물로 바꾸고 있는 현장.
ⓒ 최연종
청정(淸淨) 화순에 위치한 한 개울이, 주민 숙원 사업과 수해복구라는 미명 아래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채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개울 바닥까지 콘크리트로 시공해, 큰 비라도 오게 되면 물살이 급해져 아랫마을이 물난리를 겪을지도 모르는 상황. 뿐만 아니라, 수초나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죽은 하천으로 변해 생태계 단절마저 우려되고 있다.

▲ 안심리 주민 주정필씨가 공사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 최연종
20일 오전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 개울 공사 현장

대형 굴삭기가 바닥을 파헤치면서 바위만한 돌들이 몸체를 드러낸다. 19일부터 개울 양쪽을 돌로 쌓고 돌 사이에 콘크리트를 덧칠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 것. 이른바 '안심 소하천 정비공사'로 화순군이 2300여만 원을 들여 총연장 39m로 양쪽에 석축을 쌓는 것을 주요 공정으로 하고 있다. 바로 아래 구간은 지난해와 지난달 21일 준공,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같은 공법으로 공사를 끝냈다.

이들 구간은 석축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공사할 때마다 바닥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바닥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 개울 양쪽에는 2m 높이의 석축을 쌓고 돌 틈 사이에는 콘크리트로 엉성하게 덧칠해놓았다. 석축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은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 굴삭기가 공사중인 바로 위 개울. 자연 돌들이 운치를 더한다.
ⓒ 최연종
문제는 큰 비라도 오게 되면 바위만한 돌들이 굴러다녀 석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어긋나면서 바닥을 다시 콘크리트로 시공,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송사리와 수초 등 생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인데다, 유속이 빨라져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공사는 개울 주변에 50여평의 논을 갖고 있는 마을 주민이 "논둑이 무너진다"며 민원을 제기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공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됐지만 주변에는 건축 폐기물이 방치돼 주변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청정지역인 화순 이서면에서 개발논리가 앞섰던 60~7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양쪽에 석축을 쌓고 바닥은 콘크리트로 시공한 개울 모습.
ⓒ 최연종
서울의 청계천과 광주천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고 화순군 역시 화순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꾼다며 시멘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있는 마당에 청정지역 이서면에서는 오히려 생태하천을 콘크리트 하천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서면 안심마을은 바로 위에 안양산과 무등산 규봉이 자리하고 있는 청정지역으로 공사 중인 개울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2m 깊이의 폭포도 있다.

▲ 돌과 콘크리트로 엉성하게 쌓은 모습.
ⓒ 최연종
청정개울의 수난 모습을 화순군 홈페이지에 고발한 주정필씨는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해 자연을 지켜야 할 화순군이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해 미래의 세대들에게 짐을 안겨주고 있다"며 "시공한 석축이 해마다 무너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면 주민 혈세만 낭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이어 "안심마을은 여름 피서철이면 많은 외지 관광객이 쉬어가는 곳인데 좋은 개울을 잃어 안타깝다"며 "자연 돌로 주변 환경에 맞게 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순군 홈페이지 참여마당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 조모씨는 "살아 숨 쉬는 생물이 없는 개울이 아무리 물이 맑은 들 이미 죽은 개울이다"라며 "진정 청정한 화순을 만들려거든 돌 하나 풀 한 포기라도 함부로 하지 않는, 생태계를 보호하는 정책을 펴라"고 지적했다.

▲ 무등산 규봉과 안양산이 눈앞에 있다. 개울 건너편에 안양산 정상이 보인다.
ⓒ 최연종
김모씨도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근시안적인 행정의 우를 범하지 말고 그런 예산이 있다면 차라리 시골 마을에 공중목욕탕이나 찜질방 같은 편의시설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소모씨 역시 "이 하천이 화순당국에 의해 난도질 당하는 것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며 "이래도 되는지, 이 아름다운 자연 하천을 마음대로 파괴하고 훼손시킬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화순군 관계자는 "지난 수해 때 논 주위 제방이 무너졌는데 수해복구가 누락되면서 논 주인이 민원을 제기해 양안에 석축을 쌓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개울 바닥은 석축이 들뜨면서 이를 보강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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