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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떠돌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미군들이 포로를 신문하고 있는 과정에서 독일군복을 입은 동양인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서 있는 사진이었다.

당시 독일군에는 러시아군 포로 출신이거나 외인부대 자원자로 동양인들이 존재했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몇몇 일본 만화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일본인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 옆에 붙어 있는 설명은 그 포로가 자신을 ‘코리언’이라고 밝혔다는 것이었다.

▲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유타 해변에서 포로로 잡힌 동양계 독일군은 자신을 '코리언'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되어 있다.
ⓒ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놓고 보더라도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이라 할 것이다. 이름도 D-day라며 그 중에서도 극적인 순간으로 꼽히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코리언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곧 여러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에 찍힌 포로가 잡힌 장소가 유타 해변이었다는 것에서부터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원작자로 유명하고 D-day 박물관 관장을 지낸 스티브 앰브로스의 책 ‘D-day’가 그 내용의 출처라는 사실을 거쳐 여러 조각들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소설 <노르망디의 조선인>은 이 사진 한 장에 상상력을 불어 넣어 사진 속에 코리언을 ‘마대산’이라는 인물로 복원시켰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 몇 가지를 바탕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불어 넣어 식민지 조선에서 현대 대한민국에 이르는 긴 여정을 넘나든다.

부산 출신 마대산은 우연한 기회로 일본군에 입대해 노몬한 전투에서 소련군에 포로가 되고, 운명적 사랑을 만나 소련군이 되었다가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고, 다시 노르망디에서 미군에게 포로로 붙잡힌다.(좀 과격한 요약이고 소설에는 길고 고단한 여정이 담겨있다.)

▲ <노르망디의 조선인> 표지. 장웅진 지음.
ⓒ 피와눈물
꼼꼼한 자료조사와 군사 및 역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이 소설이 가진 장점이다. 노몬한 전투를 시작으로 2차대전 독소전 주요 전투를 아우르고 6.25 동란을 지나 외전으로 월남전과 걸프전까지 등장하는 방대한 흐름을 소화하고 있다.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각각에 대한 묘사가 뒤쳐지지 않는 것은 저자가 가진 밀리터리에 대한 열정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소련군 입장에서 묘사되는 전투와 소련군들의 일상에 대한 언급들은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한 내용이고 때마침 소련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반면 장점이기도 한 방대한 흐름은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는 원인이 된다. 성공한 기업인 마대산 회장의 회고록 형식을 취하다 보니 모든 전모를 다 밝혀야 한다는 상황이 되는데 마대산이라는 인물 설정이 잘 다가오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고 작게는 고령의 마대산 회장임에도 화법이 연륜에 걸맞지 않다는 느낌도 받는다.

조심스럽게 사족을 달아 본다면 노르망디의 코리언에게 좀 더 집중해서 이야기 밀도를 높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노르망디 코리언 자신보다는 그를 관찰하는 시선을 설정해서 좀 더 열린 결말이나 실제 인물도 그랬듯이 미스터리한 결말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노르망디 해변에서 사진 한 장으로 남은 그 코리언은 어디로 갔을까? 스티븐 앰브로스는 자신의 책에서 이 사진의 주인공이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고향으로 돌아갔다면 다시 6.25 전쟁터에서 어느 한 편에서 서서 미군과 함께 싸웠거나 미군에 맞서 싸웠을지도 모른다고 적고 있다.

2005년 12월 <노르망디의 코리언>이라는 특집 다큐를 만든 SBS 제작진은 미국에서 방대한 자료를 뒤지며 노르망디의 코리언에 대한 풍문들을 확인했는데 아쉽게도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내지는 못했다.

소련으로 송환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지만 제작진은 노몬한 전투, 모스크바 방어전 그리고 노르망디라는 격렬했던 세 전투에서 살아남은 그의 강인한 운명에 희망을 걸었는데 모쪼록 이 노르망디의 코리언이 이후 평온한 삶을 누렸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노르망디의 조선인>은 전자책으로만 출판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자기 PC나 핸드폰으로 다운로드받아 소장하는 방식이다.
ⓒ 북토피아

덧붙이는 글 | <노르망디의 코리언>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e-Book)으로 출판되어 있습니다. 북토피아(www.booktopia.com)에서 PC와 핸드폰으로 내려 받으실 수 있습니다.
월간 플래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황소북스(2011)


#해피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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