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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지도부가 자리를 뜨자 많은 당원과 선거 입지자들이 자리를 함께 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열린우리당이 '국민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국민과의 정책데이트'가 그 취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게 진행돼고 있다. "이렇게 할 거면 뭐하려 했나"라는 의문도 든다.

최소한 21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가꾼다'라는 주제로 열린 광주지역 간담회는 몇가지 면에서 그랬다.

열린우리당은 '국민과의 데이트'라고 이름붙였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선거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간담회 자리를 메운 것은 지방선거 입지자들과 당 관계자 등 300여명.

시당위원장 "전략공천은 안돼"라고 외치다

그래서였을까. 토론회 첫 순서인 김재균 광주시당위원장의 환영사는 "광주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토론을 해보자"는 '평범한' 환영사가 아니었다. 우리당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자이기도 한 김재균 위원장은 "밀실야합 낙하산 공천은 하지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완전 자유경선으로 투명하고 깨끗하게 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그래서 밀실야합 낙하산 공천으로 통제불가능한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행사가 정책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상향식 정당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호소까지 했다.

이같은 발언에 일부 당원들은 "뭔 말을 하는거야" "왜 이런 말을 여기서…"라며 혀를 찼다. 정책 간담회 자리에 나올 만한 발언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과의 정책 논의보다는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과 '정동영 당 의장님'에게 "전략공천을 하지말라"고 메시지 보내는 것에 더 마음이 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이미 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광주지역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당 밖에 더 신경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에게 시장 후보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조 실장이 조만간 후보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김 위원장이 경쟁력이 없어서 영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위원장'이라는 직함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가리지 못한 발언이다.

▲ 21일 광주 간담회에 참석해 정동영 당 의장과 나란히 앉아있는 김재균 시당위원장(사진 오른쪽)
ⓒ 오마이뉴스 강성관
당 지도부, 한나라당 비난 쏟아내고 토론 20여분만에 자리떠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리 큰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큰 박수를 받은 것은 정동영 당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의 '화끈한' 발언이었다. 이들은 "우리당의 성공은 광주정신의 완성에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에 책임을 지겠다"며 애정을 표했지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광주시민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향한 것이었다.

인사말에 나선 정동영 의장은 "이명박 시장의 황제골프 2천만원 의혹은 검찰이 나서야하고, 수사의 도의적인 책임은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은 교도관 성추행 사태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표가 주선한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것에 대해서 당 대표가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것이 공평한 잣대"라고 주장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더 나아갔다. 김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치매' 발언을 볼 때 한나라당이 치매에 걸린 당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또 "한나라당 대표가 주선한 술자리에서 사무총장이 성추행했다면 그 대표는 정계은퇴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으며 "테니스비용 2천만원을 업자가 대신 내준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사임하고 이민이라도 가야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정 의장과 김 원내대표는 10분짜리 토론 발제가 끝나고 첫 지정토론자의 토론이 시작된 뒤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이들의 도착이 늦어져 간담회도 30분 이상 늦어진 터였다. 특히 애초에 정 의장은 토론회를 모두 지켜본 뒤 일종의 다짐성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이들이 자리를 뜨자 일부 선거입지자들은 토론회 장을 빠져나와 정 의장을 붙잡고 '선거용' 사진을 찍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당 의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힐난만을 남긴 채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당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정책위의장이 계속 남아서 간담회를 이끌어갔다"고 말했지만 머쓱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않았다.

▲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만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뻔한 답'이 정해져 있는 주제 선정... 주제에 맞지않은 참석자들의 발언

그래도 토론회를 겸한 간담회는 계속됐다. 그러나 간담회는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열린우리당이 주제로 잡은 '광주문화중심도시'는 발제자와 4명의 지정 토론자의 토론이 끝난 이후에는 전혀 '주제'가 되지않았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당 지도부가 "광주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을 꼭 제정하겠다"는 그 다짐으로 주제를 마무리하는, 애초부터 '답이 뻔한' 주제였던 것이다.

'광주문화수도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광주에 선사한 가장 상징적인 선물이기에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다짐만 보이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특별법 제정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약속했던 것이다. '광주에 큰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간담회였다는 느낌이다.

또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나자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이 준비한 지역 현안 문제만이 논의됐다. 질의자는 구청장이나 광역의원 예비후보들로 미리 준비됐고 그 내용 역시 지역현안 문제에 대한 지도부의 다짐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예견된 질문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 시간 동안 광주문화중심도시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5명의 토론자들은 그저 이 뻔한 질의응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한 광주시당 당직자는 "아는 사람에게만 마이크를 주냐, 질문자가 다 정해져 있으면 차라리 '그냥 듣고만 있으라'고 하든지…"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각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해 중앙당에 요청하기 위해서 미리 질문을 준비한 것"이라며 "간담회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토론 진행이라면 굳이 일정한 주제를 정해서 간담회를 진행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또 굳이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지 않는 간담회라면 '국민과의 데이트'라는 이름을 달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냥 '지방승리 전진대회'나 '당원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나았다.

우리당은 22일에도 충북지역 간담회를 진행하고, 지역을 순회하면서 '국민과의 데이트'를 할 계획이다. 21일 광주지역의 간담회처럼 일회적이고 형식적으로 비쳐지지 않는 간담회가 됐으면 한다.

시당위원장의 "전략공천은 안돼" 외침, 한나라당을 향한 당 의장과 원내대표의 비난, 별다른 내용없는 주제 설정 등만 기억에 남는 간담회라면 다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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