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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변에 피어난 벚꽃 뒤로 섬진강이 흐른다.
하동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변에 피어난 벚꽃 뒤로 섬진강이 흐른다. ⓒ 김정수
전남 영광으로 떠난 그 여행 이후 뻔질나게 전라도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의 역마살은 극에 달했고, 결국 여행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도 영광은 전국에서 가장 친절한 곳으로 기억할 만큼 그 당시의 친절함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전라도 아가씨가 생기면 꼭 함께 가봐야지 했던 곳이 바로 화개장터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2001년 여름에야 그 소원을 이루었고, 2002년엔 이상형이었던 전라도 출신의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됐다.

화개장터는 화개면 탑리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5일장이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5대 장터 중에 하나였을 만큼 규모가 큰 장터였다. 전남 구례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하동과 구례는 물론이고, 인근의 광양, 순천, 여수, 사천, 남해 등지의 보부상들이 배를 타고 몰려왔던 곳이다. 한 마디로 영호남 화합의 장터였던 곳이다.

초록빛 융단 뒤로 십리벚꽃길이 이어진다
초록빛 융단 뒤로 십리벚꽃길이 이어진다 ⓒ 김정수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장터에는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최근에 화개장터 현대화 작업이 추진되면서 초가지붕을 한 토담집 형태의 상가들이 들어서서 5일장의 의미는 조금 퇴색되었다.

그래도 장날인 1일과 6일에는 시끌벅적한 시골장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1919년 4월 이강률, 임만규, 이정수 선생 등의 주도로 전개된 3·1만세운동을 전개한 곳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화개장터 3·1운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화개십리 벚꽃길을 차들이 줄지어 지나고 있다
화개십리 벚꽃길을 차들이 줄지어 지나고 있다 ⓒ 김정수
화개장터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이 십리벚꽃길이다. 장터입구에서부터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4km의 벚꽃터널에 꽃이 만개하면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와 교통체증이 심하다.

올해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벚꽃축제가 열렸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멋진 벚꽃과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섬진강 물줄기를 타고 온 봄이 매화꽃을 피워내고, 그 꽃이 떨어질 즈음 바톤을 이어받아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이 한가운데 왔음을 알린다.

벚꽃 뒤로 화개천이 흐른다
벚꽃 뒤로 화개천이 흐른다 ⓒ 김정수
팝콘처럼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벚꽃이 좁은 도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사람을 불러모은다. 한 마디로 꽃 반, 사람 반, 자동차 반이다. 이 벚꽃길을 연인이 손잡고 걸으면 결혼을 하게 된다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필자는 벚꽃길이 아닌 잎만 무성했던 한여름에 손잡고 걸어서도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와의 연애시절 함께 찍은 첫 번째 사진이 화개장터이기도 해서 그 각별함은 더하다.

십리벚꽃길은 중간에 2차선 도로가 둘로 나뉘어지는데, 이 길이 사진 촬영장소로 으뜸이다. 위 아래로 나뉘어진 1차선도로 사이 사이에 벚나무가 빼곡이 심어진 가운데 하늘을 가릴 듯 만개한 벚꽃에 눈이 시리다. 위쪽 도로에서 내려다보면 꽃길 뒤로 화개천이 이어진다. 그리고 중간 중간 녹차밭이 펼쳐져 있어 봄의 싱그러운 초록빛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화개장터의 모습
벚꽃축제가 열리는 화개장터의 모습 ⓒ 김정수
보다 멋진 사진을 원한다면 벚꽃길 맞은 편 도로변에서 전경을 담으면 된다. 벚꽃길 앞쪽의 논에서 자라는 보리는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마치 초록색의 도화지 위에다 하얀색 크레파스로 선을 그어놓은 듯 벚꽃길이 정갈하게 이어져 시원스런 조망을 자랑한다.

이제는 화개장터 앞으로 구례와 연결되는 다리인 남도대교가 놓여져 명실상부한 남도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며, 지역감정 해소에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와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를 연결하는 다리가 남도대교이다. 남도대교는 2003년 7월에 준공되었는데,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에서 공사비 217억원을 50%씩 부담하여 건설되었다.

섬진강이 흐르는 파란색 남도대교 위로 벚꽃이 활짝 피었다.
섬진강이 흐르는 파란색 남도대교 위로 벚꽃이 활짝 피었다. ⓒ 김정수
다리의 길이는 358.8m이며, 높이는 13.5~15.5m의 왕복 2차선 교량이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파란색 다리가 놓임으로써 섬진강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으며, 두 지역의 이동거리 단축으로 인해 지역감정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하얀 물결을 이루는 벚꽃 뒤로 보이는 남도대교의 모습에서 봄이 우리네 가슴 속 한가운데로 밀려왔음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가고? 뭘 먹을까?

맛있는 집

화개버스정류소 앞의 화개천변에 자리한 청림식당은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으로 만드는 재첩정식과 재첩회가 유명하다. 지리산의 나물과 약재가 들어가는 돌솥밥, 돌솥비빔밥, 산채비빔밥도 맛깔스럽다.

하동IC에서 하동방면으로 5.5km 거리인 고전면 신월리 강변도로의 섬진강변에 자리한 신뱅재첩국식당은 재첩정식과 재첩회, 은어회가 일품이다.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가 빼어나며, 재첩잡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비오는 날의 갈대밭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추천숙소

화개면 부춘리에 자리한 섬진강펜션은 커플룸(7,8평형), 패밀리룸(10,15평형), 43평형 대형객실 등 7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야외 숯불구이용 바비큐그릴과 참숯을 유료로 대여해 준다. 펜션 옆으로 지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계곡이 있어 여름철에는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문의 : 홈페이지 http://www.sumjinkang.net

교통정보

자가운전: 하동에서 19번국도를 타고 구례방면으로 간다. 대교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남도대교이다. 대교삼거리 다음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화개장터이다. 대교삼거리에서 구례방면으로 직진하다 화개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화개십리벚꽃길이 펼쳐진다.

대중교통: 하동에서 화개, 쌍계사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30분 소요.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시민의 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뉴스와이어, KBS코리아넷, 국제신문, 시골아이, CNB뉴스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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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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