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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문화관에서 즉석 연주회를 하는 노무라 모토유키씨. 왼쪽은 부인이다.
청계문화관에서 즉석 연주회를 하는 노무라 모토유키씨. 왼쪽은 부인이다. ⓒ 이정근
1968년부터 70년대 초까지 청계천 판자촌에서 빈민 구호활동을 펼친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75) 목사가 30여년 만에 청계천을 찾아 즉석 플루트 음악회를 열어, 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온갖 오물이 흐르던 청계천의 퀴퀴한 냄새를 기억하고 호흡하며 하류인생의 생활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이방인이 복원된 청계천을 찾아와 플루트를 연주한다니 참으로 멋있고 절묘한 만남이다.

청계천 둑방에 들어선 판자촌. 화장실이 청계천에 그냥 설치돼있다.
청계천 둑방에 들어선 판자촌. 화장실이 청계천에 그냥 설치돼있다. ⓒ 전시회장 사진 촬영 = 이정근

1970년대 초 청계천변에 있던 움막집
1970년대 초 청계천변에 있던 움막집 ⓒ 전시회장 사진 촬영 = 이정근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노무라 모토유키씨는 청계천 하류 답십리 둑방에 움막과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사는 도시 빈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틈틈이 찍은 사진과 스크랩북 826점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4월 13일 오후 4시 사진전시회가 열리는 청계문화관을 찾아 다음 카페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나온 회원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았다.

개막식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노무라 모토유키씨는 부인과 함께 전시장에 걸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둘러본 다음 일본에서 가지고 온 플루트를 꺼내 예정에 없는 즉석 연주회를 열었다.

청계천변의 판자촌. 왼쪽에 구멍가게도 보이고 오른쪽에 이발관이 보인다.
청계천변의 판자촌. 왼쪽에 구멍가게도 보이고 오른쪽에 이발관이 보인다. ⓒ 전시회장 사진 촬영 = 이정근
한국에서 빈민구제활동을 할 당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우리 가곡 봉선화를 가끔 연주했다는 노무라 할아버지는 한국을 찾기 직전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봉선화 악보를 구해달라고 부탁해 이날 실로 30여 년 만에 봉선화를 연주했다.

75세 고령임에도 오랜만에 마주한 악보를 보며 연주하던 노무라 할아버지가 감회에 젖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김우림(서울역사박물관장)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멋진 바리톤 음색으로 마무리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왼쪽이 김우림 서울역사박물관장이고 오른쪽이 노무라 할아버지
왼쪽이 김우림 서울역사박물관장이고 오른쪽이 노무라 할아버지 ⓒ 이정근

노무라 할아버지의 청계천이야기 포스터
노무라 할아버지의 청계천이야기 포스터
노무라 선생님이나 목사님이라 불리기보다 노무라 할아버지라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노무라 모토유키씨의 사진은 청계문화관에서 4월 13일부터 4월 23일까지 무료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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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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