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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 인터뷰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인터뷰 : 이병선 김태경 강지은
사진 : 남소연
동영상 : 편정아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 대사는 "한일 정상 셔틀외교가 멈춘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만약 한국 측이 일본을 방문해 대화를 계속하자고 한다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기쁘게 맞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시마 대사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노 대통령의 류슈칸 방문 언급에 대해서는 "이는 노 대통령의 판단 여하에 따를 문제로 일본 측이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시마 대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본사를 방문해 오연호 대표와 환담하고 <오마이뉴스>의 일본 진출 및 시민기자제에 대한 설명을 1시간 정도 듣는 등 큰 관심을 표시했다.

오시마 대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농산물 분야에서 일본이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국이 협상에 나오면 타협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선 협상재개 입장을 강조했다.

"일본은 유엔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시마 대사는 "반 장관은 인격이나 식견·경험 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외교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본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고 보지만, 반 장관 외에도 아시아에서 입후보한 사람도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이다.

"한·일 FTA 가능한 빨리 체결해야"

오시마 대사는 누구?

오시마 쇼타로 대사는 1943년 도쿄 출생으로 1967년 도쿄대 법대 재학중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68년 졸업 뒤 외무성에 들어가 경제국장·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외무심의관·주 제네바 대사 등을 지냈다.

10년 넘게 일본 외무성에서 대외 경제 관계를 담당한 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관련된 업무를 한 적이 없던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해 8월.

그는 부임 뒤 전직 일본 대사들과는 달리 서대문 독립공원·독립기념관 등을 방문하는 등 한·일 역사적 갈등의 현장을 자주 찾았다. "한·일의 역사의 무게를 피부로 느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그의 바로 전임이었던 다카노 도시유키 대사가 지난해 2월 "다케시마(독도)는 역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일본 영토"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해 파문이 일어났던 것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니 만큼 그는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김태경 기자
- 한·일 셔틀정상회담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일본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상 차원을 포함해 다양한 차원에서 대화를 추진함으로써 관계를 강화해가는 것이 상호 이해에 매우 중요하다. 셔틀외교, 즉 상호 방문해 회담을 갖는 장치가 멈춘 것은 솔직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되었는지 알고 있지만, 만약 한국 측이 일본을 방문해 대화를 계속하자고 한다면 고이즈미 총리도 총리도 기쁘게 맞이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무엇이 원인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일본정부가 적극적, 능동적으로 이 국면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이 문제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은 여러번 다양한 형태로 표명됐다. 일본으로서는 그런 마음을 한국 측이 이해해 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야스쿠니 신사내 박물관인 류슈칸(遊就館)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언제든 환영한다는 것이 일본의 기본 입장이다. 방일 때 류슈칸을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의 판단 여하에 따를 문제이므로, 일본 측이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이 아니다."

- 한·일 FTA에 관한 논의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나름대로 이유가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입장은 역시 가능한 것부터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일이 FTA로 맺어지는 것은 세계 제2위와 11위의 경제가 거의 하나가 되는 것이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는 것이 좋다.

한국도 FTA를 추진한다는 대국적인 관점에 서서 협상 테이블로 조속히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돌아오면 거기서 대화도 가능하고, 한국 측이 걱정하는 점도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시작 단계부터 '일정 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여간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선결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 한국 측은 '일본이 특히 농수산물에 대한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하다. 양보의 여지가 없다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일본과 한국은 농업분야를 포함해서 경제구조가 아주 비슷하며, 농업은 경제 전체로 볼 때 양국 모두 그리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농업분야가 무역협상에 있어서 예민한 문제가 된다고 하는 점은 양쪽 다 마찬가지로,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의 장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늘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양보를 하지 않겠다고는 말하고 있지 않다. 한국이 협상에 나오면 나름대로 타협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일정 조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은 곤란하다."

"일본외교 미국 일변도 평가는 편향된 시각"

▲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 인터뷰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일본 외교는 미국 일변도로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는 경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외교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편향된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본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일본의 외교는 자국의 국익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려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혹은 한국 같이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와의 관계강화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본 외교는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일 외교관계와 관련된 과거 문서가 한국에서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사실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위로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는가?
"40년 전 힘든 협상을 거쳐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했을 때, 현실적으로 있는, 또 있을 수 있는 문제에 관하여는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 즉 법적인 입장에서 보면 해결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법적 해결로는 치유될 수 없는 과거문제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고자, 인도적 관점에서 한국정부와 협력하며 해결이 가능한 것에는 될 수 있는 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 민간 노동자나 옛 군인·군속들이 불행한 역사 속에서 일본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그분들의 유골 소재지 조사와 반환을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소록도 갱생원에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입소한 한센인들에게는 일본 국내에서 실시한 것과 같은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것도 시행 단계에 이르러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지원에 대해서는 계속 인도적 관점에서 가능한 한 노력해간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기본자세다."

"고이즈미 총리,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강한 열의"

-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을 2차례나 방문했는데,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대해 올 9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결실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도 분명하듯이,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강한 열의를 갖고 있음은 틀림없다."

-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일본은 지지할 의향이 있는가?
"일본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선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기문 장관 외에도 아시아에서 입후보한 사람도 있고, 또 앞으로 출마할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전체적으로 보면서 검토해 나가게 될 것이다.

반 장관 개인으로서는 한국 외교를 진두 지휘해왔고 일본과의 관계에도 힘을 쏟아 왔다. 또 인격이나 식견·경험 면에서도 대단히 훌륭한 외교관이며, 유엔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이처럼 훌륭한 인물을 후보로 내세운 한국정부에 경의를 표한다."

"<오마이뉴스> 일본진출은 큰 사건"
시민기자제 등에 큰 관심... "다음 대통령 누가 될 것 같냐" 묻기도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의 방문을 받고 환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오마이뉴스> 본사를 방문한 오시마 쇼타로 주한일본대사는 편집국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시민기자들의 참여에 의한 인터넷신문의 제작과정과 그 비전에 대해 큰 관심을 표시했다.

오시마 대사는 특히 <오마이뉴스>의 일본 진출에 대해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다양한 가능성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환영 받을 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시마 대사는 이날 본사에 도착, 오연호 대표와 마주앉자 "<오마이뉴스> 같은 형태의 신문이 서구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가?" "시민기자도 보수를 받는가?" "시민기자 방식을 일본에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떠하던가?" 등 쉴새 없이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어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며 잠시 뜸을 들인 뒤 "<오마이뉴스>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해서 물어보는데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 좌중에 폭소를 유도하기도 했다.

오 대표가 "지난 선거도 2년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몇몇 유력 후보가 있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듯이 아직은 모른다"며 "한국이 야구에서 일본에 2번 이기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진 것과 같은 결과가 대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하자, 오시마 대사는 크게 고개를 끄떡이며 그 의미를 되묻는 등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오시마 대사는 "오마이뉴스 재팬이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 이전에 창간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며 <오마이뉴스>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오시마 대사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오늘 여기 와서 보니 잘 고안된 21세기형 저널리즘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오마이뉴스의 진출은 일본 미디어 환경에 있어서도 하나의 큰 사건이며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고 방문소감을 밝혔다. / 이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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