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가구의 보물창고가 디지털로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한양대학교가 조선시대 전통가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한 '한국전통가구' 콘텐츠가 그것인데, 웹사이트를 통해 언제 어디서고 들여다 볼 수 있어 편리하기까지 하다.
"현존하는 조선의 전통가구와 관련된 자료를 박물관과 대학교 등의 협조를 통해 하나하나 정리했어요. 전통가구의 재료, 구성, 제작기법, 제작과정 등에 관한 자료는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해요."
콘텐츠 개발을 책임졌던 한양대 실내환경디자인학과 남경숙 교수는 전통가구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남 교수는 "전통가구의 제작과정을 동영상 등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는 가구제작업체에게 큰 도움이 될뿐더러, 교육교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명품 진품 속에만 있던 전통가구를 대중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조선 전통가구 모두 모은 디지털 보물창고 개발
콘텐츠는 대부분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전통가구들로 구성됐다. 그 이전의 자료는 박물관 등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고증 자체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국 박물관을 접촉해서 저작권을 확보한 것들로만 구성된 콘텐츠는 박물관에 따라 저작권 계약 내용이 모두 다르다. 저작권 확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저작권 확보를 위해 인간문화재들과 다니며 가구 제작 과정을 함께 지켜보기도 했다. 또한 자료 수집을 위해 일본에까지 다녀왔는데 자료 사용을 허가받지는 못했다고. 우리 전통에 대한 보존과 관리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남 교수는 전통가구에 대한 양식 400건, 가구에 들어가는 장식과 문양 400건, 인간문화재들이 재연한 제작과정 등 기타 200건 등 총 1천여 건을 정리한 콘텐츠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가구 콘텐츠는 힘들게 확보한 저작권을 생각할 때 많은 수익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관련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이 더 중요해요. 가구 관련 학과에서 영상물과 교육 자료로, 가구제작업체에서 표준지침서로 활용한다면 박물관에 모셔져 박제화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가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웹사이트는 전통가구의 양식, 장식, 제작공정, 구조, 멀티미디어관 등으로 구성됐다. 양식에서는 사랑방, 안방, 부엌 등 공간에 따른 가구 배치와 가구 종류를 보여준다. 장식에서는 가구에 들어가는 용문, 봉황문 등 문양과 경첩, 광두정 등 장식품에 대한 설명이 가득하다. 또한 제작 공정과 구조, 멀티미디어관의 동영상과 이미지 자료는 전통가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콘텐츠 중에서 가구에 대한 설명을 몇 가지 살펴보자.
장, 농, 의걸이장, 경대, 반닫이…전통가구 자료 가치 매우 커
'장'은 우리 고유의 용어로써 한자로는 수궤(竪櫃), 곧 세우는 궤라고 했다. 장은 그릇이나 의류, 침구 등을 넣어 두는 것으로 조선시대 주택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사용된 대표적 가구다. 대체로 대형장은 방 윗목에, 아기장이라고도 불렸던 소형장은 아랫목에 놓고 사용했다.
장과 더불어 대표적 가구인 '농'은 한 층씩 따로 된, 같은 크기의 몸체를 두 층 혹은 세 층으로 포개어 놓은 것이다. 농은 원래 죽기(竹器)를 의미했던 것으로 밑짝이 얕은 것을 상(箱), 밑짝이 뚜껑보다 깊은 것을 농이라 하여 구분했다. 농은 아래위가 분리돼 있어 분리되지 않는 장과도 구별된다.
사랑방의 유일한 의류 수납가구로 주로 침방에 놓였던 '의걸이장'은 내부에 횃대가 있어 관모나 옷 등을 걸게끔 설계됐다. 현대의 양복장과 비슷하여 전면 공간에 구성된 의걸이와 장이나 반닫이가 부착된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대'는 유리 거울이 전래된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성의 가장 중요한 혼수용품이었다. 주로 원앙, 십장생, 쌍학 등 색채가 풍부하고 화려한 장식과 문양을 많이 썼다. 남성용은 상투 머리를 만질 때 사용했는데 서랍이 하나 정도 달린 소형으로 금구 장식이 많지 않았다. 경대는 실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장식적인 멋을 고루 갖춘 생활 가구로, 조선의 목칠가구 형태와 구조문양을 집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쪽을 여닫는다'는 말에서 이름 붙여진 '반닫이'는 전후, 좌우, 상하 여섯 면을 막고 앞면 상반부에 경첩으로 문짝을 만들어 위아래로 열고 닫는 궤의 한 종류이다. 궤는 현판의 중앙에 경첩을 달아 여닫는 돈궤나 곡물궤와 같은 윗닫이궤와, 앞면의 중앙에 경첩을 달아 위아래로 여닫는 앞닫이궤로 구분되는데, 일반적 의미의 반닫이는 후자를 의미한다.
콘텐츠는 가구뿐만 아니라 제작기법과 과정 등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목가구의 다양한 이음새와 짜임새별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전통가구에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간문화재가 직접 재연한 것을 촬영한 전통가구제작 동영상은 자료 가치가 매우 높다.
새집증후군, 나전 등 전통가구로 이긴다
남 교수는 전통가구의 활용 방안에 대해 당찬 계획을 밝혔다. 바로 전통가구의 세계화와 환경을 생각하는 가구 활용법이 그것.
"요즘 새집증후군이다, 포름알데히드다 환경문제가 심각한데, '나전'을 활용한 전통가구를 활용한다면 환경도 보호하고 전통의 멋도 살릴 수 있어요. 물론 나전의 대중화를 위해선 비용의 효율성 등을 검토해야겠지만, 이미 인간문화재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요. 이는 전통가구를 세계화하는 데에도 한몫할 테고요."
남 교수는 이어 "앞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전통가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스카프 하나를 만들더라도 다양한 문양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면 콘텐츠의 가치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전통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이해는 우리 것의 대중화와 고급화, 세계화를 한 번에 꾀하는 것도 된다"고 덧붙였다.
가구는 생활공간을 보여주는데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전통가구는 시대를 초월해 지금도 활용가치가 매우 크다. 사극 관련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현대가구를 갖다 놓을 수는 없는 일이고, 전통을 다루는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가구산업 등에서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힘들 게 만든 전통가구 보물창고가 남 교수의 바람처럼 우리의 폭넓은 관심으로 꽉꽉 채워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한양대 ‘한국전통가구’ 콘텐츠 자료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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