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 동석한 여성에게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보인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이 사태가 확산되자 사과문을 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이른바 '룸살롱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되자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작"이라며 수사기관에 의뢰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던 것에 비해 한껏 몸을 낮췄다.
4일 박 의원은 사과문을 내고 "모든 비난과 질책을 받는 것이 당연하며 반성하는 자세와 자중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계가 지적하는 '부적절한 성적 행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태도가 애매모호하다.
박 의원은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 매지도 말라고 했는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사려 깊지 못했는지를 깨닫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장소의 문제이지 행위는 없었다는 얘기다. 당초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던 것과 달라지지 않은 입장이다.
동석한 여성에 대한 사과도 애매하다. 박 의원은 "저로 인해 언론과 인터넷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인권의 침해를 입은 피해 여성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 드리고 피해구제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성적 행위로 인한 인권침해가 아닌 동영상이 유포된 점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박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몰카' 형식의 영상물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어 헌법에 보장되어 잇는 '사생활의 비밀 및 통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은 명백히 법적인 구제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과연 박 의원이 보인 행동이 '보호될 사생활'로만 치부될 성질인가에 대해 입장이 명확치 않다.
최연희 의원이 성추행 사고 직후 "식당주인인줄 알았다"고 '해명'했다가 더 큰 비난을 샀던 것을 상기해 보면, 이번 박 의원의 경우 "술집 여자는 그래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에 대한 여론의 지적이 따갑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검찰에 문제의 동영상 촬영, 배포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윤리위원회는 박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다음은 박계동 의원의 사과문 전문이다.
공직자로서 부적절했던 처신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드립니다.
먼저 경위야 어찌되었든,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들, 특히 많은 여성들이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정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도 말라고 했는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가 얼마나 사려 깊지 못했음을 깨닫고, 깊이 반성합니다.
이번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 일과 후의 어떤 사적 모임이라도 모두 공직의 연장이라는 의식을 한시도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 자신이 모든 비난과 질책을 받는 것이 당연하며, 반성하는 자세와 자중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의 잘못과 그에 따른 문제를 넘어 반드시 집고 규명해야 할 사안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도청보다 더욱 심한 불법 촬영된 몰카형식의 영상물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 및 통신(전화, 휴대폰, 인터넷)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봅니다.
공개시기의 선정, 정밀한 유포과정 등으로 볼 때, 정치공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불순한 목적으로 몰래 카메라를 설치 촬영하고 또한 배포하였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검찰은 이번 불법 영상물의 촬영과 배포, 그리고 그 배후 및 목적과 의도에 대하여 충분히 조사하고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불법 동영상물 내용의 2차적 공개행위에 주요하게 가담한 인터넷매체와 언론사에 대해서는 언론윤리의 신장이라는 차원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봅니다. 진상규명의 결과에 따라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문명사회가 다양한 수단과 이기를 제공하지만 개인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로 인하여 언론과 인터넷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인권의 침해를 입은 피해 여성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리고, 피해구제의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다시금 사려 깊지 못했던 제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공인으로서의 부적적할 처신으로 실망을 드렸습니다. 국민들에게, 그리고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