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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루비콘 제과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극화'의 해법으로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혹은 장애·독거노인·저소득층에 간병과 가사, 산후 조리, 방과 후 지도를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한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빈곤층의 생계 보조와 자활지원을 목적으로 전국 242개소 자활후견기관이 운영 중이다. 자활후견기관의 지원을 받아 자활공동체로 독립한 곳들은 사회적 기업의 모태가 되고 있다. 여기에 2003년부터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확대와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자활공동체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든 혹독한 시장 상황에서 생존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아직 사회적 기업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주제였던데 반해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적 기업을 다루는 기사를 6차례에 걸쳐 싣는다. 이 기사는 그 네 번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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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①] "85만원의 행복, 화장실 청소도 즐겁다"

'마을과 아이들' 종일반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6시 30분. 생후 20개월 된 딸 아이가 퇴근해 돌아온 엄마 품에 안겼다.
'마을과 아이들' 종일반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6시 30분. 생후 20개월 된 딸 아이가 퇴근해 돌아온 엄마 품에 안겼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돌이 막 지난 아들 민우(가명)를 업고 주말에도 옷 매장에서 일을 했다. 먼지도 많고,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이 곳에서 아이를 업고 나와서 일하는 게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일까?

그렇다고 돈 버는 걸 그만 둘 수 없는 처지 아닌가. 남편은 당뇨로 아프고, 하는 새시 일감도 일정치 않은데 나 마저 돈을 벌지 않으면 대책이 막막하다."


백미순(34)씨는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저소득층 여성이고, 차상위 계층이다.

아들 민우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고부터 경기구리자활후견기관의 자활공동체 '엄마자리' 놀이방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베이비시터'로 직종 전환하다

그러나 옷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결혼 전부터 일했던 곳이라 주인이 편의를 봐주기는 했지만, 매일 밤 9시가 넘어서 일이 끝나 집에 들어가서 씻고 아이 목욕시키면 자정이 훌쩍 넘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오면 피곤에 지쳐 민우에게 그만큼 신경 써줄 여력이 없었다. 특히 주말에는 민우를 맡아줄 곳이 없던 탓에 아이를 업고 나가서 일하는 날이 많았다.

백씨는 고민 끝에 민우를 맡기는 자활공동체 '엄마자리' 선생님께 고민을 털어놨다. 그리고 엄마자리에서 진행하는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아, 직종을 전환했다.

수입은 옷 매장 점원에 비해 차이가 크지만, 근무 시간은 민우를 놀이방 맡기는 시간과 일치하고, 무엇보다 빨간 날 쉴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었다.

백미순씨는 이론교육과 실습 교육을 마치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베이비시터 일을 시작했다. 아침 8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일하면서 70만 원을 벌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내 아이처럼 해준다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아이 맡기신 분도 만족하시고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훨씬 베이비시터로 일하기가 수월해요. 무엇보다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할 수 있어서 좋고요. 아이 잘 때 짬짬이 쉴 수도 있고…."

백씨는 무엇보다 아들 민우에게 신경을 많이 써줄 수 있게 되서 기쁘다. 수입이 너무 적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 손에 열 개를 가지고 불안한 거 보다, 내 손에 다섯 개만 가지고 마음 편안한 게 좋은걸요. 수입이 좀 적어도 아이만 잘 돌보고 먹일 수 있으면 뭐가 걱정이겠어요."

보육의 사각 지대를 찾아서

저소득 여성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해 운영중인 보육시설 '마을과 아이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에 위치한 이 어린이 집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영유아를 우선 입소 순위자로 정하고 있다.
저소득 여성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해 운영중인 보육시설 '마을과 아이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에 위치한 이 어린이 집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영유아를 우선 입소 순위자로 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백씨의 아들 민우가 다니던 놀이방이 최근 '마을과 아이들(baby village)' (http://www.babyvillage.or.kr)어린이 집(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소재)으로 이름을 바꿨다. 마을과 아이들은 어린이 보육사업과 함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YMCA가 (주)SK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경제적 취약 계층인 빈곤 여성들의 육아 문제 해결과 함께 취업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10개 지역(고양·구리·군산·대구·안동·안산·양주·이천·수원·순천)에 마을과 아이들 지역센터를 건립하고, 이 센터 안에 어린이 집과 직업교육 지원팀을 함께 만들었다.

구리지역의 경우 자활공동체 '엄마자리'가 바로 '마을과 아이들' 지역센터의 모태가 된 셈. 마을과 아이들 어린이 집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보호대상자인 한 부모 가정 등 저소득층 영,유아를 우선 입소 순위자로 정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전액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마을과 아이들'은 민우 엄마인 백미순씨처럼 일자리를 구하는 여성들에게 상담을 통해 일자리 컨설팅을 제공한다.

여기다 저소득층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어린이 집의 문호를 개방해 총 인원의 30%는 비용을 받고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매일 오전 7시30분에 20개월 된 딸아이를 맡기는 간호사 이은주(32)씨는 "구리에서 서울 회기동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이렇게 일찍 맡아 주는 데는 없다"면서 "아이가 이 곳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허름한 창고였던 이 곳을 개조해 만든 어린이 집 내부시설은 하나같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허름한 창고였던 이 곳을 개조해 만든 어린이 집 내부시설은 하나같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구리 마을과 아이들에는 현재 17명이 뛰어 놀고 있다. 아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오나미(32)원장, 원감, 보육교사 3명, 주방근무자 등 모두 6명이 일하고 있다. 아직 문을 연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인원이 정원에 못 미치지만 저소득층 가정을 발굴해 40여명까지 아이들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구리를 비롯한 전국 10개 지역 마을과 아이들은 사업 초기 자금에 해당하는 시설비와 인건비,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SK로부터 2년 동안 지원(총금액 39억원) 받는다. 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 보육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당장 2년 이후의 일을 대비해야 한다.

보육 소비자들을 위한 시간제 탁아방 '아가야' 운영이나 베이비시터 교육 활성화는 자구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주위에서 3년만 버티라고 말합니다. 그 때는 무상 보육이 실현될 거라고요. 하지만 자구책을 찾아 봐야죠.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다른 자활 공동체들이 마을과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환원 구조를 만들고, 모범을 창출한다면 길이 있겠죠."

구리 마을과 아이들 이정희(41)센터장 설명이다.

앞으로 마을과 아이들은 시간제 연장과 24시간 보육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구리 마을과 아이들도 어린이 집에 거주하면서 이를 전담할 인력을 구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거나 일을 갖고 싶어 고민하던 여성들에게 마을과 아이들은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유기농 먹이고, 자연 친화적인 교육하고

▲ 엄마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영아반 우창이. 하루의 반을 함께한 선생님과 헤어지는 일도 우창이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
자연 속에 건강한 아이
배움의 기쁨을 아는 아이."


구리 '마을과 아이들'에 들어서면 마주치는 글귀다. 마을과 아이들의 프로그램은 이 운영 모토에 따라 모든 것이 기획된다.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기자가 이 곳을 찾은 지난 14일 아이들은 텃밭에서 냉이 캐는 체험을 했다. 냉이를 통해 봄을 느낀 셈이다.

구리 마을과 아이들 오나미 원장은 놀이기구 하나 하나도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교육 놀이감도 자연 재질을 살려서 선생님들이 직접 대패질을 하고, 뜨개질을 해서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노는 집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예요. 자연물의 질감을 살리는 발도르프식 교육이죠."

구리 마을과 아이들은 원래 허름하고 지저분한 창고였다. 실무자들이 두 달 동안 구리 시내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곳이다. 어린이 집이 위치한 수택동은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으로 접근성도 고려했다.

그리고 공사를 통해 허름한 창고가 확 바꿨다. 아이들 화장실이 들어오고, 놀이기구가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손을 씻고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싱크대도 생겼다. 모든 것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계됐다.

9개월과 4살 아이를 이 곳에 맡기는 임선화(34)씨는 "편식을 하던 큰 아이의 식습관이 어느 순간 변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면서 "선생님들의 세심한 정성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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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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