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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할 일을 대충 끝내고 아내와 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구봉산 초입부터 이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아내는 연신 탄성을 질러댑니다. 온 산천경계가 울긋불긋 각종 꽃으로 만발했습니다. 도심지 한복판 산 속이 이렇게 꽃으로 충만해 있다니 참으로 황홀했습니다.
이미 산은 봄의 절정에 들어선 듯싶습니다. 봄가뭄 끝에 비를 맞은 나무들은 생명의 기운을 아낌없이 토해내고 양지바른 무덤가엔 제비꽃이 살포시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산길은 꼿꼿하지만 순한 흙길이라 부드럽습니다. 아내는 나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맑은 햇살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구봉산 정상에 올라서자마자 숨을 고르려고 하는데 청설모가 바로 내 앞에서 못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쏜살같이 내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내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란 모양입니다. "미안하다. 청솔모야, 놀래켜서…."
구봉산 정상은 온통 진달래 숲이었습니다. 오늘은 식목일, 산에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이렇게 호사를 해도 되는 것인지…. 꽃향기에 취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길, 제깟 인간의 모든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인간사 행복이 어디 이만한 기쁨일소냐, 살아있음의 은총이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