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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후 잠적했던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지만,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최연희 의원이 어제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분이 갑자기 남다른 준법의지를 과시하는 데에는 심오한 이유가 있겠지요.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으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죠. 그런데 그저 술 취해 여기자의 가슴 한 번 만졌을 뿐이니 법대로 하면 금고 이하의 형을 받거나, 또 그 이상을 받아도 확정 전까지는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요.

"국회의원 최연희에 대한 최종 판단을 그때까지만이라도 잠시 유보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 최 의원이 좋아하는 법에 '무죄추정의 원칙' 이라는 게 있지요? 그러니까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자신을 비난도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호소입니다.

그런데 그 무죄추정의 원칙을 최연희 의원 자신이 먼저 깼네요. "당사자인 여기자에게 진정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나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므로, 법적으로 최 의원님은 아직 무죄죠. '무죄'면 '사죄'도 못합니다. 그건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근데 왜 사죄를 하죠?

최연희 의원,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 동안 언론의 보도를 통해 어느새 저는 파렴치한 인간이 되었고 죽일 놈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성폭행의 가해자는 우아하게 언론보도의 피해자로 변신합니다. 언론이 최 의원에게 사죄를 해야 할 판이네요.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 한 마디로 "법대로 하자"는 얘기죠. 윤리적 책임을 묻는 요구에 '법대로 하자'고 대꾸하는 것은 결국 '윤리적 주체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는 마피아나 야쿠자의 도덕이죠. 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의원의 윤리의식이 조폭 수준이라니,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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