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이다. 24일 끝난 제1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양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과 관련 규모·일정·절차 등을 협의하기 위한 실무 회담을 곧 열기로 했다.
이번 방북이 과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으로 이어질 지가 관심거리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적절한 시점에 답방하겠다"는 말을 여러번 해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영남대 특강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방북하면 거기에 대한 설명도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면 대단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 현재 언제 재개될지 모른 채 표류하고 있는 6자 회담이다. 미국은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조해왔다며 금융제재를 실시중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박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한국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이 위폐 문제 등과 관련한 중재안을 가지고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과 중요한 얘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에게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결심한 뒤에야 비로소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엇인가 구체적인 답을 남한 쪽에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미 간의 대립은 대단히 심각하다. 따라서 지난 1994년 6월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폭격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방북해 북핵 위기를 단숨에 해결했던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같은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부에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한·일 독도 갈등] "선거 탓" 진단... 불신 심화
일본의 동해 수로 측량으로 불거졌던 사태는 지난 22일 한·일 간의 타협으로 일단 해결됐다. 한국은 오는 6월로 예정했던 동해 해저 지형에 대한 한국식 지명을 설정하는 계획을 연기했고, 일본도 6월까지 계획했던 수로 측량을 중지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하다. 이번 문제는 결국 한국과 일본의 EEZ 경계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 그리고 독도 영유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동해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를 획정하기 위해 4번이나 회담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대 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 문제에 대한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5월 31일 지방 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용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거꾸로 한국은 일본의 최근 EEZ 도발이 오는 9월 선거를 앞둔 일본 집권당의 정치적 의도하에서 진행된 것으로 본다. 이 정도로 상대방을 불신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한 국가와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타오), 러시아와는 쿠릴열도(북방 4개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만약 독도에서 양보한다면 이는 다른 분쟁에 좋지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
그렇지만 독도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섬이다.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섬을 내놓을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결국 한일 양국의 긴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물리적 충돌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나라가 받을 정치·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자신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73년 도쿄에서 한국 중앙정보부가 벌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납치사건으로 한일 정부가 심하게 충돌할 때 중재에 나선 적이 있다. 이번 동해 수로 측량을 둘러싼 한일 충돌 때도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후진타오 미국 방문] 미·중 "더 대등한 관계로"
지난 20일(미국 시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 6자 회담장에 끌고 나오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후 주석은 "관련 당사국들은 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란 핵·중국의 인권·위안화 절상·중-대만 관계·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문제 등을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진전된 것은 거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후 주석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고, 후 주석은 나에게 그의 생각을 얘기했다"며 "우리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호와 협력을 정신으로 우리의 불일치점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말은 중국이 미국과 갈수록 더 대등한 관계로 가고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지난 한 주 동북아시아에 잠복한 현안들이 미·중, 한·일 간에 불거져 나왔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DJ의 방북 합의가 지역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호재였으나 그 의미와 효과 역시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의 정세에 따라 연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