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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도서관1 표지
글짓는 도서관1 표지 ⓒ 김영사
그런 의미에서 <글짓는 도서관 1,2,3>은 구태의연한 작문 이론서도 수사학 서적도 분명 아니다. 구체적인 문장 작법이나 퇴고의 규칙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논술이 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입시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논술의 정체를 조금씩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논술은 제시문이 풍부하게 주어질 뿐만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 제시문을 읽어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은 이런 틀 속에서 끝에 조금 쓰도록 되어 있는 일종의 요식적 시험이다. 겉으로는 사고력 향상과 글쓰기 기술, 독서 풍토 조성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채점 편의를 위주로 하는 시험에 불과하다"<글짓는 도서관3, 머리말>

저자의 견해를 통해 우리나라 논술시험의 방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입시의 성패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저자는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곧 우리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제까지 속 시원히 대한민국 논술의 정체를 이와 같이 밝혀 준 바는 없다.

"논술에서 가장 큰 오해는 시험 문제가 마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출제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무슨 말이야 하면 정말로 논술답게 출제될 것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글짓는 도서관3, p19>

배경지식이 따로 필요 없는 논술시험?

저자는 기존의 대학입시에 출제된 문제를 중심으로 논술의 기본적인 맥락을 집어가고 있다. 특히 논술의 기본 바탕은 탄탄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배경지식의 습득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어엎어 버린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학입시의 논술 시험은 독서가 필요 없는 그야말로 껍데기 지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음을 역설하다.

"우리나라 논술 시험은 채점하기 쉽게 출제된다. 채점하고 처리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조건을 내걸고 긴 제시문을 여러 개 제시한다. 그러므로 논술 시험에는 철학이나 사회학, 소설, 인문학 등의 별도의 배경지식이 필요없다. 다만 시험에는 재료만 주어지므로 평소에 요리법만은 꼭 익혀 두어야 한다."<글짓는 도서관3, p30>

하지만 필자는 기존의 논술시험을 비판의 잣대로만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정확하게 논술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에서 드러내고 있다.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기존의 여타 논술서적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하고 쉬운 예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핵심은 논증이다!

글짓는 도서관2 표지
글짓는 도서관2 표지 ⓒ 김영사
저자는 '논증'을 <글짓는 도서관2> 전체에 할애하여 다루고 있다. 그만큼 논증이 논술의 가장 핵심적인 덕목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논증이라는 것을 단순히 일반적인 작문 이론서에서 다루는 글의 일반적인 전개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체계 방식과 더불어 사회나 문화 양상까지를 포함해서 다루고 있다.

이는 논증이라는 것이 기존의 작문 이론서에서 드러나는 일부 논설문의 전개 양식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곧 논증이 논술의 전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논증이라는 방식을 대학입시의 논술 시험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에 진출해서 다양한 보고서나 기획안 작성 시에도 매우 중요한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논증의 개념, 조건, 논증 만들기, 논증의 법칙 등 논증의 다양한 범위에 걸쳐 실제 논증이 무엇인지를 단순히 글짓기에 국한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적절하게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음을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이나 문제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논증이란 말이 일상어가 아니라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토론을 해도 진전이 없다. TV에서 많으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데 결론은 거의 언제가 '이제는 우리가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로 끝난다. 아니면 고발 프로그램처럼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로 끝나기 십상이다." <글짓는 도서관 2, 머리말>

이처럼 저자는 논증의 부재가 우리 사회에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토론 문화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논술의 바람이 가히 학교현장에도 거세도 불고 있다. 일선학교 교사가 학원에 가서 논술지도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대한민국 논술시험이 뭔지를 정확하게 꼬집어 주지 못했다.

<글짓는 도서관 1,2,3>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아니 대한민국 논술 방향의 단초를 제기한 중요한 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기존의 논술 서적에 질린, 아닌 수많은 논술 서적의 바다 속에서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감히 추천해 보고 싶다.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 - 탁석산의 글쓰기 1

탁석산 지음, 김영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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