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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기업을 찾아서' 연재를 시작하며 | | | | "우리는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루비콘 제과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극화'의 해법으로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혹은 장애, 독거노인, 저소득층에 간병과 가사, 산후조리, 방과 후 지도를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한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빈곤층의 생계 보조와 자활지원을 목적으로 전국 242개소 자활후견기관이 운영 중이다. 자활후견기관의 지원을 받아 자활공동체로 독립한 곳들은 사회적 기업의 모태가 되고 있다. 여기에 2003년부터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확대와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자활공동체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든 혹독한 시장 상황에서 생존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아직 사회적 기업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주제였던 데 반해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적 기업을 다루는 기사를 6차례에 걸쳐 싣는다. | | | | |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정순자(57)씨는 화장실 청소와 함께 이 학교 병설 유치원 청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청소하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화장실 청소에는 살균을 위해 스팀분사기까지 동원됐다.
'㈜함께 일하는 세상'(대표 이철종) 크린서비스 청(淸) 남양주 지점에 근무하는 그는 스스로를 '청소 전문가'라고 불렀다.
물론 정씨가 맨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던 그는 2002년 10년이 넘게 몸이 불편해 누워있던 남편이 죽고 난 후 자활기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당한 '청소 전문가'
남양주 자활기관 소속으로 청소 일을 하고 그가 처음 받았던 월급은 47만5000원. 학생이던 아들과 생계를 유지하고 남편 때문에 진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그러나 부족한 돈은 주말에 파출부를 하면서 메우고, 자활기관 청소 업무에 주력했다. 뭔가 스스로 노력해 자신을 일을 찾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2002년 겨울 내내 정씨는 자활기관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장애인 복지회관과 교회 등을 돌며 무료로 청소 업무를 시작하며 자리를 잡아 갔다.
그러면서 청소에 대한 교육도 받고 기술도 익혔다. 바닥관리와 석재관리에 카펫 크리닝까지.
"맨 처음에 청소를 시작할 때는 속도 많이 상했지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는 내가 정말 인생에 끝에까지 와서 남의 변까지 치워야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고요."
그러던 그가 자신감을 얻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3년 함께 일하는 11명이 1년에 1100만원을 벌면서부터. 1명이 1년에 고작 100만원을 번 것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1년에 1000만원 넘게 벌자고 목표를 잡아놓고는 그 목표 달성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1인당 4000원 넘는 회식은 절대 하지 말자는 원칙까지 세워 놨어요. 지금이야 허리 풀고 고기도 먹지만 그 때는 정말 절박했거든요."
정순자씨가 있던 남양주 청소 자활은 그렇게 해서 2005년 8월, 9800만원의 적립금을 모아 독립했다. 그리고 경기도 시흥 작은 자리 청소 자활로 출발해 2003년 9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함께 일하는 세상'의 지점이 됐고, 정순자씨는 이 곳의 지점장이 됐다.
149만원 배당금의 기쁨
'함께 일하는 세상' 남양주 지점은 적립금 중 일부를 가지고 아파트를 하나 얻어 사무실로 쓰면서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씨가 근무하는 '함께 일하는 세상' 남양주 지점은 2005년 흑자를 내 배당금 149만원까지 받았다. 그 때는 정말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고.
정순자씨가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은 85만원. 때론 야근도 하고, 어떤 때는 밤을 꼬박 세워서 청소하지만 이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단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적은 월급일지 모르지만, 내가 만든 회사가 이익을 내서 그 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아요. 자부심은 수 천만원의 가치로도 따질 수 없죠. 무엇보다 직원들이 서로 믿고 단결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힘이 되요.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청소한다고 하면 사람같이 안 보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여기서 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법관이 직업인 것처럼 청소도 직업이잖아요."
정순자씨는 그래서 청소에 혼을 다한다. 지저분했던 공간이 자신의 손길을 거치면서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곳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남양주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연립주택을 짓고, 지역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저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5만원 집에 살고 있지만 저희 직원들 중에는 보증금 없이 월세로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파트까지는 어렵겠지만 연립주택 정도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장학 제도를 만들고 싶습니다."
청소를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들
청소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만든 사람들은 정순희씨 이외도 수십 명에 이른다.
청소의 개념을 바꾸고 있는 사회적 기업 '함께 일하는 세상'은 경기도 시흥 작은자리 자활후견기관의 청소 사업단이 모태가 됐다. 2002년 10월 자활후견기관 상근자였던 이철종(32·현 '함께 일하는 세상' 대표)씨가 총대를 메고, 기초생활수급권자 3명과 차상위계층 1명 등 모두 5명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철종 대표의 고민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
"과연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자본·기술·규모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더군요. 자본도, 기술도. 그래서 자활후견기관이라는 전국조직을 활용해 규모를 키우기로 했어요. 242개 자활후견기관을 네트워크로 삼았죠."
이철종 대표는 규모를 토대로 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청소 일감을 찾아 관공서와 병원 등의 문을 두드렸다.
2003년 7월 종합병원 일을 맡으면서 직원을 15명으로 늘렸다. 결정적인 계기는 실업극복국민재단으로부터 1억원의 기금을 지원 받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파주에 교육장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청소를 전문화 시키기 위해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이철종 대표는 파주 창고 건물을 2층으로 개조해 숙박을 하면서 이론과 실습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4년 만에 직원 14배 늘려
| | | 공동브랜드 '크린서비스 淸' | | | |
'함께 일하는 세상'은 공동브랜드 '크린서비스 청(淸)'을 사용한다. 직원들은 모두 작업장에서 공동브랜드가 있는 작업복을 입는다.
'청'이라는 글자 속에는 사람을 맑게 하고, 환경을 맑게 하고, 나아가 세상을 맑게 한다는 중층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철종 대표는 "시장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2003년에 만들었다"면서 "청소 이미지나 기업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라 시장의 반응이 좋다"고 자랑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의 주요 서비스 분야는 건물위생관리, 학교건물환경관리, 바닥관리와 석재관리, 준공청소, 화장실크리닝, 외벽관리 등이다. 최근에는 석재 조형물 재생과 복원이나 산업용 시설 청소 같은 특수 청소 영역으로 분야을 넓혀나가고 있다. | | | | | 학력수준도 낮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던 40~50대의 아줌마·아저씨들은 실습을 통해 청소 약품 이용을 배우고, 바닥재 종류에 따라 청소법도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심성 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청소가 서비스업인 만큼 '사람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육장 마련 이후 '함께 일하는 세상'은 그 해 9월 주식회사로 정식 출범하고 전국에 지점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규모를 늘려 현재 '함께 일하는 세상' 소속 직원은 70여명에 이른다. 직원이 14배로 증가했고, 2005년 3개 지점이던 것이 10개 지점으로 늘어났다. 2005년 매출도 1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85만원으로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함께 일하는 세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수익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사업을 선택해 운영한다. 이런 경영 원칙 때문에 이철종 대표는 얼마전 차입금을 갚기 위해 자신의 전세 집을 뺐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잘 될 거라고 봐요. 계속해서 일해달라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청년 실업자들을 위한 고부가가치 청소 상품도 개발할 것이기 때문에 곧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함께 일하는 세상'은 130여개 학교 화장실 청소를 맡고 있다. 2004년 경기도 교육청과 전교조 경기지부가 단체협약에 화장실 관리용역을 주자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을 보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 달 청소비가 80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살균청소는 물론 세제도 친환경 용품을 사용했다.
결과는 성공. 함께 일하는 세상은 화장실 청소뿐 아니라 '학교건물환경관리'를 앞으로 중요한 상품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철종 대표의 일관된 경영원칙은 사회적 가치와 사업적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가치를 우선에 두는 것이다. 그는 이 원칙이 '함께 일하는 세상'을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믿는다.
"어떤 분들은 사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균형감각을 이뤄야 한다고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균형을 두는 순간 사업적 가치에 중심을 둘 수밖에 없게 되죠. 중심 가치를 놓치는 순간 사회적 기업은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고, 그래서 85만원 월급으로 자긍심과 애착을 가지는 기업. 향후 3년 내 5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함께 일하는 세상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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