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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드라마 '궁(宮)'. 이 드라마가 한국에서 언제 시작됐고,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는 게으른 한국 드라마 애호가지만, 뒤늦게 중국에서 보게 되니 새로운 느낌입니다.

사천성(四川省) 성도인 성도(成都)에서, 한 달간의 짧으면 짧은 운남성(雲南省) 여행을 마치고 몇 주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 15위안짜리 다인실 침대 하나를 빌려 장기투숙하고 있습니다. 그 게스트하우스 옆에는 중국 PC방이 있습니다. 중국어 공부삼아 영화라도 보려고 했는데, 마침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더군요.

그렇게 해서 '궁'을 보게 됐습니다. 요 며칠 새 '궁'을 본다고 자린고비 배낭객이 제법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PC방 가격이 1시간에 2위안씩이나 하거든요. 현재 8편까지 봤습니다. 이 글이 끝나면 또 많은 출혈을 하겠군요.

'궁(宮)'을 보면서 느낀 몇 가지 단상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중국 사천성 성도의 PC방에서
ⓒ 최광식

▲ 중국어 자막을 보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 ^^
ⓒ 최광식
첫 번째 느낀 점은 아주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한류(韓流)'가 커다란 문화적 물결이라면, '대장금'은 최근 크게 퍼진 큰 물결입니다. 제가 운남성 성도인 곤명(昆明)에 내렸을 때 거짓말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 벨소리의 절반 정도는 '대장금' 주제음악이었습니다. 아마 중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대장금' 노래가 최신중국 유행가요 정도로 오해할지도.

'한류(韓流)'가 계속 유지되려면, 양질의 문화콘텐츠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점에 동감합니다. '대장금' 이후의 바톤은 아마 '궁(宮)'이 이어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한국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한류(韓流)'에 대한 시너지효과를 못 얻고 있는 점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제품들에 대한 간접광고 효과는 클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 내 직접 광고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조금 분발해줄 것을 바랍니다.

'한류(韓流)'가 영향력을 지니고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양질의 문화상품이 나오는 한 계속될 것은 확실합니다.

▲ '대장금'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내 한국식당들일지도.
ⓒ 최광식
둘째는 '지적재산권' 문제입니다.

넘치는 불법 복제품과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 드라마는 재산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많은 사람이 쉽게 '한류(韓流)'를 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런 고급 문화상품을 팔고도 불법유통으로 제 값을 못 받는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문화'입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수준 높은 한국 궁중 문화에 대해 여태껏 몰랐다는 점이 한국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점이고, 왜 유지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분노를 느낍니다. 최근 독도 분쟁을 보면서 더욱….

최명희 선생의 '혼불'을 읽으면서 조선 사대부들의 유무형적 문화수준에 대해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궁(宮)'을 보면서 또 다른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출하는 길은 잘 만든 '드라마'라고 다시 주장합니다.

넷째는 '권위의식' 타파입니다.

최근 나오는 한국영화들은 소재나 주제 면에서 과거 생각치도 못한 다양함을 보여주는데 요즘 나오는 '드라마'들 역시 소재에 제한이 없는 듯합니다.

중국에 문화적인 충격을 안겨준 '사랑이 뭐길래!'같은 드라마가 권위주의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예고편 격이었다면, 그 후에 나온 수많은 드라마들은 권위주의를 벗어난 이 땅 민주자유화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랑이 뭐길래!'가 준 문화 충격은 긍정적인 것보다는 '한국남자는 왜 그래!' '한국여자들은 왜 저래!'와 같은 문화 충격이겠지만요.

역으로 생각한다면 '중국'에서 '궁'과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중국공산당 대신 중국청나라황실이 다시 집권한다면 하는 발상의 자유를?

언젠가는 되겠지요. 중국도.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내부모순을 이겨내야 하겠지요. 한국은 그 점에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한국의 시민들이 스스로 얻어낸 세계사에 드믄, 서구문명처럼 조상의 유산처럼 얻은 민주, 자유가 아니라 우리 힘으로 얻고 찾았다는 점에서 긍지를 느끼셔도 됩니다.

이상이 제가 중국에서 드라마 '궁(宮)'을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한국드라마, '한류(韓流)'에 대한 결론은, 우리 민족의 스승이신 김구 선생님의 말씀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나의 소원 중에서

한국 드라마 만세!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한겨레21-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와 중국배낭여행동호회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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