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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영 <잃어버린 줄기세포> 앞표지
ⓒ 순정아이북스
황우석 신드롬에서 황우석 쇼크까지를 배경으로, 우리들 주변의 가족과 연인들 사이에서 일어날 만한 가슴아픈 이야기가 소설로 나왔다. <잃어버린 줄기세포>(2006년 4월 7일 순정아이북스 펴냄).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던 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세경물산의 대를 이어 갈 화가 최고영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하체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최고영의 집안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희망을 건다. 그러나 난치병을 고쳐 줄 줄기세포가 결국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걷잡을 수 없는 절망에 빠진다.

한편 최고영이 술에 취해 도로로 뛰어드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낸 유도희는, 최고영의 부친이 회장인 회사에 중역으로 근무하면서 약점이 잡혀 있는 아버지 유상무로 인해 하반신 마비의 최고영과 강제결혼해야 하는 신세에 놓인다.

그리고 유도희는 본인의 불임 사실을 확인하게 되며, 그녀는 일란성 쌍둥이인 도미와의 운명적인 재회와 더불어 난자를 기증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정형외과 전문의 구평택과 유도희와의 관계는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남아 희망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황우석 쇼크를 소재로 한 첫 소설이다. 그러나 현실을 절망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버리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잠시나마 우리가 한국 현대사의 세계적인 영웅을 맛보았다가 줄기세포 쇼크로 인해 침통함에 휩싸였지만,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계기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제는 경악과 실의, 참담함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황우석 박사가 아니더라도 생명공학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기에, 이러한 좌절과 회의가 자양분이 되어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이끌어내고 난치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희망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소설 속에 담겨 있다. 작가는 그 결론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했다. 소설 뒤쪽의 한 부분을 보자.

"그런데 말이야.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더 기회를 주었다면 개 복제한 실력으로 기필코 배아줄기세포를 성공시켰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중략) 스너피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을 수가 있었는데… 개 복제,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성급하게 논문 조작하지 않고 조금만 더 아날로그로 다가갔다면 오늘날 이런 허망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안타깝다." -<잃어버린 줄기세포> 268쪽에서

IMF 세태를 다룬 <변신>을 펴내기도 했던 저자 이도영씨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마치 재미있는 드라마 한 편을 보게 하듯 소설을 재미있게 꾸몄다. <잃어버린 줄기세포>의 첫 단락과 마지막 단락을 감상해 보자.

도희는 급정차했다. 한 남자가 그녀의 차에 치여 쓰러졌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남자 곁으로 다가갔다.
오후 6시경. 거리엔 어둠이 깔린 데다 퍼붓는 빗줄기에 시야가 축소되어 차도로 뛰어든 남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줄기세포> 9쪽에서

소나기 내리던 날, 갑자기 뛰어든 한 남자의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도희는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져, 핸드폰을 열고 평택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잃어버린 줄기세포> 268쪽에서

잃어버린 줄기세포

이도영 지음, 순정아이북스(태경)(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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