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호텔방 소동, DJ 숨겨진 딸 의혹 보도에 이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 술집 동영상 파문을 계기로 '국민의 알권리'와 '공인의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박계동(사진) 의원이 동영상 공개·유포행위는 물론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2차적 공개'로 판단,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유포된 술집 동영상에는 박 의원이 룸살롱에서 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박 의원은 4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몰카 형식의 영상물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사생활 비밀 및 통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했다"면서 "불법 동영상물의 2차적 공개행위에 가담한 인터넷매체와 언론사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컷뉴스> "부도덕한 행위 고발...문제 없다"
그러나 3일 이번 동영상 파문을 처음으로 보도한 CBS <노컷뉴스>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규환 노컷뉴스 취재부장은 "더 일찍 보도가 나갈 수 있었지만 사생활 침해와 몰카 촬영, 정치적 파장 등의 측면에서 내부 검토를 거치느라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번 사건은 지도층 정치인의 부도덕한 행위와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다 포함하고 있었다"면서 "두 측면을 모두 반영해 폭로 기사가 아닌 '박계동 의원 술집추태 동영상 확산 물의'로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51초 동영상 전체를 올리지 않고, 화면 일부만 캡처해서 썼다는 것.
김 부장은 "공인으로서 국회의원의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사생활 침해가 있더라도 공익 목적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위법성이 없다는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몰카 적법성, 술자리 성격 규명이 우선"
하지만 박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공인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보도의 출처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공개·유포된 '몰카' 영상물이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신중한 보도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전태진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공표돼선 안되는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건에 공적 성격이 있느냐가 먼저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취재 소스인 '몰카'의 적법성, 술자리 성격, 상대 여성의 암묵적 동의 여부 등이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만약 유포·공개된 동영상이 '몰카'로 촬영됐고, 문제의 술자리가 사적인 자리였다면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국정감사 중 피감기관과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추태이기 때문에 언론보도의 공공성이 인정된다는 해석이다.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음에도 공인의 불륜, 간통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보도되는 사례도 마찬가지.
그러나 동영상 내용 위주가 아닌 간접비평이나 본인 해명이 적극 반영된 보도, 공개이후의 파문 등 양쪽 공방을 보도하는 경우엔 '사생활 침해' 잣대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전 변호사는 덧붙였다.
"몰카는 불법 아니다, 술자리 추태 보도 가능"
반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공인이라면 폭넓은 사생활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말 <언론과학연구>(5권 3호)에 '언론·출판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를 주제로 논문을 쓴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장 교수는 "최근 공직자들의 술자리 추태, 성추행 등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국민의 관심사로 됐다"면서 "이를 보도한 것을 사생활 침해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몰카로 촬영된 내용이 개인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평가를 현격히 저하시켜야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
법원이 위법성을 판단할 때 원고의 공인 여부와 사건발생 공간의 공적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는 근거도 들었다. 장 교수는 "박 의원의 술자리가 공적 장소는 아니었지만, 자택처럼 완전한 사생활 공간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몰카' 적법성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불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몰카'로 촬영된 화면이 초상권 등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은밀히 촬영하는 단계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주거침입 등의 위법행위가 없는 이번 '몰카'를 불법 영상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그동안 공인의 사생활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할 경우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도 안되지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 면책될 수 있다고 판결해왔다.