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동아투위 천막을 방문한 이해동 목사가 위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 24일 동아투위 위원들이 동아일보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유신시대 '동아 백지광고 사태'와 '동아일보 사주의 언론인 강제해직'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지난 17일부터 서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천막에 24일 오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해동 목사(73)와 부인 이종옥(67)씨.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와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 목사. 그가 천막에 들어서며 "이번에는 좀 끝장을 봅시다"라고 말을 건네자 동아투위 위원들은 "안 그래도 우리가 더 늙기 전에 이번에는 완전히 해결을 볼라그래요"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사람들

이 목사는 동아투위에 가장 크게 도움을 준 사람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 75년 3월 새벽 사옥에서 강제로 쫓겨난 <동아일보> 기자와 <동아방송> PD, 아나운서 등 150여명이 사옥 앞에서 복직과 언론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때 동참하면서 동아투와의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이 목사는 "내가 도움을 줬다기보다는 그저 뜻을 같이 했을 뿐"이라며 "당시 우리 교회(한빛교회) 교인 중 동아투위 위원들이 많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동아일보> 기자들이 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을 땐 <동아일보>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컸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선언한 것 자체도 큰 충격이었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 지난 2005년 3월 17일 오후 동아투위 위원들이 광화문 일민미술관(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해직언론인들의 민주화운동인정 및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동아일보 화형식'을 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부인 이종옥씨는 "동아투위 위원들이 30대 때부터 투쟁을 해왔는데, 역대정권들은 문제를 다 외면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만이라도 '동아 백지광고 사태'와 '동아일보 사주의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목사 외에도 31년 전부터 동아투위 투쟁을 지지한 '그때 그 사람들'의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다.

<동아방송> PD로 일하다 역시 75년 해직된 박노성(67) 동아투위 위원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정권의 음모로 광고가 끊겼던 <동아일보>에 격려광고를 냈노라며 농성천막을 찾아오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

박 위원은 "얼마 전에도 한 분이 음료수를 갖다 주면서 그때 격려광고 냈던 얘기를 해서 감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동아일보>의 젊은 기자 한 명도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갔지만 이름을 알리지는 말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동아투위는 <동아일보> 86주년 창간기념일인 오는 4월 1일 오후 5시부터 이 곳에서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75년 '백지광고 사태' 당시 <동아일보>에 격려광고를 냈던 시민들이 모여 언론자유를 지켜달라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동아일보>에 항의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최연희 성추행 사건, 기자를 버린 31년 전 모습 그대로더라"

이날 천막농성장에 모인 10여명의 동아투위 위원들은 31년 전 자유언론을 외치는 자신들을 해직한 <동아일보>가 아직도 그때 부끄러운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31년간 동아투위의 진상규명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뿐 아니라 최근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모습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것.

▲ '동아일보 광고탄압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태를 대학가에 알려온 마당극 '진동아굿'이 17일 31년만에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재연됐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동아투위, 노 대통령 면담 요청

'3. 17 강제해직' 31주년을 맞아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23일 '동아 백지광고 사태'와 '동아일보 사주의 언론인 강제해직'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고, 공식면담을 요청했다.

동아투위는 '자유언론의 도살자가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이 거꾸로 선 세상에서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노 대통령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당시 사태에 대해 "동아 사주와 공모한 국가권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동아투위는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 직접 동아 사태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당시 청와대 또는 중앙정보부와 동아 사주와의 공모여부, 광고탄압의 해제와 사원축출의 조건 등 갖가지 의혹을 소상히 밝히고, 정중하게 사죄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동아일보의 참회와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동아투위는 '동아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는 편지를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보냈다.
<동아방송> 자료실에서 일하다 31년 전 해직당한 신정자씨는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성추행 사실만 부각되고 그 술자리가 부적절했다는 점은 쏙 빠졌다"며 "아직도 기자들이 사주 마음에 드는 기사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이면 제2정당이고 여당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집단인데, 그런 사람들과 <동아일보> 기자들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또 <동아일보>가 최 의원의 성추행을 피해 기자의 대응으로 치부, 회사 차원의 공식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잘못된 일에 대해 언론사가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개인적으로 대응하도록 놔두는 것은 31년 전처럼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기자들을 버리던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아투위 위원인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최연희 의원이 잘못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술자리에서 정치인들과 어울린 기자들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편집국 고위간부까지 포함된 <동아일보> 기자들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만나 그런 술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백한 '정언유착'이며 기자들은 그런 자리를 거부해야 한다는 게 이 전 의장의 주장.

그는 "나도 정치권에 있을 때 기자회견에서 할 수 없는 뒷배경을 이야기하기 위해 여러 언론사 기자들과 술자리 같은 것을 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특정 언론사 기자들과 술판을 벌인 적은 없었다"면서 "요즘 기자들이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그같은 술자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됐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05년 3월1일 동아투위 위원들이 옛 동아일보 사옥 앞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