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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주말에 고향에서 사촌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어 고향을 찾았다. 고향을 자주 찾기는 하는 편이지만, 봄철에 방문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방문길에는 만물이 생동하는 모습에 가슴이 요동치는 듯하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들판에 봄이 완연했다. 이어 집에 들어서자 처마 밑을 열심히 드나드는 제비 부부의 지지배배 소리가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따먹던 어린 시절 생각을 절로 나게 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고향집 처마 밑의 제비부부였다. 서울에서는 제비가 집을 짓는 모습을 보기 힘들기에 신기하고 정겨워 처마 밑을 한참이나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제비도 낯선 방문객을 의식하듯이 경계하는 모습이다. 제비집을 올려다보는 나를 보고 여든이 다 되신 어머님이 "제비집을 짓지 못하게 두 번을 헐어버렸다"고 하신다.
"아니 놀부한테 물어다준 박씨라도 물어오면 어쩌시려구 제비집을 헐어요?" 하고 어머니께 여쭈었다.
그랬더니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저 놈의 제비가 하필이면 전깃줄 지나가는 서까래에다 집을 짓는단 말이다, 다른 서까래도 많은데…, 테레비에서 전자판가 뭔가가 해롭다는데 전깃줄 있는데다가…, 그리구 똥을 싸서 토방이 너무 더럽단 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니 말씀인즉슨, 제비가 서까래에 전깃줄을 고정시키기 위한 사기로 만든 애자 위에다 집을 지으려 하니까 어머니는 TV에서 보신 대로 전자파가 해로워서 제비가 새끼를 까지도 못할까봐 걱정돼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 지으라고 두어번 집을 헐어버리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제비부부는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두 번씩이나 집을 헐어버렸는데도 또 집을 짓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이젠 우리 어머니도 "안 되겠다, 똥이나 떨어지지 않도록 밑받침이나 하나 붙여줘라"라고 하시면서 못 쓰는 선물상자 뚜껑을 내어놓으신다.
새끼를 못 깔까 하는 걱정도 있으셨지만 토방에 수시로 배설물을 배출하는 제비가 귀찮으셨던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제비집 밑받침을 달아주며 "내년에 다시 돌아오면서 흥부한테 물어다준 박씨나 하나 물어다주려나"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본다.
"제비야! 빨리 빨리 집 짓고, 새끼 까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거라.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나라로 갔다가 내년 봄에 다시 돌아오거라."
내년에 다시 제비부부를 만나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