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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불혹의 춤꾼 아줌마 강준영씨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불혹의 춤꾼 아줌마 강준영씨 ⓒ 강준영어린이국악원 제공
스스로를 춤에 미쳐 산다고 말하는 강준영씨(40)에게 춤은 생활이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 농익지 않은 춤솜씨라는 말처럼 대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추는 춤이 아닌 몸 안의 또 다른 자신이 분홍신이 되어 끊임없이 춤을 추게 만드는 춤꾼.

무용가보다는 그런 춤꾼이라고 불러주길 바라는 강준영씨는 춤꾼으로 봐서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20살이 돼서야 춤을 시작하고 결혼으로 잠시 중단했다가 몸이 아파 와서 다시 시작하게 된 늦깎이 춤꾼이자 어린이국악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다.

매주 금요일이면 그녀가 운영하는 국악원에서는 대 여섯 명의 여자들이 춤바람을 피운다. 아리랑 반주에 맞춰서 대형거울을 보고 여밈사위를 하며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된 여자들. 그냥 춤이 아니라 우리춤체조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분명 그녀들은 우리춤에 정신없이 빠져 있다.

우리춤체조 자격증을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딴 강준영씨는 우리춤 보급을 위해 무료 강습을 펴고 있다. 춤에 미쳐서 사는 불혹의 아줌마니 춤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것도 그 차원일게다.

밸리댄스니 스포츠댄스니 서양춤을 배우면서 정작 우리의 전통춤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춤체조를 보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접하기도 힘들고 하기도 어려운 우리춤을 서울대의과대학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국립극장이 협력해서 체조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까지 직접 가서 자격증을 따왔다.

매주 금요일, 지역의 여성들에게 무료로 우리춤체조를 강습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지역의 여성들에게 무료로 우리춤체조를 강습하고 있다 ⓒ 권미강
우리춤체조는 1단계에서 4단계까지 있는데 1단계 안에 또 다시 5단계의 춤이 있어 전체를 배울 때는 1~2년 정도 걸리지만 1단계는 한 달 정도면 배울 수 있어 누구나 쉽게 배움의 길에 들 수 있다.

우리춤은 에어로빅이나 다른 춤처럼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고 춤추면서 운동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풀기에 아주 좋은 체조다. 특히 우리 전통 속에 숨겨진 느림의 미학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일부 대도시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보급되고 있으나 경북지역에서는 매우 낯설다. 그녀는 현재 어린이국악원과 구미 시민복지회관에서 프로그램 형식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있지만 아직까지 붐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믿는다. 우리춤을 그리고 자신의 몸 안에 숨겨진 춤에 대한 열정을. 작은 모임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매주 금요일 우리 국악원에서 춤체조 있거든요. 그냥 가르쳐주니 꼭 한번 오세요.”

나도 그녀가 하는 일상의 권유 때문에 춤체조를 배우게 됐는데 이제는 금요일이 기다려지고 길을 가다가도 국악이 나오면 마치 영화 <바람의 전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리춤체조 발동작과 손 사위가 나오는 것 같아 피식 웃곤 한다.

이렇게 나를 춤세계로 이끌어준 불혹의 춤꾼아줌마 강준영씨는 우리춤 외에도 어린이국악에 심취해 있다. 정확한 표현을 빌자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우리민족의 음악을 배우고 느껴야 된다는' 거의 사명감에 가까운 이유로 어린이국악원을 꾸려가고 있다.

우리의 음악이면서도 어린이들에게는 소외되고 외면되어 왔던 국악.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가 된 피아노보다도 실은 장구를 배우고 단소를 배워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우리의 전통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그녀로 봐서는 답답한 현실이다.

어린이국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평생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어린이국악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푸른국악제의 한 장면
어린이국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평생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어린이국악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푸른국악제의 한 장면 ⓒ 강준영어린이국악원 제공
98년 학원에서 무용 강사로 활동하던 그녀는 국악에 관해서는 아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다행히 다른 지역에 있는 몇몇의 선생님들이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았고 함께 의견을 공유하며 나름대로의 어린이국악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강준영 어린이국악원'이라는 국악센터를 열었다.

그녀는 '국악은 우리 문화의 기본정서인데도 교육에 있어서는 서양음악 교육이 90%나 차지하는 등 우리 음악을 어릴 적부터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너무도 적다'고 지적한다. 어른들의 문화, 전문인들의 문화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우수한 문화 국악이야말로 인성교육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선생님과 이러한 점들을 논의하고 교육에도 접목시키고 있는 그녀는 국악교육이야말로 그저 이론적인 바탕이 아닌 놀이로서의 국악,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정서에 젖어들 수 있는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민요와 판소리, 장구 장단, 전통춤 등을 놀이로 접근한다. 우리 음악의 기본인 장구장단으로 리듬을 배우고 율동과 짝짓기놀이를 통해 민요를 배우고 따라 부르기 쉬운 국악동요를 통해 판소리의 기본을 익히게 한다.

감기와 바람사위, 어깨춤 등 기본동작을 가지고 놀이를 만들어 전통춤을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국악동요와 전통 춤사위 율동에다 탈춤의 해학적인 부분을 섞기도 한다.

다행이 아이들은 정해진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마저 느끼는 듯 했다. 국악은 결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서 당연히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 그녀의 수업방식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어린이들은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한데 국악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국악 장르와 함께 우리의 전통 예절과 다도까지 가르치다보면 집중력 향상과 정서적인 안정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기능 위주의 수업이 아닌 한국인 정서 위주의 수업을 통해 멋있는 한국인으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세계 어디에 가서도 단소 하나 정도 불 수 있는 멋진 한국인이 되는 것이 어린이국악원을 운영하는 그녀의 바램이다.

요즘 구미의 토박이인 강씨가 하는 또 하나의 일은 지역의 산부인과와 연계해 산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악태교 교육이다.

자신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국악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에서 국악태교 교육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국악태교수업을 하는 강준영씨
자신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국악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에서 국악태교 교육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국악태교수업을 하는 강준영씨 ⓒ 권미강
태교지침서가 있을 만큼 태교에 남다른 신경을 썼던 우리민족이었듯이 국악태교는 인성 바른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더없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국악태교음악을 들려주고 예비엄마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눈다. 이미 아이를 둔 엄마로서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매주 한 번씩은 서울에 가서 중요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예능보유자인 강선영선생으로부터 태평무를 사사받는 춤꾼 강준영씨.

그녀는 분명 몸 안에 분홍신의 열정을 숨겨둔 아름다운 욕심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북 구미시의 대표 사이트 구미넷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게재됨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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