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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공동투쟁단이 숭례문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라며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420공동투쟁단이 숭례문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라며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 위드뉴스
“장애인의 날은 26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스로 얼마나 착하고 좋은 사람인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날이며,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온갖 차별과 고통받는 장애인들을 1년 365일 중 4월 20일 단 하루 체육관에 모아 잔치를 벌이는 날이다”

“지금도 곳곳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행사들이 치러지고 있으며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364일 동안 요구되는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이날 하루 행사를 치르기 위해 수많은 돈을 퍼붓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 800여명은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를 가진 뒤 오후 4시부터 서울역에서 시청 앞을 지나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 가두행진에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서울시민들을 향해 "장애인의 날이 만들어진 배경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지금 장애인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장애인의 삶은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된 상태로 집과 시설에 처박혀 기본적인 생활도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한 번 받지 못하고 갇혀 살고 있다"면서 "이런 장애인에게 ‘장애인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장애인도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

이날 행진을 하던 중 420공동투쟁단은 오후 5시경 서울역과 시청 사이에 있는 숭례문 도로를 점거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420공동투쟁단은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며 삭발한 39명의 머리카락을 태웠다.
이날 420공동투쟁단은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며 삭발한 39명의 머리카락을 태웠다. ⓒ 위드뉴스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양승은 교육위원장은 “정부는 말로만 사회양극화 해소니 사회복지니 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예산투여와 실질적인 장애인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장애인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정부는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데 7천억을 들인다면서 장애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는 왜 꼭 교육감실과 인권위를 점거해야만 그나마 우리의 요구를 듣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청와대를 점거해야만 이 세상이 바뀔 것이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경 420공동투쟁단은 지난 17일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며 삭발한 중증장애인 39명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불태웠으며 건너편 건물에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중증장애인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혼자서 움직일 수 없고, 배우지도 못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살았다"며 "활동보조인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아 중증장애인도 이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번이라도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이날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집회를 지켜보던 이성호(남, 20세, 성균관대1년) 학생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위한 날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해놓은 날 같다”며 “장애인 차별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420공동투쟁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쳐들고 행진을 했다.
이날 420공동투쟁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쳐들고 행진을 했다. ⓒ 위드뉴스
또 이 학생은 “사회제도 역시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환경에서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가 아니라 먼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다른 사람이라 구분 짓고 나서 만들어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중 420공동투쟁단이 도로를 점거하자 지나던 시민들 중 일부는 "차가 지나다니지 못하니 길을 터라"는 등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시민들을 향해 "한 번이라도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장애인은 “외국의 경우 노동자들이나 장애인들이 집회를 열 때 시민들은 함께 동참한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던 시민도 불평을 하는 게 아니라 불편해도 행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며 “집회에 같이 동참하진 못하더라도 단 한번이라도 우리 목소리에 귀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420공동투쟁단은 머리카락을 태운 뒤 숭례문에서 시청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오후 6시 50분경 시청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7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결의대회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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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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